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칼을 빼든 이유는 간단하다. 건설업체가 협상가격 이하로 레미콘 공급을 요구하기 때문이란다. 레미콘 업체들은 낮은 가격으론 도저히 수익을 낼 수도 없을뿐더러 품질확보조차 어렵다고 주장한다.
결국 가격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으로 공급중단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얘기다.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보통 먼저 약자의 편에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그럴 마음이 없다.
건설업체들이 협상가격 이하로 공급을 요구한다?
근본적으로 레미콘 가격이 흔들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깨졌기 때문이다. 레미콘 수요는 부족한데 레미콘 업체들은 출혈을 마다 않는 과당경쟁을 해왔다. 이런 과당경쟁이 가격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레미콘이란 상품이 업체별로 별다를게 없는 상황에서 영업력은 가격이 유일하다. 결국 협상가격 이하로 가격이 내려간 근본적인 이유는 업계 내부의 ‘이전투구’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주 경기지역 일부 레미콘 업체들이 공급중단이란 칼을 빼든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그들은 ‘양날의 칼’을 빼든 것이다.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간에는 ‘협상가격’이 존재한다. 협상가격은 레미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요즘엔 협상가격보다 10%까지 내려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레미콘 품질이 걱정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공급중단인가.
우선 관급물량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시장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을 방치하면 당장 내년 관급계약에 영향을 미친다. 1년 단위로 단가계약을 하는 관급물량의 가격결정은 민수단가를 기준으로 한다. 협상가격이란 게 무너진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관급물량 가격 또한 낮아질게 뻔하다.
결국 공급중단을 행동으로 옮긴 ‘깊은 뜻(?)’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또 있다. 레미콘협회 내부 사정도 한몫 거든게 아닌가 싶다. 듣기론 현재 레미콘협회는 내부분열 등으로 와해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조정기능이 상실된 상태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꺼낸 반전용 카드가 아닐까.
레미콘업계는 이번 사태로 근원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순 없다.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는 한 무대책이다.
차제에 레미콘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졌으면 한다. 그것이 저가 출혈경쟁으로 레미콘업계 전체의 공멸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다. 건설업계는 적정한 가격에 양질의 레미콘을 공급받아 레미콘 업계의 옥석을 가려주기 바란다.
레미콘업계의 결자해지를 기대한다.
윤경용(취재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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