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나 이맘때면 향후 ‘주목’을 예약하는 신인 건축가들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통해서이다.
이 상은 지난 2003년 (사)새건축사협의회(이하 새건협)에서 건축 신진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신인건축가상’을 그 전신으로 하는데, 2008년부터 문광부로 주최를 이관해 ‘젊은 건축가상’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건축3단체(새건협, (사)한국건축가협회, (사)한국여성건축가협회) 주관 하에 만 45세 이하의 한국 건축가를 대상으로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36팀(사무소) 4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대부분 한국 건축계의 허리를 책임지는 중진으로 자리를 잡아 다시 후배 건축가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올해의 주인공은 바우건축사사무소의 ▷권형표ㆍ김순주(39세),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동준(스톡커 리 아키테티, 42세),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5년전 서울에 사무소를 오픈한 ▷이소진(아뜰리에 리옹 서울, 45세) 씨 등이다.
공모전 추진위에 따르면 이번에는 특히 국내 건축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건축가로 심사위원으로 구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선정작에 대한 대외 신인도를 향상시켰다고 한다.
심사위원장은 조성룡 성균관대 건축학과 석좌교수가 맡았으며,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조남호 (주)솔토건축사사무소 대표, 최 욱 ONE O ONE architects 대표, 강미선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신청접수 결과 총 19개팀이 지원, 이들을 대상으로 6월 5일 1차 서류심사에서 10팀을 선정했다.
이어 6월 9일 구 서울역사에서 펼쳐진 2차 공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발표와 인터뷰, 심도 깊은 토론 등을 통해 최종 3팀(4명)을 거쳐 선정했다. 특히 이소진 씨는 ‘올해에 가장 주목한 건축가’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준공된 건축물과 공간환경의 완성도, 건축과 사회에 대한 사고, 조직과 작업 방식,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능력 등 건축가로서의 기본 역량과 잠재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며, “최종 수상자는 3팀만 선정했지만, 1차 심사에 선정된 후보 10팀, 그리고 이번 젊은 건축가상에 응모한 19팀 모두 젊은 건축가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했다.
한편, 문광부는 오는 10월 ‘2012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 겸해 수상자 초대 전시회와 함께 작업의 내용과 과정, 건축철학 등을 수상자와 직접 대화로 나눌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며, 연내 작품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전문적인 교육, 자격, 다시 실무경험 등 숙련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건축가이기에 30~40대라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신인이라고 불린다.
건축계가 점점 녹록치 않아 건축설계의 길을 선택한 이들도 소수지만 신념과 희망은 더 또렷하고 꼬장꼬장한듯 싶다. 좁은길을 택한 이들의 제안이 한국 건축의 미래에 어떤 기대를 가능하게 하는지 최고의 심사위원들이 공감한 이야기를 통해 엿보기로 한다.
'2012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이소진·권형표+김순주·이동준” … 한국 건축의 내일을 빛낼 올해의 유망주
■이소진 | 아뜰리에 리옹-서울 “작업의 일관성과 작품의 성숙도에 주목”
프랑스 건축가로 활동하다 2007년 아뜰리에 리옹 서울을 설립, 당시 굴다리에 불과했던 한강 나들목을 시민들의 새로운 쉼터로 개선해 주목을 받았던 ‘한강나들목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시발점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규모의 건축 및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이소진 건축가. 심사위원들은 그 작업의 일관성과 작품의 성숙도에 주목하고, 이소진이 홀로 서는 건축가의 길을 걸어갈 역량과 의지를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이소진은 오랜 기간, 지방 소지역 도시설계, 가로재생, 공공디자인, 학교, 공공문화시설 등 다양한 유형의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제도적 난관 속에서도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방치됐던 가압장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윤동주문학전시관>에서 이소진은 도시의 집합적 기억과 시인의 기념공간을 섬세한 건축적 언어로 결합했다.
아울러 <윤동주문학전시관>이 건축가 개인의 작품을 넘어 우리 도시에 산재한 소규모 공공건축물의 재생과 활용의 의미 있는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권형표+김순주 | 바우건축사사무소 “소셜네트워크 통해 새로운 건축소통 모색”
바우건축(권형표+김순주)의 조직 및 시스템과 그들이 만드는 건축 유형, 프로그램, 구축법의 상호작용을 발견한 것은 흥미로웠다. 권형표+김순주는 건축을 둘러싼 척박한 환경에서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건축가들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했고, 거시적 도시 연구에서부터 미시적 디자인 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2009년 천안 전통민속주 전시체험관 및 춤주제관 현상공모에 당선돼 올해까지 세 번의 설계변경을 거친 <H museum>,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현상공모 참가작인 <Urban Void>, 망원동 근린생활시설인 <Coffee Factory>와 같이 단독주택, 펜션 리모델링, 커피점 등 상이한 도시적 맥락과 조건에 대응하는 소규모 민간 프로젝트를 완성함으로써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동준 | 스톡커 리 아키테티 “스위스의 한국건축가, 글로벌 환경의 가능성”
이동준은 지난 수년간 스위스에서 멜라니 스톡커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다양한 건축 유형을 실험해왔다. 한국 국적을 지닌 그는 스위스 트레모나, 멘드리시오, 랑카테 등의 지역적 조건에 맞는 완성도 높은 건축 해법을 제시하면서 독특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에 보여준 <Ishi> (2006, Tremona, Switzerland), <Faggio> (2009, Mendrisio, Switzerland), <BauBau> (2011, Rancate, Switzerland), <Sottobosco>(2010~, Genestrerio, Switzerland) 등 이동준의 작업은 글로벌 환경에서 국가와 지역의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점에서 이동준의 수상은 젊은 건축가상의 울타리를 공간적으로 확장하고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