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길영(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건설제도 개혁팀장)
<기고>김길영(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건설제도 개혁팀장)
  • 승인 2007.12.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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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발주제도 정립돼야 건설산업 발전한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설계, 감리, 시공업체가 있다.

설계용역업체수는 지난 2002년 1천327개에서 2006년 2천159개, 건설업체(일반 전문건설업)수는 2000년 3만9천801개에서 2006년 5만3천329개로 해가 거듭될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기간 건설수주액이 2000년 60조원에서 2006년 107조원으로 늘어났다 할지라도 늘어나는 물량을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수주하고 이를 토대로 고용창출과 기술력 증대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결국 건설업체가 늘어남으로써 나눠 먹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는 우리의 발주제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입낙찰제도는 지난 1995년 7월 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기 이전까지 최저가 낙찰제도를 근간으로 삼아 왔다. 이후 여러 차례의 보완을 했으나 결국 최저가 낙찰제와 요행에 의한 낙찰제(평균가 낙찰제,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 사이를 방황해 온 역사로 볼 수 있다.

최저가 낙찰제도가 시장경제원리에 가장 부합되는 낙찰방식이다. 하지만 공사비의 직접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투찰(덤핑)이 일반화되고 기술력보다는 요행에 의한 낙찰이 가능해 너도나도 건설업에 진출하는 발판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건설업체의 기술개발 노력이나 원가노력을 촉진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국의 경우에는 가격과 품질을 함께 고려하는 발주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발주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비용을 최소화해 투자효율성을 높이고 입찰자는 기술력을 증대시켜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업의 특성에 맞는 발주방식을 선정해 발주하는 것은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것이다. 이는 곧 프로젝트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목표에 부합되는 발주방식의 선정이 중요하다. 또한 건설 산업의 기술력 향상과 경쟁력 증대를 위해서는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 발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발주제도로서 해외에서는 최고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입낙찰제도의 혁신이 진행되어 왔다. 미국의 경우 협상에 의한 계약과 인센티브 방식, 디자인 빌드(Design-Build) 방식, 일본의 경우 종합평가낙찰 방식 등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건설재인식운동(Rethinking Construction) 이 확산되면서 지난 1990년대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최고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입낙찰 제도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최고가치의 기본개념을 ‘납세자가 수용할만한 가격으로 목적에 적합한 품질의 서비스를 경제적, 효율적,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최근 발주자에게 이익이 되고 기술력에 의한 평가가 가능한 방향으로 발주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에서는 ‘기술경쟁 중심으로 건설생산체계 개선’을 선진화전략 목표로 설정하고 좋은 발주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기준의 입낙찰제도인 ‘기술제안입찰’과 ‘설계공모기술제안입찰’을 제안해 지난 10월 재정경제부에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반영됨으로써 제도로 도입됐다.

‘기술제안입찰’과 ‘설계공모 기술제안입찰’ 제도는 행복도시와 혁신도시내에서 시행하는 건설사업의 공사계약 중 상징성ㆍ기념성ㆍ예술성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한 시설물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발주기관이 교부한 설계서 및 입찰안내서에 따라 입찰자가 공사비절감, 공기단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술제안서를 작성 입찰하고 기술제안서의 타당성을 검토해 기술제안서의 적격여부 및 점수를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시공자가 그동안 쌓아온 사공상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다양한 발주제도가 도입됨으로써 발주자는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발주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발주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비용을 최소화해 투자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건설 사업을 시행하는 건설업자는 공사비절감방안, 공기단축방안 등 시공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해 입찰과정에서 창의적으로 설계 및 기술제안을 함으로써 기술력이 증대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로써 건설 산업 전반으로 가격과 품질을 고려한 입낙찰제도를 확산시켜 기술력이 증대되고 건설 산업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좋은 발주제도는 결국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생산해 발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보다 큰 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는 시공자에게도 기술력을 향상하는 지름길이며 건설 산업이 선진화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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