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사고를 계기로 개선해야 하는 것
정자교 사고를 계기로 개선해야 하는 것
  •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 승인 2023.04.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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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설물의 양적 증가 및 노후화에도 관련 예산 '감소'
보수 및 보강의 체계화 통해 장기적인 비용 절감 실천해야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지난 4월 5일 경기 성남시 탄천의 정자교가 무너지면서 50m 길이의 보행로를 지나가던 40대 여성 한 명이 숨지고 30세 남성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용 중인 시설물 붕괴로 인해 사람이 사망한 것은 지난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처음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제정된 특별법은 1년에 2번 정기점검, 2년에 한 번 정밀안전점검, 그리고 규모가 큰 1종 시설물의 경우 5년 한번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하는 체계가 도입되는 등 국내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체계를 바꾼 바 있다.
또한 그 동안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산업과 체계가 발전함에 따라, 최근에는 성능평가를 통한 요구 성능과 현재 성능의 괴리를 판단하는 체계까지 도입되기도 했다.

정자교 사고는 우리가 노후 시설물 관리를 위한 재원을 확대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자교는 지난 1993년 완공된 이후 연식이 30년 이상 경과한 시설물로, 지난 1970~90년대 완공된 우리나라의 다른 인프라처럼 점차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1년을 기준으로 전체 시설물 중 준공 후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물 비율은 약 2.7만개로 전체 17.3% 수준이며, 이 수치는 향후 5년 사이 30%, 10년 사이 45.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주요 시설물의 양적 증가 및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관련 예산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올해 중앙 정부의 SOC 예산은 약 25조원으로 전년 대비 10.7% 감소했으며, 지난 15년 동안(2008~2023)의 SOC 예산 또한 연평균 24조원으로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정부 전체 지출 예산이 300조원에서 600조원으로 2배가 늘어난 점, 그 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SOC에 대한 투자는 실질적으로 15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중앙 정부에서의 SOC 예산이 줄어듦에 따라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처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어려움 역시 날로 심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 건설비용이 부족하게 되고 이는 유지보수 투자가 위축되면서 부실 점검과 진단으로 이어짐에 따라, 결과적으로 정자교와 같은 소규모 노후 시설물의 관리 부실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시설물 안전 예산을 확대하고, 실제 의도한대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수 및 보강의 체계화도 필요하다.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진단은 사람에 대한 건강검진과 같은 것으로, 병을 발견하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설물 점검과 진단 체계는 선진화되었지만, 보수보강과 관련된 분야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유지보수에 있어서 진단과 보수가 함께 이뤄져야 함에도 얼마나 어떻게 보수해야 하는지, 또한 제대로 보수보강이 이뤄졌는지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체계에서 부족함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성능평가를 통해서 보수보강의 필요성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보수보강 관련 사례와 이에 관한 연구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보다 노후화된 시설물이 많은 일본은 지난 2021년 수립한 ‘제2차 인프라 장수명화 행동계획’을 통해 유지관리 및 갱신의 방향을 설정했으며, 보수공사의 발주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건설사 참여를 촉진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사후 대응보다는 예방 및 보전형 유지관리의 운용을 위한 기반 마련을 목표로 두었다. 기존의 사후 보전형 유지관리를 지속할 경우에는 30년 동안 약 250조~280조 엔이 소요되나, 예방 보전형으로 전환 시 그 비용이 약 180조~190조엔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적기에 예산을 투입해 보수보강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시설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설하는 돈을 아낄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방증이다.

정자교 사고는 향후 급증할 노후 시설물의 안전 위험을 우리에게 알려준 사건이다. 향후 증가하는 노후 시설물에 대응해 시설물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 예산의 확대 및 관리 강화와 더불어 향후 보수보강의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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