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패쇄적 의식 바꿀 ‘코드그린’ 메시지
건설업계 패쇄적 의식 바꿀 ‘코드그린’ 메시지
  • 승인 2009.05.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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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IT혁명의 화두를 던졌던 저널리스트 토마스 프리드만이 이번에는 ‘코드그린’이라는 책을 내 놓았다. 미국이 패권국가로 살아날 길은 녹색혁명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슨 화두를 던지든지 언제나 그는 해박한 지식으로 흔들리는 미국을 되살리겠다는 강렬한 애국심을 발휘한다. 부럽기는 하지만 다소 거부감 있는 그의 주장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생각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우리 건설산업에 주는 메시지이다. 차원은 다르지만 우리 건설산업이 처한 상황이 이처럼 비슷할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봤다. 순전히 독자적인 생각으로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우리 건설산업과 연관시켜 정리해 봤다.

첫째, 프리드만은 지금의 미국을 서브프라임 국가로 지칭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미래를 저당 잡아 왔다고 말한다. 미국은 절약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을 해 왔으며 그 결과 지금의 경제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건설산업을 서브프라임산업으로 규정하면 어떨까. 나는 서브프라임산업이야말로 우리 건설산업의 실상을 제대로 압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건설산업 역시 과거의 타성에 젖어 그저 쉽게 살 길을 찾아왔다.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고 불확실한 주택시장에 모든 것을 걸어 온 방식이 바로 그렇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지금의 건설산업 위기를 초래했다는 진단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건설업계 스스로 안고 있는 타성적 의식이야말로 지금의 건설산업 위기를 초래한 진짜 원인이다. 자신감을 상실한 미국이 9.11사태에 대응해 스스로의 울타리를 높이 친 것처럼 우리 건설산업 역시 더 패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둘째, 프리드만은 미국이 패권국가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은 녹색혁명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 길만이 미국의 도덕적, 정치적, 경제적 권위와 리더십을 회복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녹색혁명의 길은 화석연료의 레드시대를 청산하고 청정에너지의 그린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길이다. 그는 미국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이 길에 빨리 다가서는 개인, 기업, 국가가 미래에 생존하고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길만이 미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한다면 우리 건설산업도 모든 것을 제쳐두고 여기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프리드만이 말하는 것처럼 점점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파멸적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더 이상 과거의 성장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녹색시대의 도래는 건설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녹색혁명을 적극적, 창의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위기 속에 숨겨진 수많은 가능성과 기회에 도전한다면 그것은 황금 알을 낳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프리드만은 녹색혁명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부의 명확한 리드십과 가이드라인을 요구한다. 그는 이러한 희망을 ‘미국이 단 하루만이라도 중국이 된다면’ 하는 장난기 어린 넋두리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과 같이 민주화된 자본주의 국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하는 말이다. 우리 건설산업의 녹색혁명의 길 역시 정부의 명확한 방향 및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구한다. 정부는 산업정책의 입안자이면서 동시에 건설산업의 최대 수요자이다. 정부가 녹색혁명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건설업계는 당연히 그 방향으로 빠르게 적응해 나갈 것이다. 녹색건설 수요를 많이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정부가 원하는 녹색혁명의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들을 건설업계에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 전 건설업체 창의·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 심사에 참여한 바 있었다. 에너지와 환경 등 녹색분야의 혁신 사례를 보고하는 건설업체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 건설업체들의 적응력과 도전정신은 정말로 위대한 자산이다. 건설분야에서도 녹색 관련 기술혁신과제가 무궁하다는 점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녹색혁명과 관련 앞으로 건설수요는 양면성을 띨 것이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대한 사회적 저항은 보다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유도하는 건설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건설업계에 있어서 녹색혁명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프리드만은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상상력이라고 강조한다. 녹색혁명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과감하게 미래에 투자하는 건설업계의 도전정신과 상상력에 희망을 걸어본다.

윤영선 박사 (건설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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