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안정의 전제조건
주택시장 안정의 전제조건
  • 승인 2007.11.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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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올해 만큼 주택시장이 잠잠했던 적이 없었던 듯 싶다.

물론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 등 제도적으로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는 있지만 주택시장의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

이는 무엇보다도 주택매매가격이 안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향후 주택시장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많다. 현재 주택시장의 변동이 없는 것은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며 다시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요소들도 많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유례없는 장기간 호황을 지속해 왔다.

외환위기 직후 12.4%까지 하락했던 주택매매가격은 2002년 16.4%까지 상승했다. 2004년 2.1% 하락하며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2005년과 2006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급등했다.

특히 수도권은 2006년도에만 20.3%나 상승하며 2002년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2007년 들어서면서 주택매매가격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지역의 주택매매가격은 11.6%나 상승했으나 2007년 들어서는 가격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7%로 지난해 연간상승률(11.6%)보다 크게 낮으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광역시 지역은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태이다.

주택전세시장 역시 지난해 큰 폭의 상승세에서 벗어나 전월대비 0.1~0.3%의 변동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가격지표만으로 보면 주택시장은 올해 들어 상당히 안정되고 있다. 아직 전국적으로 주택매매가격의 하락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가 9만호에 육박하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은 수요가 크게 위축되어 있어 주택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주택가격의 변동이 없는 시장상황만으로 주택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장 내부적으로 거래가 크게 위축되어 있는 상태인데다가,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의 전면시행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 등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주택시장의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공급에 대한 우려가 전제되고 있다.

10년 주기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다시 안정화되었던 기존의 주택경기의 흐름을 감안할 때 주택시장은 2004년 이후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가격이 급등하며 기존의 흐름을 벗어나 버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구조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좀 더 넓은 주택, 쾌적한 주택에 대한 선호 등 주택수요자들의 마인드가 변했고, 저금리 시대로의 진입은 주택수요를 한껏 끌어올렸다.

또한 일반경기의 순환주기가 짧아지면서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05년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가격상승을 지속한 것에 대해 공급의 감소를 배제할 수는 없다.

수도권의 주택사업승인 실적이 2002년 38만호 수준에서 2006년에는 17만호 수준으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주택시장의 안정에도 공급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올해 주택공급 상황은 매우 원활한 상태이다.

주택사업승인실적을 보면 지난 10월 수도권에만 5만호로 월간 최대물량이 공급되었으며 1~10월 누계로도 18만5천호가 공급되어 지난해(17만2천호) 공급물량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 회피물량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공급규제 제도가 시장에 정착될 경우이다.

정부는 이윤이 존재하는 한 공급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건설업체의 보수적인 운영은 불가피해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은 위축될 것으로 판단된다.

결과적으로는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의 공급위축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지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공급의 물량보다 공급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 소비자가 희망하지 않는 지역에 공급된 주택은 가뜩이나 늘어난 미분양 주택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시장은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의 시행으로 인해 신규분양시장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신규 분양주택 구입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기대감은 주택구입의 대기수요를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공급물량 목표는 무의미할 수 있다.

2008년 주택시장은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수급불균형에 따른 지역별 격차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대한 규제제도의 시행은 주택시장을 안정시켜 놓는데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루어지는 공급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한다면 주택시장의 안정은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다.

강민석 수석연구원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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