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하도급대금 직불합의에 관한 묵시적 합의해지의 판단기준
발주자가 증액 미동의시 기존 합의 효력도 문제될 수 있어 사정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 합의해지 성립 인정 어려워
1. 문제의 소재
발주자, 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사이에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직불) 합의’를 체결했으나, 이후 공사대금 증액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발주자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기존 직불합의의 효력까지 문제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에서 ‘하도급대금 직불합의’에 관한 묵시적 합의해지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가 있으므로 이를 소개한다.
2. 판례의 입장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5다215212 판결)
가. 사실관계
1) 대구지방조달청은 2018. 9. 10. 피고 대구광역시 산하 도시철도건설본부(이하 “발주자” 또는 “피고 대구광역시”)를 수요기관으로, 나머지 피고들 (이하 “원사업자” 또는 “피고 공동수급체”)을 계약상대방이자 공동수급인으로 하여 ‘대구지하철역 출입구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2) 피고 공동수급체는 2019. 4. 1. 수급사업자인 원고와 위 공사 중 일부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
3) 한편 원고와 피고들은 2019. 5. 1. 발주자인 피고 대구광역시가 직접 원고에게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기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직불합의’)를 했고, 이후 여러 차례 직불합의 금액이 변경됐다.
4) 이후 원고와 피고 공동수급체는 2020년 12월 무렵 하도급계약금액을 추가로 변경하는 추가합의서를 체결했으나 발주자인 피고 대구광역시가 날인하지 않았고, 2021년 10월 이후 대구광역시는 지급보증 조치를 요구하면서 원고에 대한 직접지급을 거부했다.
5) 이에 원고는 발주자인 피고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이 사건 직불합의가 있음을 전제로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했고(제1예비적 청구), 이에 대해 피고 대구광역시는 기존의 직불합의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합의해지 됐다고 주장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원고와 피고 공동수급체가 기존에 피고 대구광역시와 사이에 합의된 하도급대금 직불합의금액을 임의로 증액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을 체결하려 시도했고 ② 이에 피고 대구광역시가 변경계약서에 날인하거나 승인하지 않고, 피고 공동수급체와 공사 감리자에게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미합의를 통보하니, 피고 공동수급체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조치를 하라’는 통보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존의 직불합의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합의해지 됐다고 판단해 원고의 피고 대구광역시에 대한 제1예비적 청구를 기각했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① 묵시적 합의해지는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당사자 사이에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는 경우에만 성립하고 ②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인 경우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해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춰 이례적이므로 이 경우 쉽사리 합의해지가 성립했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③ 하도급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기존의 직접지급합의 중 아직 시공이 완료되지 않아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묵시적 합의해지가 성립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수급사업자가 향후 시공을 완료하더라도 그 부분 공사대금을 발주자에게 직접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점에 관해서도 의사가 일치돼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합의해지가 성립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이미 발생한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한 정산 협의를 거쳤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피고 대구광역시가 변경계약서에 날인하거나 승인하지 않은 것은 기존 직불합의금액의 변경에 관해 의사가 일치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정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춰 보면, 기존 직불합의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합의해지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이 부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3. 결론
대상판결에 의하면,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간 체결된 ‘하도급대금 직불 합의’는 쉽게 해지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묵시적 합의해지 역시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대상판결에서는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이후에는 발주자가 원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생긴 사유를 근거로 수급사업자에게 대항하기 어렵다는 점도 명확하게 판시한 바 있으므로 이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건설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