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활용위한 사회기반 제공이 급선무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식시간을 제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49조).우리 사회에서 ‘반공일(토요일)’, ‘월차’ 등의 용어가 점차 생소해지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과 최근 몇 년 사이에 생활 패턴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된다. 물론 그런 변화는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편리함 뒤에 숨어있는 불편함에 익숙해질 것을 강요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경제적 여유와 의식의 변화, 기반의 확충 등 사회 전반적인 변화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아무래도 근본적으로는 주5일 근무제의 도입과 정착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아직은 공공부문과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고 중소규모 사업장은 단계적으로 도입되지만, 많은 사업장들이 노사협의 등을 통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5일 근무로 인해 노동성이 향상된다거나 또는 오히려 저하된다는 등의 논쟁이나, 관공서나 은행의 민원업무가 갑자기 불편해졌다든지 등의 부정적인 영향과 아울러 아직은 우리 사회구조가 실질적인 5일 근무(주 40시간이라는 절대적인 노동시간) 보장이 어렵다는 시각도 꽤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5일 근무제는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고, 더 성숙해지며, 지식. 문화사회로 도약, 발전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는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 저녁에서 일요일 밤 또는 월요일 새벽으로 이어지는 꽤나 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관련 기관이나 민간연구소 등의 분석에 의하면 주말여행, 스포츠, 취미활동 등의 증가로 숙박, 교통, 자동차 렌트, 레저산업이 활성화되고, 문화산업이나 교육산업이 고성장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여가행태에서도 2박3일 정도의 알찬 외국여행이나 가족중심 여가문화가 확산되고, 자기계발을 위한 효과적인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투잡’족이 늘어가는 것도 기회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부대효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주5일 근무는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삶의 질이 그동안의 개발과 투입 중심의 성장 중심에서 경제와 복지의 동반 성장을 통한 질 중심으로 사고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볼 때, 주5일 근무제가 그 유력한 계기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지지차에서 민선 3기의 주요 정책으로 ‘삶의 질’, ‘쾌적한 삶’ 등을 비전이나 실천과제 등으로 선언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반 요소 중 쾌적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사 연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외의 사례와 연구를 분석하고 전문가와의 심층인터뷰를 거쳐 도출한 결과 ‘레저/레크레이션’이 ‘쾌적한 삶’ 또는 ‘사회문화적 삶’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로 설정된 바 있다.
물론 단순히 여가시간이 증가되었다고 해서 삶의 질이 향상될 수는 없다. 여가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사회기반이 제공되어야 하며 여가의 기회에 대한 정보가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되고, 궁극적으로는 여가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여야 하는 등 아직은 주5일 근무로 인한 여가시간 및 기회 증가가 바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서서히 변화되어 흘러 온 큰 흐름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행복하거나 만족한 삶 즉 삶의 질을 생각하고 또 추구하기 시작했고, 그 실천 방법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를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다.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구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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