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빈 자이라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이규빈 건축가, 공간의 쓸모와 아름다움을 논하다 └케이엔글로벌 사옥 설계,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건축' 통해 공간에 의미 불어넣어

2025-07-25     황순호
이규빈

■ 자이라건축사사무소 및 이규빈 건축사 소개

자이라건축사사무소는 이규빈 건축사가 지난 2022년 설립한 건축사사무소로, 이름은 이탈리아의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도시의 이름인 '자이라'에서 유래했다. 일상 속 작은 요소나 평범한 장소를 통해 도시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건축과 도시를 설계하고 있다.

이규빈 건축사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 서울특별시 총괄건축가·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한 승효상 건축가를 사사하며 그의 사무실 '이로재'에서 10년간 수련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건축가협회로부터 '젊은 건축가 펠로우십', 2022년 '김태수 크리틱 펠로우십'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1년부터 서울대 건축학과에 출강해 후배들에게 건축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업무 및 여행 목적으로 30여개국을 오가며, 낯선 도시에서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한 글과 사진을 모아 단행본 '건축가의 도시'를 출간하며 시민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5

■ 케이엔글로벌 사옥은 어떤 건축물인가

이규빈 건축사가 설계한 케이엔글로벌 사옥은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2025)' 디자인 콘셉트(Design Concept) 부문 건축(Architecture) 분야에서 본상(Winner)을 수상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노르트하인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Design Zentrum Nordrhein Westfalen)가 주관하는 디자인 상으로,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케이엔글로벌은 지난 1994년 창립된 토목건설사로, 특히 지하터널 분야와 전력구공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국내 최초로 실드장비 제작과 운영을 위한 공장을 건립, 국산화에 성공해 가동 중이기도 하다.
새 사옥은 6m 층고의 1층 카페테리아를 시작으로, 2층에는 기업 홍보를 위한 전시 공간, 3~5층은 사무 공간, 6층에는 회장실과 접견 공간이 배치돼 있으며, 옥상에는 한강과 롯데월드타워를 조망할 수 있는 정원과 휴게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규빈 건축사는 사옥을 설계함에 있어 지하 터널 시공을 전문으로 실시하는 케이엔글로벌의 정체성을 '콘크리트 라이닝(Concrete Lining)'의 콘셉트로 승화시킨 외관과 공간 구성, 첨단 시공기술을 결합한 설계를 제시했다. 콘크리트 라이닝은 터널 굴착 후 지반과 1차 지보재 사이에 타설되는 최종적인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리킨다.
여기에 단순히 직설적인 터널형 디자인 대신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은유'하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제시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케이엔글로벌

■ 이규빈 건축사 인터뷰

- 본인은 건축물 설계에 있어 평소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는가.

건축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외관의 미적 예술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물이 갖는 '의미'에 주목하는 편이다.
케이엔글로벌 사옥 또한 설계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대한민국에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을 도입한 선구자 격임에 주목, 콘크리트 라이닝에서 모티프를 딴 디자인을 제시하며 최대한의 존중을 표하고자 노력했다.

이와 더불어 의뢰자인 김중희 케이엔글로벌 회장님이 보여주신 존중 또한 설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개업하지 얼마 되지 않은 건축사를 몸소 방문해 설계를 의뢰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건축사의 젊음에서 오는 참신함, 그리고 열정을 믿는 일종의 '도전'이나 다름없다.
또한 의뢰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여러 요구사항이 붙으며 초기에 기획했던 콘셉트 등이 여러 번 바뀌는 경우도 흔한데, 김 회장님께서 설계자의 비전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심으로써 그 철학을 건축물에 있는 그대로 반영, 이번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 본인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IoT 등 스마트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실제로 최근 건축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 특히 AI 렌더링을 사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시 공간 및 설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설계 초기의 '리서치'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과거 사례 등을 수집·축적해 참고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 많은 시행착오, 더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설계의 디테일과 그 결과물의 질이 향상되고, 그 과정에서 건축가 본인의 철학 등을 보다 명료하게 반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예산 등의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건축가 본인이 바라는 콘셉트 및 철학을 담은 '텍스트'를 AI에게 전달하면 AI가 그 텍스트 속에서 중요한 '맥락'을 스스로 파악해 디자인에 반영하며, 여러 차례에 걸친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결과물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 본인이 생각하는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건축'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가장 먼저 '이 디자인이 왜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찰하면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건축물이 들어설 주변의 외관과 건축물이 미칠 영향, 그리고 건축물의 존재 의의 등을 모두 고려하며 건축물을 설계하는 그 시간대의 일시적인 유행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타지 않는 일관성 있는 철학을 반영한 '통시적'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지난 1928년 스위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중심으로 결성된 국제회의 '근대건축국제회의(CIAM)'에서 근대건축 및 도시계획의 이념을 제시하고, 건축의 규격화 및 합리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계획, 주택 단지의 합리적인 배치, 도시와 인간 등의 다양한 주제의 실현을 도모한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그저 심미성만을 탐구하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이용하는 합리적·실용적인 건축물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러한 주제를 논할 때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사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좋은 건축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반인들과 건축계 종사자들의 관점이 다른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프리츠커상은 '가장 아름다운 건축 작품'을 시상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과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한 건축가를 시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심사 과정에서도 건축가의 국적·인종·종교·이데올로기를 일절 반영하지 않고, 건축적 작업을 이루기 위해 들어간 양질의 혁신성과 건축적 사고의 훌륭함과 더불어 건설 기술의 적절한 사용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것이 곧 국내 건축사들의 역량이 세계 주요 국가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건축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 시공품질 또한 전세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굳이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면, 부동산 가격 등의 현실적인 문제, 다소 경직돼 있는 법적·제도적 규제로 인해 건축사들이 기술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건축 철학'을 자유롭게 개진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 
또한 건축계가 사회 및 시민들과의 '소통'에 다소 소극적인 점도 아쉬움이 남으며, '건축'을 주제로 삼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더욱 활성화함으로써 건축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를 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