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건설기술진흥법상 부실벌점 부과를 기속행위로 해석한 사례
[변호사 칼럼] 건설기술진흥법상 부실벌점 부과를 기속행위로 해석한 사례
  • 김태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 승인 2024.10.30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속행위와 재량행위, 사법심사 형태부터 달라
부과사유 발생시 행정청이 의무적으로 부과여부 결정
김태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br>
김태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1. 문제의 소재

건설기술진흥법 제53조 제1항은 건설사업자, 주택건설등록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및 이들에게 고용된 건설기술인 등이 건설엔지니어링, 건축설계, 공사감리 또는 건설공사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부실공사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부실의 정도를 측정해 벌점을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부실벌점’이라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건설기술진흥법상 부실벌점 부과를 기속행위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재량행위로 봐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례가 있으므로 이를 소개하기로 한다.  

2. 판례의 입장(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3두54242 판결)

가. 사실관계

① 원고회사는 건설엔지니어링 및 감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 2는 원고 회사에 소속돼 감리업무를 수행한 건설기술인이다. 피고 서울교통공사는 서울특별시가 도시철도의 건설・운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공법인이다.

② 원고회사는 2018. 5. 14. 피고와 사이에 ‘지하철 1~4호선 내진보강공사 및 방음벽 교체공사에 관한 건설사업관리용역(2차)’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2를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인으로 지정했으며, 2018. 5. 16.부터 2021. 2. 10.까지 계약에 기하여 용역을 수행했다.

③ 서울특별시 감사위원회는 공사에 관한 감사 결과, 원고들이 설계내용을 임의로 변경해 시공함으로써 기존 철근콘크리트 벽체의 단면손실 및 손상, 기존 철근의 간섭 및 손상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2019. 2. 25. 피고에게 원고들에 대한 벌점부과를 요구하는 시정조치 및 통보를 했다.

④ 피고는 2021. 1. 13. 원고들에게 벌점을 부과하지 않고 주의 조치만 했다.

⑤ 서울특별시 감사위원회는 감사결과 처분요구 이행실태 감사를 실시하고, 벌점부과 조치 부적정을 이유로 피고에게 원고들에 대한 벌점부과를 요구했다.

⑥ 피고는 2022. 1. 12. 「건설기술 진흥법」 제53조 제1항, 제4항,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제87조 [별표 8] 5. 벌점측정기준 나. 1) 다)에 따라 이 사건 임의변경에 관해 원고 회사에는 0.55점의, 원고 2에게는 1점의 벌점을 각 부과한다고 통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은 벌점부과 여부에 관해 행정청의 재량이 인정되는 재량행위로 보아 비례의 원칙 위반에 따른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으며, 다만 이 사건 처분의 경우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실벌점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던 구 건설기술관리법이 2001년 1월 16일 법률 제6369호로 개정되면서 ‘부실벌점을 주어야 한다’고 개정돼 현행 건설기술 진흥법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 건설기술진흥법의 형식이나 체계, 문언과 개정 경위 및 내용, 건설공사 부실 방지의 중요성 및 부실공사에 대한 제재 필요성 등을 종합해 볼 때, 건설기술 진흥법 제53조 제1항은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행정청이 벌점을 의무적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고 하면서 건설기술진흥법 제53조 제1항에서 규정한 벌점부과 처분은 부과 여부에 관한 한 행정청의 재량이 인정되지 않는 기속행위라고 봤다.

3. 결론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사법심사는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지는 바, 기속행위의 경우 법원은 사실인정과 관련 법규의 해석・적용을 통해 일정한 결론을 독자적으로 도출한 후 그 결론에 비추어 행정청의 판단이 위법한지를 심사하는 반면, 재량행위의 경우 법원은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해 일정한 결론을 독자적으로 도출하지는 않고 행정청의 판단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된다.
즉 부실벌점의 부과를 재량행위로 볼 경우 행정청은 비례의 원칙 등을 고려해 부실벌점 부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나,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이 부실벌점 부과를 기속행위로 해석해야 하는 이상 부실벌점 부과사유가 발생하면 행정청은 의무적으로 부실벌점 부과를 결정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건설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