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일괄하도급 금지 위반의 기수시기 사례
[변호사 칼럼] 일괄하도급 금지 위반의 기수시기 사례
  • 김태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 승인 2024.08.2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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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정 없는 한 계약 체결 시점이 기수시기
시공내용과 무관한 일괄 하도급계약 체결은 불법
김태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br>
김태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1. 문제의 소재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면, 건설사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으며(일괄하도급 금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해 하도급한 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다른 건설사업자와 일괄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그 후 일괄하도급을 해소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하고 실제 공사 중 일부를 직접 시공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최근 이러한 사안을 다룬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이를 소개한다.  

2. 판례의 입장(대법원 2023. 2. 2 선고 2021도15681 판결)

가. 사실관계

① 피고인 A는 2015. 11. 2. 대구도시철도공사 2호선 승강장안전문(PSD) 제작・설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를 낙찰받아 공사금액 233억 7,500만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② 피고인 A의 직원들은 2015. 12. 17. B와 사이에 공사금액을 177억원으로 정해 이 사건 공사를 B에 일괄하도급하는 내용의 제1차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③ 제1차 물품공급계약 체결 직후 대구광역시에서 특별감사를 실시하자, 피고인 A는 일괄하도급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2015. 12. 29. B와 사이에 ‘설치공사는 피고인 A가 직접 수행하고, 해당 공사금액은 추후 계약금액에서 정산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제2차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④ 피고인 A는 2016. 3.경 제2차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를 개시해 그중 주요 부분 일부를 직접 시공했다.

나.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은,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는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이에 따라 실제로 공사에 착공한 때에 기수에 이른다는 전제에서, 피고인 A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해 B와 사이에 일괄하도급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기는 했으나 착공 전인 2015. 12. 29.경 일괄하도급을 해소하는 내용의 제2차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변경된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직접 시공해 결국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가 기수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은 “건설사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96조 제4호는 ‘제2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하도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2호는 ‘하도급이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도급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제3자와 체결하는 계약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문언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의 입법 목적 등을 아울러 고려해 볼 때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에서 말하는 ‘하도급한 자’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일괄해 하도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체결 시에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는 기수에 이른다고 봐야 한다.

3. 결론

종래 대법원은 재하도급 금지에 관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에 관해서는 그 기수시기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때”라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한 바 있으나(대법원 2004.7.22. 선고 2003도8153 판결), 일괄하도급 금지에 관한 사례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확인한 바 없었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 및 제96조 제4호(일괄하도급 금지) 위반에 관한 기수시기 역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때”라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시공 내용이 어떠한지와 무관하게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일괄 하도급하는 내용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곧바로 일괄하도급 금지에 관한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가 기수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평가될 위험이 높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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