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수요추정의 과제
신도시 수요추정의 과제
  • 승인 2007.08.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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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개발촉진법을 근간으로 해서 개발되는 신도시는 비교적 단기간에 주택의 양적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90년대 초반 집값 급등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분당 등 5개 신도시는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에는 주택의 양적 부족문제가 상존할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차원에서 양질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큰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도시는 개발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논의들 중 주요한 이슈는 신도시개발이 주택공급에 대한 기여보다 부동산 투기의 장을 제공한다는 데 대한 비판적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본고는 신도시 개발은 필요하다는 전제하에서 신도시개발의 과정에서 수요추정에 중점을 두고 그 개선방향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선 현행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신도시 수요분석은 대체적으로 신도시 입지 예정지역에 대한 권역별 주택수요량을 추정한 값과 인근 주민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추정된 수요는 대체적으로 정부에서 사전적으로 설정한 계획 공급량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자료로 이용된다. 그러나 수도권처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시장에서는 수요의 총량보다는 주택가격의 지불능력이 더 중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구의 소득수준이나 주거비 부담을 고려한 고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수요추정은 지불능력을 고려한 수요가 아닌 가구의 선호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수요는 부동산경기 등 외생적인 변수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가구는 새로운 주거지를 선정할 경우 주택의 물리적 특성 뿐만 아니라 토지이용과 주변환경 특성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점에서, 현행 수요추정의 과정은 이들 요소를 포괄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연구에서도 보면 실제 가구가 주거지를 선택할 경우 주택의 물리적 특성과 입지적 특성에 대한 중요도가 대략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수요의 총량이 아니라 수요계층의 성격과 이들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토지이용계획과의 연계성 강화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신도시 개발에서 신도시의 개발방향에 대해 설문대상 가구들은 공통적으로 교육환경의 개선과 여가·문화시설의 확충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내 개발되는 시설중 파출소나 동사무소와 같은 공공재를 제외한 시설유형들은 시장원리에 의해 개발,공급되는 시설로 개별시설별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공급가능하지 않은 시설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는 이런 시설별 특성을 고려하여 토지이용계획에 이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수요분석은 결과적으로 매우 유동적인 값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보다 동태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행 신도시개발과정은 택지개발촉진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탄력적인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과 대도시권 등으로 주택시장을 구분해서 공급되는 주택유형이나 주택규모를 사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신도시 수요추정이 보다 정밀하게 분석될 경우에도 제도적으로 이를 신도시 토지이용계획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하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의한 수요가 현행 신도시 수요를 사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측면이 많다는 점이다.

미래 신도시 수요 추정의 방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신도시 개발에서 정부의 계획과 수요와의 접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되었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에서 주거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구의 선호가 변화되었으며 1인가구의 증가, 고령가구의 증가 등이 대표적인 환경변화의 예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신도시 수요추정의 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며 동시에 신도시 개발에 대한 제도에 대해서도 보다 시장의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우리의 주택시장의 현실을 보다 다각도로 진단할 수 있는 지표들이 개발되어서 신도시 공급의 필요성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정보들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들이 보다 공개적으로 진행될 경우 우리의 신도시 개발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최근 신도시 개발과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들이 없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김주영 박사 (한국토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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