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는 반복되는데, 안전은 왜 점수로 보지 못할까
중대사고 외에도 '아차' 사고와 위험 신호도 함께 살펴야 반복되는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한층 무겁게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1년간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공개된 통계에서도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이 확인된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 2일까지 182개 기업에서 동일유형 사망사고 687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떨어짐·끼임·부딪힘 등 3대 재래형 사고가 83.3%를 차지했다. 반복 재해 상위 20개 기업 중 13곳은 건설업이었다. 원인도, 예방법도 이미 알고 있는 사고가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잘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은 1건의 중대사고 이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무상해 사고가 존재한다는 '1:29:300'으로 설명된다.
약 100년 전에 제시된 이 법칙이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도 분명하다. 중대사고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나타나는 수많은 '아차' 사고와 위험 신호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사망사고도, 부상 사고도 없었던 현장을 생각해 보자. 같은 기간 작업자가 위험구역에 수십 차례 진입했고, 중장비와 작업자의 위험한 근접이 반복됐으며, 보호구 미착용도 계속됐다면 그 현장을 단순히 '무사고 현장'이라고 평가해도 될까.
건설 현장에서 CCTV와 비전 AI를 활용해 보호구 미착용, 위험구역 접근, 중장비 근접과 같은 상황을 감지하는 기술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이제는 감지 이후를 볼 차례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포착되는 위험 이벤트가 경보와 개별 조치로 끝난다면 한 달 뒤에도 같은 위험은 되풀이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하나의 지표로 계속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100점 만점으로 현장의 안전 수준을 보여주는 점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 90점대를 유지하던 현장의 점수가 최근 몇 주 사이 70점대로 떨어졌다.
세부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중장비와 작업자의 위험한 근접이 크게 늘었고, 특히 특정 작업구역과 오후 시간대에 집중돼 있었다.
관리자는 막연하게 '안전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하는 대신 작업자와 장비의 동선을 조정하거나 해당 시간대의 작업계획을 우선 점검할 수 있다. 이후 근접 위험이 실제로 줄고 점수가 다시 회복되는지도 확인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기보다, 사고 이전에 나타나는 위험의 변화를 보고 먼저 움직이는 방식이다.
어나더리얼의 '아이세이프 스코어(iSAFE Score)'는 이러한 방식으로 현장의 안전 수준을 정량화한다. 현장 CCTV와 비전 AI 솔루션 '어나더 아이(Another Eye)'를 연동해 위험구역 접근, 보호구 미착용, 중장비 근접 등 위험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벤트별 위험 가중치와 발생 빈도를 반영해 안전 점수를 산출한다.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한 위험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점수의 변화와 추이를 통해 현장의 위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축적된 점수와 위험 데이터는 '어나더 리포트(Another Report)'를 통해 정기 안전리포트로 자동 정리돼, 현장별 변화와 주요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여러 현장을 운영하는 건설사라면 안전 점수의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본사가 20개 현장을 관리한다고 가정하면 사고가 난 현장만 보고받는 대신 최근 몇 주간 점수가 계속 하락하는 현장, 추락 관련 위험이 갑자기 증가한 현장, 개선 조치를 했는데도 같은 위험이 반복되는 현장을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여러 현장에서 같은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의미가 있다. 특정 공종에서 중장비 근접 위험이 반복된다면 개별 현장에 주의를 주는 데서 끝내지 않고 공통 작업 절차나 장비 동선 기준을 점검할 수 있다. 한 현장에서 포착한 위험의 패턴이 다른 현장의 사고를 막기 위한 선행 정보로 활용되는 것이다.
안전 회의의 질문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달 사고가 있었는가"에서 "어떤 위험이 늘었는가", "같은 위험이 어디에서 반복되고 있는가", "지난달 조치한 위험은 실제로 줄었는가"로 옮겨갈 수 있다.
기업은 공정률과 원가, 품질을 이미 숫자로 관리하고 있다. 산업안전도 사고가 발생한 뒤 결과를 집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고가 되기 전 쌓이는 위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위험이 증가하는 현장에 먼저 개입하고, 조치의 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산재는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위험을 더 일찍 발견하고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 사고 건수 '0'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 이제는 현장의 안전 점수가 그 역할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