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로보틱스에 대한 문제의식

기술개발과 생산의 주체가 다르다는 딜레마가 최대 문제 택트공법의 개념 적용한 로봇 도입 건설현장 조성해야

2026-10-22     김우영 비퍼플 대표
김우영

지난 20일 오전, 서울 페럼타워에서 열린 건설로보틱스혁신포럼 출범식에서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건설로봇의 현장 확산과 피지컬 AI 기반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정부 정책방향을 밝혔다. 민·관·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건설로봇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책·제도, 기술·안전, 산업·데이터 등 3개 분과를 구성, 과제발굴 및 정책방향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불확실성이 높고 정형화하기 어려운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에 건설로봇을 이용한 생산방식은 전통적인 건설생산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방향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거의 우리 건설산업이 경험한 실패 사례와 인사이트는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건설 로봇은 1990년대에 일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했다. 일본의 대형건설업체들은 앞다투어 건설 로봇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30여층 규모의 빌딩을 로봇만으로 건설한 사례도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세기말에 일본의 최대 건설회사인 다이세이건설의 기술연구소장이 한국에서 '종합건설업의 딜레마'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 인력과 자본이 풍부한 종합건설업체들이 로봇 등의 기술개발을 하지만, 실질적인 생산은 전문건설업체가 하므로 그 기술개발의 과실이 온전히 종건사의 몫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동력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기술개발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건설로봇은 나름 성공적인 사례들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건설회사들의 관심밖으로 사라졌다. 명목상으로는 경제성 문제가 언급되었지만, 실질적으로 건설산업의 생태계 구조에 따른 딜레마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경험을 살펴볼 차례다. 건설사업은 다수의 공종으로 복잡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개별 단위 공종을 수행하는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각 공종마다 천차만별이며, 선후행 공정의 이런 시차는 연계된 공정의 충돌을 유발하고 현장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는 라인 상의 단위 작업들의 소요시간이 동일하게 주어짐으로써 선후행작업 간 충돌 없이 일정하게 작업이 진행된다. 이같은 개념을 건설 공정관리에 도입한 것이 택트공법이다.
국내 건설회사들 중에는 택트공법을 적용해 생산성과 현장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가 있었다. 문제는 이 공법을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담당 전문건설업체들이 그만한 기술력과 숙련도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일반 협력업체들과는 차별화되는 대우를 하면서 택트공법을 위한 전문 협력업체들을 육성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해당 업체들이 그들만의 독점시장임을 인식하고 공사단가를 높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경제성 문제로 택트공법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됐다.

건설산업은 전체적인 공정 계획 수립, 자금 조달 및 현장 관리, 안전·품질·환경 관리 등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 운영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종합건설과 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에 대해 직접 시공기술과 장비, 전문 인력을 투입해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로 나뉘여 있다.
전체 사업의 계획과 관리를 종합건설이 담당하고 분야별 생산은 전문건설이 담당하는 생태계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형건설업체들도 다양한 종류의 건설로봇이나 드론 등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되고 있는 로봇들은 크게 특정 공종의 시공을 위한 생산용 로봇과 계측이나 모니터링을 위한 관리용 로봇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종합건설업체가 특정 공종을 직접 시공하지 않는다면 생산용 로봇을 사용할 일은 극히 드물며, 대부분 관리용 로봇을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생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생산용 로봇에 대한 개발 주체와 사용 주체가 다른 것이 1990년대 일본 건설로봇의 경험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문건설업체 중에도 개발여력이 있는 회사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택트공법을 적용했을 때와 같은 독점화에 따른 경제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하는 목적이 타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건설산업의 생태계 구조 상 다른 종합건설업체와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전문건설업체들로부터 생산성이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 공종의 생산성만으로 경쟁우위를 가져갈 수 없다.
결과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은 장기적으로 건설산업 전체가 효율성 높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제로서 의미가 있으며, 상대적인 경쟁우위는 이들 기술의 조합과 배분능력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당장에는 종합건설업체들이 생산용 로봇의 개발에도 적극적일 수 있겠지만, 건설산업의 생태계 구조 상 장기적으로는 그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건설 로봇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수립함에 있어 전향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정부나 제3의 기관이 운영하는 건설로봇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건설로봇을 개발한 기업이 플랫폼에 해당 기술 또는 로봇을 등록하면서 적용 세부공종과 활용방법, 사용조건, 단위 사용료, 발현 성능 등을 등록하게 하는 것이다.
각 공종별로 건설로봇의 풀이 마련되면 공종별 전문건설업체들이 각 기술이나 로봇의 특성을 검토 후 선정해서 일정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특정 사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종합건설업체는 이 다양한 로봇들을 어떤 조합으로 운용함으로써 특정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느냐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 물론, 플랫폼에 등록한 기술 또는 로봇 사용료도 부가적인 수익이 될 것이다.

다만 단일 로봇으로 특정 공종만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주공정(critical path)에 해당하는 공종들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로봇 적용이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앞서 언급한 택트공법의 개념이 적용되는 로봇도입 건설현장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므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당면한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고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로봇개발과 활용이 될 수 있도록 과거의 실패경험과 건설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잘 살펴보고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