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강의실의 도면에서 현장의 흙으로
봉사단 활동 통해 조경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기회 얻어 조경 통해 소외된 이웃 살피고 아이들의 꿈 담기로 다짐
조경을 전공하며 보낸 대학 생활, 나에게 조경은 주로 모니터 속의 CAD 선이나 정교하게 그려진 설계 도면 위에만 존재했다. 중학생 때부터 도시의 녹지를 꿈꾸며 대학까지 오게 됐지만 손끝에 닿는 실체 없는 이론들은 때로 막막하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만난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은 내 대학 생활의 지표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전환점이었다. 10기 부원을 시작으로 11기 부대표를 거쳐 현재 12기 대표에 이르기까지, 내가 꿈꿔오던 조경 활동을 즐긴 것 같다.
■ 아이들의 상상력과 현장의 땀방울이 가르쳐준 조경
봉사단 활동은 책과 화면으로만 보던 조경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기회였다. '어린이조경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시선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거대한 수영장, 눈썰매장, 그리고 놀이기구가 있는 '말도 안 되는' 설계안들을 보며, 그동안 현실의 제약에 갇혀 잊고 있었던 조경의 순수한 본질인 '사람의 행복을 설계하는 일'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또한 정기적으로 방문한 장애인복지관과 가평 꽃동네에서의 시간은 식물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직접 삽을 들고 흙을 파며 식재하고 관수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즐거운 실무 교육이었고, 정돈된 정원을 보며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내가 가꾼 공간이 지닌 힘을 실감하게 했다.
■ 희생이 아닌 즐거움, 나를 채우는 나눔의 힘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봉사에 대한 정의를 새로 쓰게 되었다. 흔히 '봉사'라고 하면 개인의 희생이나 일방적인 기부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3년 동안 경험한 나의 녹색나눔봉사단의 활동은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조경을 마음껏 즐기며 땀 흘리는 시간 자체가 곧 나눔이 된 거다. 단원들과 함께 흙을 파고 나무를 심는 실습의 과정, 그리고 어린이조경학교에서 아이들과 조경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커다란 성취감이었다.
나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열정을 나누며 오히려 내 안이 채워지는 기분, 그것이 내가 느낀 봉사의 진정한 얼굴이었다.
앞으로 활동 기간 동안 나는 다른 단원들 역시 내가 느꼈던 그 '채워지는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조경이 단순히 도면 위의 선을 긋는 작업을 넘어, 소외된 이웃의 창가를 밝히고 아이들의 꿈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자 한다.
3년 전, 처음 봉사 활동을 하며 느꼈던 그 설렘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조경을 통해 더 푸르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씩씩하게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