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전시장에서 그리는 조경의 미래

조경가들이 어떻게 사유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주목 당장의 물량만이 아닌 조경의 자생적 수요를 길러내야

2026-07-22     최영준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최영준

돌아보면 꼭 한 해 전 여름의 일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Verdant Collectives: 조경가 그룹전'이 열흘간 열렸다. 십 년 남짓 각자의 방식으로 조경 실천을 이어온 일곱 스튜디오, 열 명의 조경가가 일 년 가까이 함께 준비해 도착한 자리였다.
솔직히 확신이 없는 시작이었다. 완성된 조경 공간이 아니라 조경가의 태도와 사유를 전시한다는 포맷이 과연 관객에게 유효할지, 미술관이라는 그릇이 조경에 맞기는 한 것인지, 준비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전시는 완성작의 나열이 아니라 조경가들이 어떻게 사유하고 무엇을 지향하며 작업하는지, 그 태도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조경의 결과물은 도시 어디에나 있지만 그 공간을 만든 조경가의 이름과 사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조경은 배경을 잡아주고 어우러짐을 추구하는 분야여서 잘된 결과물일수록 드러나지 않고, 그 익숙함 속에 조경인의 태도도 그렇게 굳어졌는지 모른다.
이번 전시는 그 관성을 조금이나마 넘어서 보려는 작업이었다. 조경이 사회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좋은 공간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그것을 사회의 언어로 번역해 내보여야 한다.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해 가을에는 설계회사들의 창립 기념 전시가 잇달아 열렸고, 한옥위크는 조경과 정원을 주제로 삼았으며, 학부생들의 자발적 모임도 전시를 직접 기획했다.
조경을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공감과, 조경 안에 드러나지 않은 문화적 의미가 크다는 집단적 각성이 무르익고 있다는 증거다.
조경의 일은 그 자체로 지구를 건강하게 하는 실천이며, 누구에게나 호소력 있는 캠페인의 콘텐츠가 되기에 충분하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조경의 쓸모를 증명하는 데는 부지런했지만, 조경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데는 게을렀다.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운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의 물량만이 아니라 조경의 자생적 수요를 길러내는 문화적 저변이다.
경관이 곧 복지가 되는 시대에, 조경 문화를 가꾸는 일은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그래서 이 전시를 일회로 끝내지 않고, '연두빛 사람들'이라는 기획명 아래 몇 년 단위로 새로운 조경가 그룹을 발굴해 전시와 출판, 아카이빙으로 동시대 조경의 흐름과 감각을 기록하는 일을 지속하고자 한다.
그렇게 쌓인 조경 문화가 뜻있는 발주처의 의식을 움직이고 인접 분야의 시선까지 바꾸어 놓기를 바란다. 요즘 정원문화와 함께 '돌봄'이 강조되지만, 정작 돌봄이 필요한 것은 조경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조경이 세상을 돌보는 만큼 우리도 조경을 돌보고 가꾸고 자랑해야 한다. 미래는 운명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이 만든다. 조경의 가치를 스스로 말하고 내보이는 선택을 착실히 쌓아갈 때, 조경이 그리는 미래는 조금 더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