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문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제 그만
건설문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제 그만
  • 김상환 호서대 교수
  • 승인 2024.05.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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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사전계획 부재 및 부주의, 사고 위험성 상존
'안전' 최우선으로 삼는 건설정서 실질적 확립해야
김상환 호서대 교수.
김상환 호서대 교수.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뒤늦은 대처를 비판하며,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훈이다. 서양 속담 "Locking the stable door after the horse has bolted" 역시 같은 맥락의 경고를 담고 있지만, 처리 방식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 속담은 외양간을 전면적으로 보수하는 것을 언급하는 반면, 서양 속담은 문을 단단히 잠그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와 서양의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외양간을 처음부터 철저히 검토하고 견고하게 만들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세심한 계획과 사전 준비의 부재를 나타내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보수가 필요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서양의 접근 방식은 외양간 기본구조는 견고하지만,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문제를 지적한다. 이는 문을 잘 잠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기본적인 안전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우리의 건설 분야에서의 실천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획, 설계, 시공, 그리고 연구에서는 사후 대처보다 사전 예방과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건설 문화와 정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실천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하고,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 마련에 필요하다.

우리 건설 산업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건설사고는 건설기술의 발전과 개선이 아닌 후퇴를 시사한다. 우리 건설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안전 관리에 대해 점점 간과되면서, 많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 규정이 무시되거나 최소한으로만 준수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을 최우선하는 우리 건설 문화에서 기인한다. 결국 품질관리의 소홀로 부실 공사를 발생시켜 안전성을 해치고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증가시켜 경제성을 저해한다. 특히, 문제 발생 후에야 대응하는 사례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반면 서양의 건설 문화는 예방적 접근을 중시한다. 영국의 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 Regulations는 건설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안전을 고려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OSHA(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는 엄격한 안전 규정 준수를 요구하고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을 부과한다.

건설 관련 연구 분야에서도 연구의 질과 효율성, 실제 현장과의 연계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많은 연구과제들이 특정 기술이나 사회이슈에 국한되어 진행되며, 단기적인 성과의 성취를 위해 심도 깊은 연구보다는 빠르게 양적 성과를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학계나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연구 사이의 간극으로 현장 적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학계와 연구소에서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연구보다는 학문적 실적 도출에만 목표를 두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연구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투자 부족은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연구를 어렵게 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결과 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형 연구 과제의 경우 일부 기관이 주도함에 따라 연구 자원의 비효율적 참여로 연구의 시너지 효과 및 실질적 적용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미 수행된 국내 연구 성과들이 실제 건설 현장에서 얼마나 적용되고 상용화되고 있는지 실태 파악을 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인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설 정서가 실질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또한, 설계와 시공을 포함한 건설 전반에 대한 사전 예방적 계획 수립을 철저히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를 강화하고, 정부와 민간의 연구 투자를 확대하여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연구를 학계, 연구소, 건설회사 등 어느 기관에서 주도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연구 결과의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은 사건 발생 전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건설 산업에 있어서 이러한 예방적 접근이 우선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건설인의 자세와 정서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합리적인 서양의 선진 건설 문화를 참고하여 사전 예방적 치밀한 계획을 철저히 수립해야만 더 나은 건설 문화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건설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안전과 복지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 우리 건설 산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뿌리 깊은 정서와 문화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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