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우리는 건설분야의 중대재해사고를 막을 수 있는가
[논단] 우리는 건설분야의 중대재해사고를 막을 수 있는가
  •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
  • 승인 2023.02.13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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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구조건축물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기술 부재가 주원인
중대재해 방지 위해서는 건축구조전문가 입지 확대가 필수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

2022년 1월 11일 광주 화정동에서 건설중인 아파트의 16개층이 연쇄붕괴되어 6명 사망, 1명 부상이 발생되는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인 1월 12일에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2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사고의 원인을 밝혔고,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국토부도 사고 대책을 발표했고, 강력한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되었으니까 올해 이후부터는 건설현장에서 더 이상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 중대재해사고를 기다리는 현장과 건물들

필자가 예상하는 건설분야의 중대재해사고 현장 혹은 건물은 총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물류센터 현장이다. 
현재 물류센터는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건설현장의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물류센터 건설현장은 2017년 75건에서 2020년 227건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3월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17조 2,324억원으로 2019년 동월(11조 1,953억원) 대비 53.9%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물류센터 건설을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선정하며 조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물류센터 현장의 특성은 빠른 완공을 위해 PC공법이 주로 사용된다. PC공법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레고 블록 쌓기처럼 구조물의 주요 부재를 현장 외부에서 미리 제작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이후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식으로 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시공과정에서 접합부가 취약하다. 레고 블록 쌓기가 마음에 안들면 쉽게 해체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구조물에서 이러한 점은 접합부 시공이 완료되기 전까지 붕괴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게 된다. 더군다나 물류창고의 층고는 8~10m 높이여서 추락시 중대재해사고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서는 광주 화정동 사고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일정 층고 높이 이상의 물류센타 등을 특수구조 건축물로 정의하고, 공사감리 시 책임구조기술자의 협력을 추가로 하자는 제안을 했었으나 국토부에 의해 무시됐다.
두번째는 증·개축되는 다중이용시설이다. 
지역 및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노후된 건축물을 카페나 음식점, 술집으로 개조한 사례가 많다. 아마도 오래된 건축양식과 구조형식이 불러일으키는 기억과 감상이 사람들을 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신축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각 지자체의 도시 활성화 노력 때문에 오래된 건축물이 다중이용시설로 많이 활용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오래된 건물이 증·개축을 통해 다중이용시설물로 사용될 때 구조전문가의 확인을 받지 않고 사용되거나 인·허가가 나는 것이다. 
2022년 12월 23일 오전 7시경 군산시 장미동의 한 카페 지붕이 폭설로 인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카페는 영업시간 전으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누적 적설량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군산 산단 24.3㎝를 기록했다. 건축구조기준에서 정하는 적설하중의 절반 수준의 눈에 건축물이 무너진 것이다. 
사고가 난 카페 건축물은 꽤나 유명해서 많은 사람이 찾았고 방문자들이 블로그 등에 소개하며 군산 여행코스로도 추천되고 있었다. 사고가 영업시간 전이라 다행이었지만 2개월 전인 10월 29일 이태원 할로윈 축제에서 1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 이후 또 한번의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한 상황이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서는 광주 화정동 사고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구조안전심의 대상인 다중이용건축물의 경우 공사감리 시 책임구조기술자의 협력을 추가로 하자는 제안을 했었으나 이 역시 국토부에 의해 무시됐다.  
세 번째는 무량판 구조물이다. 
무량판 구조는 2022년 1월 11일 붕괴된 광주 화정동 아파트와 동일한 구조형식이다. 무량판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면 넓은 판을 가느다란 막대기로 지지하는 구조이다. 장점은 판을 지지하는 보가 필요 없어 건물의 층고를 낮추므로 더 많은 층수를 시공할 수 있다. 단점은 구조설계와 시공시 주의할 요소가 많아서 까다롭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서는 광주 화정동 사고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연쇄붕괴에 의해 다수의 인명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다중이용시설의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 건축물로 정의하자는 제안을 했었으나 국토부에 의해 무시됐다. 
물론 국토부에서도 광주 화정동 아파트 사고 11개월 후인 12월 14일 공청회를 통해 무량판 구조에 대한 점검지침안을 발표했으나, 이러한 대책은 건축구조 안전을 위한 전문성 확보방안 없이 단순히 기존 법제도를 일부 수정하겠다는 소극적 대책이다. 

■ 중대재해사고의 근본 원인

앞서 건설분야에서 중대재해사고의 발생 확률이 높은 현장 혹은 건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생각하는 사고대책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대책들은 개별 사고에 따른 일차적인 대책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중대재해사고는 주로 특수구조 건축물이나 재래공법을 대체하는 모듈화 공법·신공법이 적용되는 건축물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사고 발생의 기본적인 원인은 특수구조건축물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 혹은 기술 없이 공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건설 공사현장의 감리는 기본적으로 건축사, 일반적인 건축시공과 관련된 경력자들에 의해 수행되므로, 대형화 · 모듈화 · 특수화 되는 구조물에 대한 공학적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건설 공사현장 감리에 실질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법제도의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근본적인 이유는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건축관계자’라고 부르며, 건축관계자에는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가 포함된다. 
그런데 건축물 안전의 실질적인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는 관계전문기술자라는 정의와 협력이라는 용어로 건축관계자의 보조자이자 하청관계로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수동적인 하청관계는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전문가로서 사고조사위원회 등에 참여할 수 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건축법 제67조, 건축법시행령 제91조의3)
더욱이 건축관계자는 건축법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완화요구를 허가권자에게 할 수 있는 반면, 관계전문기술자에 속한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는 영업정지 등을 당할 때만 '건축관계자등'이라는 명칭으로 '건축관계자'와 동등한 취급을 받는 열악한 상황이다. 
두 번째 중대재해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건축법에서 정한 건축사의 독점적 설계 조항이다. 1962년 건축법이 제정되고 10년 뒤인 1970년 1월 1일에 신설되어 50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건축사의 독점적 설계 조항에 있다. 
현재 건축법 제23조는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건축물 안전과 관련하여 전문성이 필요한 건축구조설계가 법적 정의조차 되어 있지 못하고, 건축구조설계와 관련된 발주 및 계약제도 자체가 전무한 상태가 50년간 지속되어 건축구조설계 산업이 낙후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공사비를 1천억원이라고 가정하면, 건축구조설계비는 전체의 0.1%인 1억원에 불과하다.  
 
■ 결론 

이제 처음에 했던 질문 '우리는 건설분야의 중대재해사고를 막을 수 있는가?'에 답을 해야할 순간이다. 그 답은 불행히도 '막을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국토부가 내세우는 모든 대책들에는 전문가는 필요없고, 오로지 제도와 매뉴얼과 교육일수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도가 정한 허술한 조건과 교육일수만 채우면 되는 유사 전문가들이 판을 치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1962년 건축법이 제정된 이후 62년 동안 수많은 사고와 법제도가 제·개정되었지만, 지난해 우리는 아파트 16개층이 연쇄붕괴되는 사고를 또다시 겪었다. 
중대재해사고는 전문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다. 소말리아의 소년병으로도 작은 전투와 작은 승리를 할 수 있지만, 비전문성과 요행만으로 중대재해사고라는 오래되고도 험난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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