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건설, 산업 생태계와 연계한 접근 필요
스마트건설, 산업 생태계와 연계한 접근 필요
  •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4.06.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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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전문건설업, 생태계 구조 다를 수밖에 없어
기술 개발 및 현업 적용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1990년대에 일본의 다이세이건설 기술연구소 소장이 한국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로봇을 이용한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였다. 로봇과 같은 기술은 자본과 우수한 인력이 풍부한 대형건설업체들이 투자해서 개발하지만, 정작 그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는 전문건설업체들이어서 종합건설업체가 직접적으로 투자해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림산업(현 디엘이앤씨)은 공정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택트(TACT)라는 공법을 도입한 적이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건물의 경우 각 층마다 동일한 조합의 공종이 순서에 따라서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이 공종별 작업의 소요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층별 작업조합이 달라져서 작업환경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작업간 충돌과 대기시간이 발생하여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식 공정은 개별 작업의 소요시간을 일정하게 맞추기 때문에 작업 간 충돌이나 대기시간을 없애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건설산업에도 이 같은 개념을 도입해서 개별 공종 작업의 소요시간을 일정하게 맞추어 층별 작업조합을 일정하게 함으로써 학습효과와 대기시간 제거 등으로 인한 효율향상을 기하는 방식이 택트공법이다.
택트공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종별 작업일정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문건설업체의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특정 작업의 지연이 발생하면 택트공법의 전체 일정이 흔들리기 때문에 개별 작업의 일정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한 전문건설업체의 역량이 필요하다. 대림산업은 각 공종별 전문업체를 육성함으로써 택트공법을 통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택트에 특화된 전문건설업체들의 희소성 때문에 그 공사단가를 높이기 시작했고, 대림산업은 다른 대안이 없어 택트공법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만약에 대림산업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건설업체들도 택트공법을 도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각 종합건설업체들마다 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을 육성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에 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 풀(pool)이 충분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림산업의 전문건설업체들과 같은 독점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건설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대형건설업체들 중심으로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술들이 개발되었고 앞으로도 더 좋은 기술들이 등장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해당 기술을 잘 다루는 전문건설업체들이 희소성을 가지게 된다면 택트와 같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건설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종합건설업체와 일을 하는 와중에 각각의 스마트기술에 대한 표준과 기준, 방식이 서로 다르면 동일한 기술이라도 다른 체계로 사용해야 한다. 비용과 노력이 소진될 수 있고 적용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건설기술에 있어 개별 기업의 노력은 충분히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기술의 보편화 과정을 통한 전문건설업체들의 보편적인 기술력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보통 스마트건설기술을 기업별 차별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생각해서 기업별로 배타적인 기술개발 노력으로 생각하기 쉽다. 제조업과 같은 다른 산업부문에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생각이지만, 건설산업은 종합과 전문건설업의 생태계 구조때문에 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스마트건설기술의 상당부분은 제작과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의 몫이 될 것이고, 일부는 종합건설업체가 직접 사용하는 것도 있다. 전문건설업체가 사용하는 기술 중에도 일부 전문건설업체가 신기술로 개발하여 독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자 할 수 있다. 각 기술의 유형에 따라서 종합이나 전문건설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특화하는 기술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공통 기술과 표준이 적용될 수 있는 기술로서 상당수의 전문건설업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
대형건설업체들이 개발하는 기술중에 직접 사용할 기술이라면 독자적으로 개발해서 자사의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만약 전문건설업체가 사용할 기술이라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공동개발로 전환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기업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수익분배도 첨예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협력기구를 통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고, 합리적인 개발구조와 활용체계, 수익분배구조 등을 마련한다면 스마트건설기술의 실질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건설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현업에 적용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건설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개발방법과 적용방법에 대한 우리 건설산업 전체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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