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쉽이 아쉬운 서울시의 도시재생정책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쉽이 아쉬운 서울시의 도시재생정책
  • 승인 2009.07.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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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의 약 5분의 1이 살고 있는 서울시는 특별시답게 많은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도시정비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왔던 세입자문제, 조합과 건설사의 유착문제, 시공사의 비리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들이 끊임없이 고민되고 제안되고 있다.

전국 재개발·재건축의 70% 정도를 진행하면서 용산사태와 같은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2000년대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뉴타운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를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단’을 통해 지난달 1일에 발표했다.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단은 향후 서울시가 가야할 뉴타운사업방향을 5가지로 정리했다. 서민주거불안 해소방안 추진, 합리적인 정비사업 프로세스 구축, 행·재정적 지원 확대, 세입자 대책 보완 방안 마련, 주거지 변화관리 대응 제도개편 추진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정비사업에서 나타났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겠다는 근본취지는 바람직하며, 향후 우리나라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문제는 ‘공공개입 방식’과 ‘구현 방식’이다. 서울시의 정책을 실현하려면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도시정비 기본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라함)’을 개정해야 한다. 서울시가 적극적 개입방식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공공관리자 제도’는 조합, 건설업체, 중앙정부 등 이해관계자들과 아직도 많은 논의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가 ‘성수전략정비구역’을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추진하기로 결정하고, 공공관리자의 제도화를 위해 ‘도정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공공관리자 제도’의 근본취지는 일정 부분 타당성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정비사업에 선투입할 수 있는 재정이 충분해야 하며, 관련사업들을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나 인력이 충분해야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는 많지 않다. 도정법에 따라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게 돼 있는 인구 50만이 넘는 20개 도시의 2008년도 재정자립도는 34.6~88.3%로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서 서울(88.3%), 성남(74%), 인천광역시(71%) 등과 같이 재정자립도가 높아 초기 재정지원이 가능한 일부 지자체는 공공사업자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34.6% 정도로 매우 낮은 지자체는 공공사업자 제도의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1조원 이상 확충하고 있는 서울시는 초기 재정자금 투입을 전제로 사업 시행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의 경우는 적용조차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이 제도는 ‘성수전략정비구역’처럼 처음 시작하는 구역에서는 적용 가능하지만, 이미 추진위원회나 조합 구성 중에 있거나, 정비업체나 설계업체, 시공사 등 결정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사업장에는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지정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정비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는 것도 무리이다. 무엇보다도 무수히 많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이 충분한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자로 SH공사와 주택공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주민의 사유재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수반되고 있으며, 각 사업장마다 발생하는 문제의 특성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에서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공공관리자’ 관련 사항 뿐 아니라 총회 개최 시 직접참석비율의 상향조정, 전자투표제 도입, 정비계획에 주택수급에 관한 사항 신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대한 제도 개선 등 서울시가 제안한 사항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정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제안하고 있는 도정법의 개정은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비사업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개발·재건축의 70%가 진행되고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서울시 입장에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대안들이다. 그리고 재정과 인력차원에서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성시가지의 개발을 위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들이 점차 많아 질 수밖에 없는 서울이외의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재정과 인력이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 적극적 개입방향에 대한 결정은 좀 더 많은 논의를 거쳐 추진될 필요가 있다. 도시정비, 나아가서 도시재생은 각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감안한 상태에서 지역에 맞는 방식으로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되고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 등 기존의 정비사업, 나아가서 도시재생사업은 기반시설을 확충해 도시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공공의 역할이 강조될 필요는 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공공이 사업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민간주도로 사업이 시행되면서 발생했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대안이 꼭 공공의 직접적인 개입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간이 가지고 있던 기술적 노하우와 주민들의 사적재산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영국에서는 이러한 부분의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협력을 강조한 잉글리쉬파트너쉽(English Parternerships)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기성시가지 정비에 대한 요구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의 시대적 과제임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김덕례 연구위원(주택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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