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공사의 입찰담합에 관하여
턴키공사의 입찰담합에 관하여
  • 승인 2007.04.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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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두3045 판결은 턴키공사의 입찰담합여부에 관하여 그간의 논쟁을 종식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종래 건설업계에서는 턴키공사의 경우 기술경쟁과 가격경쟁이 동시에 이루어지므로 가격부분을 담합했다 하더라도 기술경쟁이 이루어지는 한 입찰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견해와 비록 기술경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가격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어 입찰담합에 해당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었다.

필자는 종래 본 논단에서 이미 턴키공사라 하더라도 가격담합이 이루어지는 한 전체적으로 입찰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즉 대법원은 원고와 소외 A건설 주식회사(이하 ‘A건설’이라 한다)는 이 사건 각 입찰에 참가하였는데, 903공구에 대한 입찰(이하 ‘903공구 입찰’이라 한다)에서는 소외 주식회사 B건설(이하 ‘B건설’이라 한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원고가 실시설계 적격업체로 선정되고, 한편 909공구에 대한 입찰(이하 ‘909공구 입찰’이라 한다)에서는 소외 C건설 주식회사(이하 ‘C건설’이라 한다)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A건설이 실시설계 적격업체로 선정됐다.

이 사건 각 입찰에서 실시설계 적격업체로 선정된 건설업체의 경우 최소한 입찰기일 5~6개월 전부터 위 각 공구의 입찰참여를 결정하고, 설계사들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입찰에 대비한 준비를 해 온 반면, 903공구에서 탈락한 A건설과 909공구에서 탈락한 원고의 경우 입찰기일 1개월여 전에 비로소 해당 공구 입찰참여를 결정했다.

903공구에서 탈락한 A건설의 경우 D건설엔지니어링과의 계약을 통하여, 위 공구에 대한 입찰을 준비해 오다가 원고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B건설의 E엔지니어링과 D건설엔지니어링에 대한 설계용역의뢰에 따라 약 80% 정도 완성된 기본설계서를 그대로 이용하여 위 공구의 입찰에 참가했다.

909공구에서 탈락한 원고의 경우 F엔지니어링과의 계약을 통하여, 위 공구에 대한 입찰을 준비해 오다가 A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C건설의 G엔지니어링에 대한 설계용역의뢰에 따라 상당한 정도로 진척된 기본설계서를 그대로 이용하여 위 공구의 입찰에 참가했다.

위 각 설계용역대금이 과학기술부의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에 의하여 산정된 기본설계비보다 훨씬 낮을 뿐만 아니라 탈락시 발주처로부터 지급받을 설계보상비와 같은 금액이었으므로 A건설이나 원고가 위 각 입찰에서 탈락한다 하더라도 별다른 손해가 없었다.

903공구에서 탈락한 A건설과 909공구에서 탈락한 원고는 모두 공사수행능력 평가에 유리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지 아니하여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상대 업체에 비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설계평가 또한 상대 업체에 비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을 뿐 아니라 입찰가격에서도 상대 업체에 비하여 높은 금액으로 응찰하여 상대 업체에 비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고, 이러한 여러 부문에서 받을 평가를 예측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위 각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1개 업체에 불과하면 유찰되어 재입찰을 실시하여야 하는 경우, 903공구 입찰에 있어서 원고는 위 공사를 낙찰받기 위하여 B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반면, A건설은 위 공사를 낙찰받기 위하여 입찰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위 입찰이 유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B건설의 설계서를 이용하여 형식적으로 참가하고, 909공구 입찰에 있어서 A건설은 C건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반면, 원고는 위 공사를 낙찰받기 위하여 입찰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위 입찰이 유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C건설의 설계서를 이용하여 형식적으로 참가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A건설은 그 행위의 외형상 이 사건 각 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방지하고 903공구 입찰에서는 원고가 응찰한 가격이, 909공구 입찰에서는 A건설이 응찰한 가격이 그 낙찰가격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고, 또한 A건설은 위 903공구 입찰에, 원고는 위 909공구 입찰에 형식적으로 참가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쟁 없이 1개 업체만의 입찰참가에 의하여 낙찰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여 실질적인 경쟁을 통하여 낙찰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소멸했다.

원고와 A건설이 이 사건 각 입찰에 형식적으로 참가한 행위는 입찰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결국 원고는 A건설과 이 사건 각 입찰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대법원은 건설업계에서 턴키공사입찰과 관련하여 사실상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입찰참가자들간의 가격에 대한 자율조정행위에 대하여 입찰담합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업체들로서는 턴키공사 입찰과 관련하여 경쟁업체들과 가격을 일정비율로 협의하여 조정하고 순수하게 기술경쟁만으로 승부를 보자고 하는 종래의 영업방식을 고집할 경우 입찰담합을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담당자들은 물론 회사마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현행법상 입찰담합으로 인정될 경우 그 건설업체와 담당자는 형법상 형사처벌은 물론 국가계약법 또는 지방계약법상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게 되고, 건설산업기본법상 영업정지는 물론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처분을 받게 되어 회사 및 담당자가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지금부터라도 턴키공사 입찰과 관련하여 가격에 대한 자율조정방식의 영업을 포기하고 정정당당한 태도로 입찰경쟁에 참여하여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성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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