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학회, 제1회 해외건설포럼 개최
50년째 변하지 않는 ‘가격 중심의 낙찰자 결정 메커니즘’ 해외건설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건설제도 개선방향 제안
대한토목학회 정충기 회장은 15일 “2025년 우리나라 해외건설 60년, 누적수주액 1조억불의 특별한 성과를 달성하는 상황에서 학술단체인 대한토목학회도 해외건설위원회를 통해 해외건설을 위한 정책과 제도, 기술과 교육 등 미래 시장에 대한 우리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한토목학회 해외건설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해외건설포럼은 국내외 입낙찰제도를 비교 논의하면서, 우리 건설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높은,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국토교통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해외건설협회가 참여해 해외건설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발제와 열띤 논의를 진행했다.
1부 주제발표에서 해외건설협회 정창구 단장은 우리 해외건설의 60년 성과와 함께 향후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언에 대해서, 해외건설위원회 위원장인 현대건설 김기범 전무는 국내 건설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필요성과 엔지니어링 업체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발제했다.
이어 2부에서는 해외건설위원회 고문인 연세대학교 한승헌 교수와 9명의 패널이 90분 동안 열띤 논의를 펼쳤다.
국내 입찰제도의 정합성 개선과 관련해 기술을 평가하는 방식과 주체, 엔지니어의 역할과 역량 등에 대해 해외사업과 국내사업을 비교했으며, 중앙집중형 발주제도, 뿌리 깊은 갑을 문화 등도 주요 문제로 거론됐다.
이 밖에도 우수 건설인력 확보의 어려움, 첨단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 해외 건설기술자의 활용 등도 우리 업계가 당면한 현안으로 논의됐다.
또 모든 공사에 해외 입찰제도의 적용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에 일정 규모의 기술형 공공입찰에서 국제약관(FIDIC) 기반 계약, 발주자 중심 평가, 입찰서 오류 수정 기간 부여, 전문적인 기술평가, 핵심인력 등 세부사업 수행능력 평가, 실무경험이 부족한 외부인력에 대한 평가 배제 등 국내외 제도의 정합성을 갖춘 입찰 제도의 적용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공사를 잘 수행하는 국내기업이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건설기업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충기 회장은 “그간 해외건설 관련 논의가 수주 경쟁력 강화 및 공적개발원조(ODA), 민관협력(PPP) 등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번 포럼에서는 정책과 제도, 기술과 교육 등 질적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한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학회(위원회) 차원의 지원을 다방면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대한토목학회는 이번 포럼에서 제안된 핵심과제를 정책 의제화해 사안별 세부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국회에 정식 등록된 ‘미래국토인프라혁신포럼’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토론 |
◼ 김용구 도화엔지니어링 사장
오늘날 한국의 건설산업은 상당한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두 분의 발표에서도 보면 주로 건설 시공 위주로 내용이 구성돼 있다.
현재 건설산업 위기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면 시공의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과의 연계성, 엔지니어링과의 균형 발전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엔지니어링 없는 시공은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발표 내용(K-건설 기적의 60년)에 나오는 삼성물산에서 시공한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빌딩의 경우도 전체 사업비 1.1조원 중 PMC와 구조설계, 감리 등 엔지니어링에 약 6,000억원(55%), 시공에 약 5,000억원(45%)이 투자된 것은 보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또 약 2년 전부터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도 미국 등 선진국 PMO에서 주도하는 작품이다.
지난 6월 초 리야드에서 있었던 글로벌 PM 포럼에 1,100명이나 되는 세계 각국의 인사가 참여하고 아람코, PIF 등이 메인스폰서를 하는 이유도 산업 앞단의 엔지니어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건설산업의 많은 문제들이 혹시 이 앞단의 엔지니어링을 간과하고, 후단의 성과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 결과는 아닌지 한 번 뒤돌아 볼 때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일례로 제가 지난 3월에 싱가폴 제1의 엔지니어링회사 신사옥 개관식에 초대를 받아 갔었는데, 개관 축사를 현재 싱가포르 Lawrence Wong 수상이 직접 참석해 “싱가포르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으로 큰 나라다. 앞으로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도화엔지니어링은 1975년 국내 최초 해외 설계사업인 ‘이란의 코람샤 항만 설계’ 이후 지금까지 70여개국에서 800건 이상의 FS・설계・감리・PMO 등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많은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외부심의위원 pool이 있다든지, 대학 교수가 심의에 참석한다든지 하는 사례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 발주처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든지, PMO에 맡겨서 하고 있었다.
