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건설이란 무엇인가?
스마트건설이란 무엇인가?
  •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3.03.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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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과 새로운 생산체계로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 기대
표준화된 사업 수행방식 및 실적데이터 적극 활용해야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건설산업의 오래된 과제는 산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생산체계의 선진화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컴퓨터가 소개되고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서 건설산업도 컴퓨터를 이용한 표준화된 생산체계로의 전환과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1990년대의 CIC(Computer Integrated Construction)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컴퓨터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정보통신기술이 전 사회를 선도하게 되었고, 새로운 기술체계와 상품에 '스마트'라는 접두어가 붙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서 시작해서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스마트건설 등과 같이 건설상품과 기술분야에도 스마트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도 스마트가 사회 전면에 등장한 것과 비슷한 시기이다. 
스마트라는 용어가 매우 직관적이고 대중적인 용어라고 하면, 4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의 산업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출발한 학술적인 용어로서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고 실시간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이론이 4차 산업혁명론이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라는 개념의 등장으로 산업계에서는 스마트팩토리라는 개념이 생겼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화기술이 적용된 공장이 혁신적인 생산체계로서 제시됐다. 
건설산업도 이 같은 새로운 생산체계를 통해서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의미와 기대감으로 스마트건설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산업은 발 빠르게 스마트건설을 받아들이고 탐구하면서 많은 투자를 통해서 새로운 성장기회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드론, 건설로봇, 3D프린터,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들을 건설현장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에는 디지털트윈과 디지털전환 등 디지털화에 대한 접근도 있고, 모듈러로 대표되는 OSC(Off-Site Construction)와 같은 탈현장화 또는 공장화 개념의 생산체계에 대한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2025년까지 핵심기술패키지 확보를 통해서 건설산업 생산성을 25% 이상 향상하고 공기와 재해율을 25% 이상 감축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관련한 연구 활성화와 제도적 여건 확보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회사들도 회사규모와 무관하게 스마트건설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면서 기술개발과 생산체계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가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는 스마트건설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한가? 더 근본적으로는 스마트건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건설을 말하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명백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를 보더라도 그것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없다. 
스마트건설의 체계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필요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맞춰서 스마트건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뿐이다. 마치 시장바닥에서 외치는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성급하게 시류에 편승해서 많은 투자를 하지만 종국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기 쉬운 형국으로 보인다.

1990년대에 일본에서 로봇을 통한 건설자동화를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일본의 선두건설업체는 무인으로 달기지 건설을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기도 했다. 
실제로 30여층의 오피스빌딩을 로봇만으로 건설한 사례들도 소개된 바 있었다. 일본의 많은 건설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이런 기술개발에 매달렸지만, 결과적으로 관련 기술이 실용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결과를 낳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스마트건설이 아니면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고 퇴보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무리한 투자를 유발하고,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내고,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소위 스마트기술이라고 하는 것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하나의 도구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각 기업이나 조직마다 안고 있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주요한 문제와 해결방법도 다른 것이다. 선진기업이나 국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 문제부터 먼저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마트건설지수와 같은 일률적인 기준으로 줄세우기에 매달리는 것보다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표준화되지 못한 생산방식과 개인화된 기술역량과 실적이다. 표준화된 사업 수행방식이나 실적데이터의 축적은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 
화려한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것보다 우리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이야말로 진정한 스마트건설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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