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공포… 레미콘 납품 공백 현실화 우려 가중

건산연, 안정적인 납품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제안 도시기본계획 및 환경권 강화로 서울 내 레미콘공장 축소 노후 건축물 증가 및 잇따른 도시정비사업, 물량 확보 ‘불투명’

2025-07-16     황순호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전국 건설현장에 레미콘 납품을 거부하기로 결정, 11일 서울 용산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긴장 분위기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HDC현산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외시하고, 중소 레미콘 회사뿐만 아니라 운송사업자들까지 생계를 위협함에 따라 생존권 확보를 위해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취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 이하 건산연)이 지난달 30일 발간한 건설이슈포커스 ‘도심지 레미콘 납품 여건 실태와 취약성 진단 - 서울시를 중심으로’의 연구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의 노후 건축물 증가 및 도시정비사업 추진으로 인해 대량의 레미콘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다룬 것이다.

◼ 레미콘 납품 현황의 검토 배경

서울시는 과거 산업화와 도시화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관내 총 5개소의 레미콘공장이 가동되며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2005년 서울숲 조성사업, 2009년 성수신도시 종합조성계획 등으로 인해 2022년에는 성수동, 올해는 풍납동에서 각각 철거됐거나 철거가 예정되면서 현재는 세곡동, 장지동 등 2개소만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서울시의 레미콘 생산 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나머지 수도권 지역에서 대규모 공공 개발사업을 계획 또는 진행함과 더불어 만성적인 교통체증이 겹치면서 레미콘 납품이 지연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운송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타설 가능시간을 확보하고자 지연형 혼화제를 사용한 제품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은 ▷현장배치플랜트 설치주체 확대 ▷예외적 전량 생산 및 현장 외 반출 허용 ▷국토부 주관 사전협의체 운영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2018년 ‘공사용 자재 레미콘 수급 지연 방지대책’을 발표하며 ▷레미콘 사급전환 ▷분할계약 ▷수요기관 지정납품제 ▷대기업 물량배정 ▷인근공사단지 물량수급 제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변화하고 있는 레미콘 납품 공급망을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에 가까우며, 이에 상응하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레미콘 공급 및 품질 규정

레미콘은 수요처에 따라 ‘관급자재’와 ‘사급자재’로 구분된다. 관급자재는 정부 재정으로 구매하면서 관련 법령의 절차대로 구매 및 조달되며, 사급자재는 시공자가 주변 레미콘 생산시설의 제품에 관한 품질·성능을 검토한 후 계약을 체결해 납품받는 방식이다.
특히 관급 레미콘의 경우 아스콘·철근·시멘트 등과 함께 4대 관급자재 중 하나로 꼽히며, 연간 공급 규모도 2조7,000억원대로 4대 관급자재 전체 공급 규모의 42.18%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관급보다 사급을 우선 배정함에 따라 공공에 레미콘 납품 지연이 반복돼, 조달청이 공공 건설현장에 관급자재를 먼저 납품하는 우선납품제와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분할납품기한제를 도입하고 있다.
레미콘의 품질관리는 1994년 개정된 ‘건설기술관리법’에서 처음 지정됐으며, 현재는 건설기술진흥법 제57조 2항과 동법 시행령 95조 1항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여기에 국토부가 레미콘의 이력관리 및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레미콘 품질관리 강화방안’을 별도로 발표하고 있다.
또 레미콘은 원거리 운반 시 응결을 연장하고자 지연제를 사용하는데 현장배치플랜트를 통해 생산된 경우와 지연제를 사용한 경우는 배합에 차이가 있다. 여기에 균질하게 혼합되지 않은 상태로 같은 구조물에 함께 타설하면, 양생 과정에서 응결 시간의 차이로 일체화가 저해돼 ‘콜드조인트(콘크리트의 일체화가 저해돼 시공이 불량한 이음부가 발생하는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 레미콘 납품 실태와 예상 수요 시기

서울 관내 레미콘공장의 연간 추정 생산량은 2017년 702만㎥에서 2022년 588만㎥으로 5년간 16.2% 감소했으며, 올해는 372만㎥, 내년에는 잠정 288만㎥으로 9년 만에 58.9%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 생활권 중 도심권과 동북권·서남권 일부는 레미콘공장의 철거로 인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태며, 타설까지 운반 시간을 고려하면 도심권 레미콘 납품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변화한 레미콘 납품 공급망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차량 통행 및 운행 제한 또한 납품 시간을 제한, 공급량 축소와 특정 시간에 집중된 공사 수행으로 이어지면서 주변 지역에 교통난을 유발하거나 가중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내에서 노후화한 시설물의 교체・철거・보수 등의 다양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대비 건설공사 증가율이 326.1% 상승, 특히 서남권의 경우 466.3% 증가하는 등 레미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연구원에서는 지난 2022년 건축물대장 표제부 자료 기준 완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관내 노후 콘크리트 건축물이 전체 52.1%, 올해 시점 기준으로는 61.2%까지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노후 건축물의 전체 면적은 2033년 6,735만9,978㎡로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시의 노후 건축물을 레미콘 소요량으로 환산하면 2023년 기준 평균 6,543만9,341.1㎥ 규모의 물량으로, 이는 지난 2017년 서울·경인 지역의 레미콘 출하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의 전체 물량의 89.8%에 해당한다.
특히 도심권의 노후화율은 41.1%로 다른 생활권보다 0.4%p~16.2%p 높게 나타나고 있는 등 도심권과 동북권을 중심으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서 분석한 도시정비사업에 따르면, 시행인가를 받은 사업은 2033년부터 레미콘 수요가 증가하며, 관리처분인가 사업은 2027년부터 증가해 2030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종합적으로는 2027년부터 2038년까지 상당한 양의 레미콘이 투입될 것이라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박상헌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레미콘 납품이 원활하지 않은 모든 요인에는 도시의 급격한 팽창 및 고밀화, 레미콘 구매 관련 법령이 공통된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변화하는 도시환경에 대응하고 관련 업계의 성장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관급 레미콘 납품 문제에 효과적인 대처와 업체 간 공정한 유도 및 육성을 위해 수요기관과 조달청 간 업무 범위에 관한 조정, 성과 기반 계약 및 인센티브 제공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급 레미콘이 특정 단체 레미콘사의 의존성 심화로 인해 납품 공급망이 취약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면 공동 구매 시스템의 도입, 품질 제고 및 책임 명확화에 관한 기준과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크기의 이동식 배치플랜트 개발과 확산을 도모하는 판로 지원 정책, 비용 절감과 친환경성을 겸비한 건설장비로 진화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과 정부의 유인책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운영 방식이 다른 다양한 배치플랜트 도입 및 확산을 위해 시공자(품질관리자) 및 감리자 배치 기준을 바꾸는 한편 배치플랜트 설치 비용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현장배치플랜트 생산량이 50%로 제한되는 건설현장은 나머지 레미콘 물량의 납품 지연과 수급 불안정으로 공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는 바, 일시적으로 배치플랜트의 생산량 증대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동식 배치플랜트에 의한 ‘임대-생산-운영 및 유지관리’가 분화된 레미콘 납품 공급망의 적합한 사업 모델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공감대 형성 및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견인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