보금자리주택의 태생적 문제점
보금자리주택의 태생적 문제점
  • 승인 2009.10.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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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전략적 주택 공급 유형이라 할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이 지난 10월 7일 국가유공자 특별공급 사전예약을 필두로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됐다.

10월 12일~14일 3자녀 특별공급, 15~19일 3자녀 및 노부모 우선공급, 20~22일 생애최초 특별공급, 22~23일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끝으로 특별공급과 우선공급을 마무리하고 26일부터는 청약저축 1순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급분에 대한 마지막 사전예약이 진행된다.

사전예약이란 보금자리주택 실시계획 승인을 완료한 단지를 묶어 본청약에 앞서 예비당첨자를 선정하고 확정 분양가 등이 제시되는 본청약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 최종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행 분양방식에 따른 청약제도에 비해 1~2년 앞서 공급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사전예약을 통해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조기공급, 복수단지 일괄 비교를 통한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 등 장점이 있지만 본청약에 앞서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사업추진일정이나 사업계획에 대한 변경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전예약 시점의 보금자리주택은 건설사업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공급지역의 토지보상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사업진행과정에서 건설호수나 주택공급면적, 분양가격, 평면설계 등이 변경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계획이 변경되거나 사업이 아예 취소 또는 지연될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공급단지별 동질성 결여도 문제다.

기존 분양주택단지와 달리 보금자리주택단지에는 공공분양아파트 뿐만 아니라 향후 국민임대, 영구임대, 10년임대, 장기전세, 분납임대(지분형 임대) 등 임대주택과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주택 등 도시형 생활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다양한 유형의 서민형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한마디로 보금자리주택단지가 주택유형의 실험장으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주택유형의 이질성, 주택수요자의 이질성은 단지의 통합관리를 어렵게 하고 단지내 통합적인 에너지 분출을 저해함으로써 결국은 단지내 사회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그 수요층에 비해 과연 저렴한 가격인가 하는 점도 의문시된다.

서민주택을 표방하고 주변 아파트 분양가 또는 주변 시세의 50~70%에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분명 저렴한 아파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의 주된 수요층이 누구인가를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사전예약으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의 60% 정도인 8천3백80가구는 특별공급 물량이다.

특별공급 신청대상자가 누구인가!

장애인, 국가유공자, 신혼부부, 노부모를 모시고 있으면서도 주택이 없는 사람,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이면서 오랫동안 주택 없이 지내온 사람이 아닌가!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에 해당되는 자들이다. 이들에게 주변시세보다 싸게 공급한다고 하는 가격이 30형대 기준하여 서울은 4억원, 하남은 3억4천만원에 이르고 고양은 2억9천만원이 넘는다.

이 분양가면 서울 관악, 금천, 구로나 강북, 노원, 도봉지역 20~30형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제시된 분양가도 본청약이 있기까지의 물가상승 등의 사정변경에 따라 더 높아질 수 있다. 특별공급 대상자라는 수요층에 견주어볼 때 3~4억원의 보금자리주택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이다.

사업계획의 불확정성, 주택단지의 비동질성, 분양가의 유동성 등 바로 이러한 점들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앞서 부지 먼저 선정해놓고 공급해야 하는 사전예약 방식의 보금자리주택이 갖는 태생적 한계이자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영진 이사 (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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