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래 인재가 열어갈 새로운 K-건축을 위해
[기자수첩] 미래 인재가 열어갈 새로운 K-건축을 위해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3.02.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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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공학・예술・사회과학・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결정체
전문인력 양성 위해서는 민・관 모두의 심도있는 이해 필요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건축물을 조성하려면 먼저 그것이 지어질 위치에 대한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 등을 고려해 설계 및 디자인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공학 및 기술의 영역으로 끌어와 실현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안정성・유용성・아름다움을 건축의 3요소로 꼽았으며, 소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역시 ‘건축 예술을 통한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을 수상자 선정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건축은 건축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인 바, 음악・미술 등 다른 예술과 달리 반드시 그 피조물을 남기게 되며, 건축가는 건축물을 통해 자신의 이상(理想)을 실현하고 사람들에게 이를 전달하며, 그 건축물의 경제성을 통해 스스로를 평가받는다.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이 고안한 돔-이노(Dom-Ino) 시스템을 바탕으로 현대 건축의 5원칙을 제창했으며, 그가 파리에 제안한 부아쟁 계획(Plan Voisin)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적인 도시 재개발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건축은 공학・예술・사회과학・인문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고차원적인 학문이자 우리의 생활상을 좌우할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각 산업들이 급변하는 사회상을 기민하게 받아들이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전문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정부도 전문인력 양성 사업(이하 BK21 플러스 사업)을 추진, 각 분야의 미래를 책임질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2013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추진한 3단계 사업에서 건축 영역 전체를 공학 패널 내 ‘건설’ 소패널에 넣어놓고 안전・토목 등과 함께 일개 사업팀 규모로 홀대하는 우를 범했다. 

2020년 발표된 4단계 사업에서도 ▷산업 ▷에너지 ▷조선 ▷항공 ▷통계 등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다른 분야들과 함께 ‘중점응용 1’ 소패널에 묶는 등 별반 나아진 것이 없었다.

건축계 종사자들도 건축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정부가 이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국내 대학의 건축학·건축공학 입학정원 6,000명을 모두 포용하지 못하고 건축의 길을 걷는 학생들의 미래를 죽일 수도 있다고 탄식했다.

이에 대한건축학회는 ‘글로벌 건축 전문 인력 양성 포럼’을 개최해 각 학교에서 교육 과정의 내실화에 힘쓰고, 학회 차원에서 건축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화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함과 동시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건축 기조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수용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건축학 및 건축공학은 별개의 학문이 아니며, 건축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개선해 전도유망한 학생들이 건축에 흥미를 느끼고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건축을 바라보는 자세를 바꾸고 인재 양성을 위해 각성해야 할 때다.

건축은 건물을 짓는 것, 또는 그 일을 가리키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정부는 학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건축이야말로 다양한 영역이 어우러져 있는 가장 대표적인 융합 학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필자는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과 사회를 접할 기회를 제공해 넓고 열린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건축을 책임질 인재 양성을 위한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단, 이러한 움직임이 프리츠커상, RIBA 로얄 금메달, AIA 금메달 등 각종 수상 이력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정말로 우리나라 건축의 미래를 걱정하는 자라면 눈앞의 수상 실적에 연연해하는 대신 건축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의 영역으로 대하면서 우리나라 건축이 나아갈 보다 넓고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새기고 자국의 건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처럼, 이제 우리도 우리의 현대 건축을 상징할 수 있는 건축물과 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감을 지닌 전도유망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마련할 때가 왔다.

우리나라의 건축가들이 재능을 꽃피워 세계 건축계를 주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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