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시 원인규명 불가… 전문업계 ‘곤욕’
하자시 원인규명 불가… 전문업계 ‘곤욕’
  • 김은경 기자
  • 승인 2007.04.2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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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자재로 인한 하자도 시공이 맡아
경남 김해시청이 발주한 상하수도 공사를 맡았던 A사. A사는 시공한지 보름만에 수압테스트를 한 결과 접합부위 소켓에 물이 새니 보수공사를 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100mm PE 급수관을 사용한 A사는 시공한지 보름만에 누수가 생길 수 없다며 즉시 한국건자재시험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했다. 결과는 PE관 자체 규격미달. KS규격상 100mm 규격의 경우 지름114~115.9mm가 정상인데 반해 112.5~113mm까지 크기가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나 이 시험결과는 소용이 없었다. 김해시청이 기술표준원으로부터 다른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내설된 관은 외압에 의해 변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것. 이에 A사는 감사원을 통해 8차에 걸친 판정을 요구했으나 기표원의 이러한 해석으로 번번히 거절당했다.

통상적으로 상하수도관은 시공후 변형이 있으면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다. 그러나 기표원은 이후에도 여전히 시공전 제품을 주기적으로 규격조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로 물러서고 있고, 이를 가려줄 것을 감사원에 요구했으나 여전히 감사원은 이전 기표원 결과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가 제기된지 2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억울함이 커진 업체에 감사원이 던지고 있는 말은 “대충 마무리짓고 넘어가자”는 말이다. 관급자재 납품시 관련공무원의 주변인물들이 연루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덮고 넘어가버리려는 행태라고까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A사는 불량 관급자재로 촉발된 이번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형사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H중공업으로부터 인천공항 비행기 탑승구 시공을 맡았던 B사. B사는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시공불량이 원인이 아닌데도 5년이 넘도록 하자보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손물의 경우 5년으로 규정된 발주처시방서는 소용이 없었다. 원청시방서에 10년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청시방서 조항 때문에 전문건설공제조합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B사는 이미 K건설사로부터 하도받은 공항주변 부대시설 공사시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높은 염분, 습기 등으로 인한 제품변형 문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수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이번에는 공인시험기관으로부터 시공상의 불량이 아님을 판정받아 일단락됐다. 이미 건설사와 협력관계는 끊어진지 오래다. 현재 B사는 비용청구까지 준비하며 비행기 탑승구의 경우도 제대로 된 원인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최저가 확대로 이를 하도급받는 전문건설업체들의 수익이 크게 떨어지면서 하자보수기간과 조건 등에서 지나친 계약조건으로 인한 전문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는 특히 하자가 발생될 경우 명확한 원인규명이 어렵기 때문에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와 B사의 경우도 하자발생시 원인규명이 제대로 됐다면 애초에 문제될 일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설조건 상 어떠한 이유로 하자가 발생했는지를 정확히 가려줄만한 국가기관 및 공인기관이 없는 상태다. 비슷한 일을 하는 몇몇 기관들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발주처의 불량자재나 잘못된 설계로 판정되더라도 다른 공사를 염려해 제대로 반발할 수 없는 구도다. 하자보수기간도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터무니없이 길게 책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사금액은 계속 줄어들고, 보수비용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나면서 전문건설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이에 전문업계는 하자발생시 원인규명이라도 제대로 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김은경 기자 rosie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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