이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할 때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볼 관점이다.
제가 오늘 두서없이 말씀드린 의견과 사례들이 생소하거나, 동의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건설시장의 현실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엔지니어링이 주도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다면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글로벌화와 현재의 문제점 개선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획경영본부장(선임연구위원)
50년째 변하지 않는 ‘가격 중심의 낙찰자 결정 메커니즘’이 문제다.
가격중심의 낙찰제라고 비판받아온 적격심사제도, 종심제 등을 넘어 현재 기술형 입찰 역시 외형적으로 낙착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나 최근 수년간 유찰의 근본 원인은 ‘적정 사업비’ 혹은 ‘공사비’가 책정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개별 부처별 손쉬운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평가지표(일자리 창출, 안전, 하도급, 녹색기술, ISO 인증 등) 신설 및 변경이 수시로 발생되고 있다. 업계의 혼선 및 매몰비용발생뿐만 아니라 우수 낙찰자 선정 취지에도 훼손되고 있다.
국내 입낙찰제도의 변화 역사는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개선 노력이 강했으나, 부정・부패방지를 위한 사전 예방, 사후처벌 규율 강화 → 조달과정의 효율성 훼손, 소요기관 책임성 저하, 수요기관 수요 반영 저하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예산절감 중심 규정으로 계약상대자 일방의 피해 강요 및 뿌리깊은 갑을 문화가 매우 심각하다.
계약제도 전반에 걸쳐 예산절감 중심의 제도 규정(예정가격작성기준, 공사계약일반조건, 총사업비관리지침, 표준시장단가, 조달청 조사단가 등)이 있는데 최근 계약법 개정(부당특약 무효화 등)에도 불구하고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남용 문제가 여전하다.
공공 조달제도 발전방향으로는 민간 주도 → 공공지원 방향으로 제도 개선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
전체 제도 설계와 선진적 계약기법 도입 등은 중앙집중화(국토부 등), 당해 사업에 적합한 발주, 입낙찰, 계약방식의 선정과 운용은 발주기관에 위임해 분권화와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 맹목적 해외 입낙찰제도 도입 패러다임도 탈피해야 한다.
예산절감은 공공기관의 책무이나 적정 (정당한) 대가 지급 역시 지켜야 할 기본 룰이다. 정확하고 합리적인 대가(공사비) 지급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
국내 공공부문 대형사업에서의 문제 해결은 기술평가 등에서의 전문성 확보와 함께 산재된 법과 기준, 그리고 불필요 규제를 넘을 수 있는 단계별 각종 절차의 혁신이 필요하다.
◼ 임찬수 한국도로공사 해외사업 처장
해외사업에서 공기업의 역할을 이야기 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팀코리아인데 이제 해외건설시장은 기업경쟁력뿐만 아니라 외교 및 금융지원, 공기업과의 협력이 수주 당락을 좌우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건설에 대한 역할구조 재정립차원에서 팀코리아에서의 공기업은 어떤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하는지, 공공-민간간 역할구조는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해외건설시장이 ‘단순도급형 사업’에서 ‘투자개발형 사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경쟁환경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공공-민간의 유기적 협력을 강조하는 ‘팀코리아’ 체계를 구축해 해외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팀코리아’ 구성원별 역할과 관련 정부는 정부간(G2G) 협력, 외교 등 업무, 공기업(도공)은 사업발굴・사업관리・운영유지관리(O&M) 업무, 민간부문에서는 설계・시공, 금융 부문(수은・KIND 등)에서는 금융투자, 지원, 자문 등이 있다.
성공적인 ‘원팀코리아’ 추진을 위한 공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해외도로 분야 공공-민간 협력 활성화를 통한 사업 수주 제고 및 애로사항 해소 등을 위해 2022년부터 ‘해외사업 협력 플랫폼’을 해외투자 사업 및 엔지니어링 사업별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에는 해외도로사업 관련 공공기관・건설사・설계사 CEO 초청 간담회를 개최해 ‘해외사업 현황 및 추진계획, 플랫폼 운영방안’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향후 이러한 플랫폼 운영을 확대해 도로・철도・공항 등 인프라 공기업들이 함께 참여하여 시그니처 사업을 공동 발굴 및 추진하고, 공기업별 주요 진출 국가기관 네트워크도 공유하는 협의체도 운영하고자 한다.
