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비용분담액 산정의 어려움
조합원 비용분담액 산정의 어려움
  • 승인 2009.05.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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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상 정비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추진위원회가 지역 토지등소유자의 일정수로부터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러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의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이러한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 사업완료후의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 동의서에 동의를 받는 방법에 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편, 위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은 재건축 사업에 있어서 지금까지 많은 분쟁이 있어 왔는데, 재건축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은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재건축에 참가할 것인지, 아니면 시가에 의해 구분소유권 등을 매도하고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므로, 재건축의 실행단계에서 다시 비용 분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분담액 또는 산출기준을 정하면 족하다는 것이 주류적 판례의 태도였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77819).

실제 이러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불충분한 상태로 된 채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돼 조합설립이 무효가 되거나 조합설립을 전제로 한 매도청구가 기각돼 정비사업 자체의 진행이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여 온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이 시공자선정시기에 관한 문제이다. 2009. 2. 6. 도정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재개발,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야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했고, 위 개정 이후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경우에만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그 외의 조합이 진행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시공자 선정시기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구체적인 공사비와 준공시기 등을 통해 정비사업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시공자 선정시기를 제한하면서 그 이전인 조합설립인가 신청시에 이미 구체적인 비용분담사항을 정해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동의를 받으라는 법 규정은 실무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해, 일단 시공자가 선정이 돼야 공사비 등이 개략적이나마 결정되고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이에 따라 정해질 것인데, 재건축은 사업시행인가가 있어야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므로 조합설립단계에서 조합원이 될 자가 자신이 분담할 구체적인 비용을 예측케 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재개발의 경우에도 시공자가 조합인가가 된 다음에야 선정이 되고 그 재산의 가치가 너무나 다양하여 조합설립 당시에는 사실상 비용분담액을 개략적으로도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단계에서 각 토지등소유자의 재산의 가치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비용분담액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도정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의 규정은 비용분담에 관한 구체적인 액수까지 정할 필요는 없고 조합 설립 당시에는 사업진행에 따라 추후 정할 수 있도록 그 절차와 방법을 정하면 족한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다수인 형편이다.

이에 대해 재건축, 재개발조합의 설립 이전에도 정비사업관리업자를 선정해 자문 등을 받을 수 있어 조합설립단계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구체화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고, 조합설립에 필요한 정족수와 관리처분계획 등에 대한 의결정족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법원은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최근 재건축 사업 관련 대구고등법원의 판결을 보면 관행처럼 사용되는 조합설립동의서와 정관규정상의 비용분담 기준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신축건축물의 건축연면적과 규모, 비용개산액만 나와 있어 어떤 용도의 건물이 어떤 규모의 구분소유 형태로 건축될지 알 수 없어 비용분담액을 예측할 수 없고 조합원들의 향후 어떤 면적의 신축건물을 분배 받고 무상지분율도 예상할 수 없다고 하면서 조합설립동의서에 기한 재건축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대구고등법원 2009. 4. 10.선고 2007나11997).

결국 법원은 실제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알지 못하고 상당한 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조합설립에 동의했다가 결국 큰 손실을 입거나 생활의 터전을 잃기까지 하는 현실을 고려해 비용분담액을 산출하는 어려움이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조합설립 동의를 받는 당시부터 일정 수준의 비용분담액을 알려주라는 입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며, 비록 대법원은 아닐지라도 하급심 판결들이 유사한 시기에 동일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편의성과 실무상의 곤란성만 내세워 예전의 방식대로 사업을 진행하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할 것이다.

덧붙여, 그 주장이야 어찌됐건 자칫하면 사업의 진행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을 개정해 구체적으로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며, 정비업체의 전문성에도 의문이 많다는 점에서 시공자 선정시기의 제한 폐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강대건 변호사 (법무법인 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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