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간 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시계획
도시공간 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시계획
  •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 승인 2023.02.28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혁명 시기 수립된 기존의 도시계획은 한계 명확해
고속 대중교통시대 맞아 '컴팩트'한 도시계획 수립해야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200여년전 영국의 산업혁명이 한창일 무렵, 주택과 공장을 분리시켜 주거환경을 보호하는 것에서 용도지역제(zoning)가 시작, 쾌적한 주거환경과 안전한 보행환경을 유지하는 일이 도시계획의 주된 목표로 자리잡았다. 
행정구역단위의 도시기본계획으로 인구와 토지이용을 예측해 계획지표로 설정해 두고, 이를 단호하게 집행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주요한 책무였다. 

새로운 일자리, 특히 청년들이 원하는 성장산업의 일자리는 대도시의 중심지에서 생겨난다. 
벤처기업, 스타트업, 연구개발기업 등의 고용활동은 과거의 공장과 달리 주거와 함께 있어도 해롭지 않다. 소음이나, 진동, 오염의 위해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카페나 식당들이 주거지역의 초입부나 고층주거의 저층부에 혼재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기능분리 도시계획에서 기능복합 도시계획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KTX나 광역철도의 환승역세권을 중심으로 주상복합, 업무, 판매,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다양한 기능들이 집적돼 있다. 
특히 철도와 BRT, 버스와 택시, 개인교통(PM)이 편리하게 연결되는 환승역세권 주변으로는 고층‧고밀의 건축물이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컴팩트시티가 주목받는다.  
환승역세권 주변의 컴팩트시티는 이동거리를 줄여주고, 대중교통이용을 촉진함으로써 탄소중립 도시를 만들어가는 최적의 수단이기도 하다. 
자동차교통시대에 만들어진 도시계획에서 고속의 대중교통시대에 적합한 컴팩트시티형 도시계획 전환이 요구된다. 

쇠퇴한 도심을 재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철도와 도로의 지하화, 철도차량기지나 터미널 시설의 재정비가 요구된다. 
시설을 지하화하거나 시설 상부를 입체화해 철도 등 기반시설의 위해요소를 줄이고, 공원과 문화시설, 주거와 편익시설을 복합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쇠퇴한 기반시설도 정비하고 주변지역의 재활성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도시계획수단이 필요한 시대다.

미래 도시는 대도시권 중심으로 인구와 산업이 집중하고, 특히 고속의 교통망이 집적하는 모빌리티 허브가 도시경제활동의 주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계획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아갈 것이다.  
주택과 일자리, 편익시설이 함께하는 융복합 도시계획,  철도역과 건축물이 지하로 연결되는 입체적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복합환승센터 주변으로는 기존의 용도지역제를 뛰어넘는 초고층의 복합건축물이, 또 이들이 지하로, 공중으로 연결되는 입체적 기반시설 건설도 필요하다. 도심에 방치된 철도차량기지와 노후한 터미널 부지를 활용하고 이전하는 사업에도 이와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시공간의 혁신사업에는 민간의 창의와 민간자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과거 택지공급이나, 주택건설과 달리 이러한 사업에는 민간의 창의적 기획과 파이낸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 반드시 모든 도시에 이런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정온한 주거단지와 주거와 분리되어야 할 산업단지도 있으며 보존되어야 할 자연과 녹지가 대부분이다. 공간혁신에 대한 요구는 대도시, 그 중에서도 기반시설용량이 풍부하고 수요가 높은 도심 등 중심지에 요구된다. 

기존의 도시계획은 산업화시대에, 도시개발제도는 주택의 대량공급시대에 제도의 틀이 만들어졌다. 주택의 대량공급방식, 기능분리의 용도지역제, 공공주도의 사업방식 등의 제도로는 기술혁명시대의 새로운 공간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 
이에 국토부 역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입체복합구역’의 3가지 제도를 도입 중에 있다.  새로운 요구를 수용하되 기존의 용도지역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용도지역’ 이 아닌 ‘구역’ 제도를 채택한 듯하다.   
복잡한 시가지 한가운데에 고밀의 복합건축물이 들어서게 되면 두 가지 우려가 생긴다. 첫째는 기반시설의 과부하로 인한 교통체증이나 주변 건축물과의 갈등, 둘째는 특정한 지구에만 용적률 특례를 부여함에 따른 특혜시비다. 
이에 국토부는 기반시설 과부하나 인근지역과의 충돌문제에 대응하고자 '공간재구조화계획'을, 그리고 특혜시비가 없도록 '공공기여 강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도시공간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새로운 제도도입을 앞두고 우려가 크다. 특히 ‘도시혁신구역’ 사업 등에는 민간참여가 필수적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혁명과 모빌리티의 혁신이 가져오는 새로운 도시경제활동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이 요구된다. 
초기의 시행착오를 기초로 지속가능한 공간혁신의 계획수단을 만들어가야 한다. 낡은 잔에 새 술을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