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위기’-긴급 점검과 전망(2001/7/9)
해외건설 ‘위기’-긴급 점검과 전망(2001/7/9)
  • 정정연 기자
  • 승인 2001.07.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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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도 하락으로 50억달러도 힘들듯 해외건설이 위험하다.

이 위험한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면 다행이겠지만 전문가들과 업계 당사자들은 향후 몇 년간은 순탄치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해외건설시장이 국내 건설업체들에 있어 많은 수주의 산실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건설이 실상은 속빈강정에 지나지 않았으며 국내 각 건설업체간 과다한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원인이었음을 깨닫고 나니 남는 것은 돌아오지 않은 미수금과 신인도 하락이라는 불명예뿐이었다. 올 해외공사의 수주 목표액은 당초 80억달러였으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상반기를 결산해 보니 현재 수주액이 반도 못 미치는 13억 달러다. 그렇다면 과연 하반기에 80억달러를 채우기 위한 방침이 있는 것일까? 왜 해외공사가 이러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하반기의 전망과 대책 방안을 고찰해 본다.

▷현황
올 해외공사의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 6월 대비 45%도 미치지 못하는 13억 1995만달러로 51.5%가 감소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축부분을 제외한 토목, 전기, 산업설비 등 모든 공종에서 작년 상반기에 비해 현저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건축은 작년 1억4천달러에서 4억1천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공사계약금액도 절반으로 줄어 상대적으로 작은 공사만을 수주했음을 알 수 있다.

진출업체별 수주실적은 과거 해외건설 선두주자 역할을 하던 현대건설이 작년 15건에 비해 올해는 3건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현재 적극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삼성물산은 작년대비 1건이 늘었으나 수주공사중 단 한 건도 1억불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국가를 보면 해외건설진출이 가장 잦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올 상반기 단 2건에 그치는 등 전체적인 국가 진출량도 줄어들었다.

현재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공사진출시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금융문제이다. 해외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사 계약시 보증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그 보다 더 급한 불은 금융동반이다. 현 상황을 보면 해외공사가 대부분 금융동반을 요하는 공사인데 건설업체에게 금융지원을 해 주려는 데가 거의 없다는 점은 시대적인 흐름을 맞추어 나가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그는 “고부가가치 공사는 가격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과 금융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진출 할 수 없다는 것은 국가적인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재 국내 건설업체들에게 해외공사는 넘어야할 산이지만 방법이 없어 망연자실 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원인분석
해외공사 수주액이 이처럼 현저하게 낮아진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태황 박사는 “가장 먼저 현대·동아·극동·대우 등 해외건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의 연속적인 도산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취약한 재무구조와 투명하지 못한 경영체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있었다”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력에 바탕을 둔 수익성 위주의 사업구조를 혁신적으로 이끌어 오지 못해 부실경영으로 인해 대외신인도를 하락시켰으며, 발주자와 금융기관의 불신을 야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각 기업들의 신인도 하락뿐만 아니라 IMF이후 국가 신인도 하락은 건설업체가 해외로 진출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국가 신인도 하락과 맞물려 정부의 해외공사에 대한 미미한 지원을 들 수 있다. 해건협 관계자는 “정부의 건설업에 대한 지원 인식 부족은 생각보다 심각하며 보증을 비롯한 금융지원책을 내 놓고 있긴 하지만 너무 지지부진해 별 도움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토로했다.

한편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의 관계자는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해외공사에 대해 건설업체에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부작용을 초래 한 것 같다”며 “일본의 경우는 해외공사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6∼8%에 불과한데 반해 우리는 건설업체의 존립마저 해외공사의 수주량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해외공사에 대한 지나쳤던 기대를 아쉬워했다. 또 그는 “건설업체들간의 지나친 경쟁의식도 지금 상황에 일조를 했다.

국내 건설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그 무대만 해외로 옮겼을 뿐 서로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비방하고 과열한 수주전략이 결과적으로 그 발주국에 국내 건설업체에 대한 신인도를 떨어뜨렸다”고 말하며 바로 한치 앞만 바라보는 국내 건설업체의 시대착오적인 영업방식을 꼬집었다. 이처럼 현재 건설업체가 해외공사에서 과거와 같은 영화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신인도 하락이며 건설업체들의 능동적이지 못했던 경영전략이 가장 큰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하반기 전망과 대책
건설교통부측은 해외시장 자체가 가변적이고 앞으로 국가의 신인도가 점점 회복이 될 것을 예상해 하반기 수주금액이 약 50∼60억달러 정도는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시장 여건과 기업경쟁력을 감안해 볼 때 큰 기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설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앞으로 해외공사 영업방침에 대해 수익성 위주로 갈 것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해외공사의 진행은 다소 부진할 것이다.

건산연 김태황 박사는 “현대건설을 비롯한 국내 건설업체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 기업의 주요 진출지였던 동남아와 중동 시장의 발주 물량 감소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해외건설 수주 전망이 비관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공자 금융 부담 공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국내 기업은 금융 조달 역량이 부족해 많은 제약이 있을 것이다”며 “비교적 기술 난이도가 높지 않은 토목 또는 건축 공사의 경우, 현지국과 다른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 기업의 시장 잠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건설에 대한 보증 및 금융 지원제도가 정책적으로 개선되지 않거나 기업이 현재 수준의 직간접 금융비용을 부담하고서는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반기 전망을 밝혔다. 국내 건설산업에 있어 해외공사는 지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춰 국제적인 건설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서 해외공사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국내의 상황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더 이상의 무리한 경영전략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건설업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결방안의 첫 번째로 땅에 떨어진 신인도 상승을 꼽는다. 이에 대해 해건협의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빠른 시일 내에 사업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해왔던 취약한 재무구조와 경영방침에서 벗어나 기업체질을 강화해야 앞으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정부는 국내 건설업체의 실력이 무시할 만한 정도가 아님을 알고 건설업체에 보다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문가들도 기업차원에서는 신인도 상승이 가장 큰 문제이며 정책적으로는 금융 지원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증 발급 절차를 신속하고 간소화시키는 등 많은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다.

정정연 기자 cat@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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