추가로 해외건설 수주의 활로를 더 크게 확대할 수 있도록 국내 입낙찰제도와 건설규제를 국제규범에 맞도록 탈바꿈해야 한다.
입찰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부정행위 및 불공정 경쟁을 방지하고, 입찰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가격 외에도 기술력・혁신성・품질 등을 평가하는 비중을 확대해 기술력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평가 과정에 기술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또 불필요한 입찰 과정의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처리 속도를 높여 신속하게 입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입찰 제도의 운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해 개선할 것이며, 입찰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수렴하여 제도의 개선을 반영하겠다.
국내 입찰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하는 것은 건설 산업의 투명성・공정성・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궁긍적으로 국내업체들의 해외 수주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 임영선 삼성물산 토목사업본부 팀장
해외프로젝트 입찰과정에서 기술평가를 누가 어떻게 주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해외 프로젝트 입찰의 기술평가 시 전문성을 보유한 발주처 기술담당과 PM・CM 업체들이 입찰서 발급부터 평가까지 전 단계를 수행한다.
기술평가 시에는 장기간 동안 Clarification 기간을 두고 각 입찰자들의 입찰 조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심도있는 기술 평가를 진행한다.
입찰 후에는 약 2~3개월 Post tender 단계를 통해 Clarification을 시행해 시공자의 기술 제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평가를 진행한다.
해외 기술평가제도가 국내에 적용되려면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문화와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갖추어져야 한다.
또 입찰단계에서 질의 응답 활성화를 통해 시공자가 발주자 의도 및 조건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현장 수주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개선할 점들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해외건설공사 발주는 투자를 수반하는 PPP형태의 사업이 다수 발주되고 있으며, 수출신용기관(ECA)의 금융지원이 동반된다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 현재도 이러한 금융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투자 지원 범위와 규모를 확대 필요하다.
올해 초 해외건설 근로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범위 확대(월 300만원에서 500만원) 및 해외건설 근로자를 대상으로 민영주택 특별공급 추천 규정 등 해외 건설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혜택이 필요하다.
기업도 해외 건설기술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외건설현장에 파견된 국내 건설사 직원들에게 주 52시간(근로기준법) 근무제가 적용되고 있어 지역에 따라 현장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6개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신청할 수 있으나 반려되는 경우가 있어, 현장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예외 사유 등에 대한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
초격차 기술경쟁력이 필요한 난이도 높은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 대표 건설기업으로서 이러한 트랜드에 대응한 기업전략이 필요하다.
자동화・무인화・BIM 포함 다양한 스마트 건설기술 적용 요구 확대 및 강화 추세에 맞춰 당사는 디지털・모듈화・자동화를 위한 기술 고도화 및 생산성 제고 노력을 지속 시행 중이다.
초격차 해외건설 상품기술을 육성하는 데 정부와 산학연이 어떤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관심이 필요하다.
자동화, OSC(Off-Site Construction) 포함 급속시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량과 탈탄소, 신재생 등 ESG 사업에 대한 민·관·학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투자개발형 사업이 유망한 점을 고려해 선진권역, 저개발국가, 중남미, 동유럽 등에서 정부와 공동으로 원팀코리아가 참여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 지원프로그램(시장 개척지원사업 예산 등) 규모 대폭 확대 등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시공사들이 선진권역이나 동유럽 등 새로운 시장에 과감한 도전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정인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정책연구소 소장
해외건설 수행 데이터 및 경험의 지식화가 필요하다.
세계 250개 기업도 20~30% 프로젝트는 적자를 보는 만큼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 관리의 문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핵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서 개별 기업들이 실제 해외에서 수행했던 다양한 데이터의 경험을 지식화하고 각각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자기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
해외사업을 수행하는 건설기업과 생성형 AI나 데이터 분석 기법에 전문성이 있는 기업이 협업해 국가별 시장해석 능력을 확보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해외건설협회에서는 해외사업 계약정보 모니터링과 축적은 하고 있지만, 수주액 중심으로 성과와 리스크의 심층 정보가 다소 부족하다.
이는 기업과 협회가 공조체계를 구축하면 정보분석 능력이 배가될 것이다.
건설공사 사후평가는 300억원 이상의 국내 공공건설공사를 대상으로 하는데 해외건설협회과 협업해 사후평가 관점의 해외사업 성과와 리스크 관리를 보태면 기업과 협회, 출연연이 함께 보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해외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김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