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우리네 건축가는 왜 환대받지 못하는가?
[조경칼럼] 우리네 건축가는 왜 환대받지 못하는가?
  • 이승환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장
  • 승인 2024.06.11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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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능력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이 진짜 문제
창작자의 의지 꺾는 풍조 속에선 발전 기대 어려워
이승환 (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장.
이승환 (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장.

얼마 전 한 건축 관련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의 인터뷰 기사다. 그는 한국의 건축 현실을 이렇게 꼬집는다.

"한국은 한국 건축가들에게 제대로 설계할 기회를 주지 않아요. 온갖 제약과 규제에 묶여있죠. 한국 건축가들이 불쌍합니다. 자유도가 전혀 없어요. 그러면서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자유롭게 건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맞다. 참 이상하다. 내심 전부터 스스로 느끼고는 있었지만, 한 발 떨어진 타국 건축가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니 왠지 검증 받은 팩트가 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의 강남 보금자리주택 3단지. 사진=가아건축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의 강남 보금자리주택 3단지. 사진=가아건축

한국의 문화 역량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지 오래다. 그런데 유독 건축은 대표적인 조형 예술의 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도 건축 분야의 후진성이 께름칙하기는 했는지 몇 년 전 국토부발로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해외의 선진 설계기법을 배워오라며 건축가들에게 해외 연수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설계 기법이 후진적이라 우리네 건축 문화가 발전을 못한다는 국토부의 진단에 비판이 이어졌다. 말하자면 문제는 설계 능력 부족이 아니라 설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불거진 시흥시 문화원 갑질 논란 또한 우리나라의 건축, 특히 공공건축의 척박한 환경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불합리한 공사비 산정을 근거로 발주처에게 증액을 요청하던 건축가는 계약의무 불이행으로 계약해지를 당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6개월 행정처분까지 받아야 했다.

시흥시 문화원 공모전의 당선안으로 선정된 준아키텍츠의 투시도. 사진=준아키텍츠
시흥시 문화원 공모전의 당선안으로 선정된 준아키텍츠의 투시도. 사진=준아키텍츠

10여 년 전 설계사무소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 자체가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국가의 경제력이 탄탄해졌으니 건축 문화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뀔 거라고 믿었다. 
글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에 대한 인식 자체는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안도 타다오나 노먼 포스터의 전시에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야마모토 리켄의 말대로라면 그게 딱 외국 건축가들까지다. 국내 건축가들에게 공공건축이란 예산과 시간의 부족에 더해 건축가로서의 자긍심을 짓밟는 사건의 연속으로 몸과 마음이 다 너덜너덜해지지 않고는 끝낼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제목으로 던진 "왜?"라는 질문의 답을 나는 잘 모르겠다. 몇 가지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말이다. 이유야 어쨌든, 에너지의 90% 이상을 설계 자체가 아니라 설계를 지키는 데 써야 하는 지금의 우리네 건축가들은 또 하나의 극한 직업을 몸소 실천하는 중이다. 
다만 다른 극한 직업과의 차이가 있다면, 창작자로서의 의지를 버리기만 하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는 것. 아마도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건축가가 나오기 힘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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