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원자력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원자력
  •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 승인 2023.02.0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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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실현 위해 필요불가결한 자원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치우쳐 정책 수립하는 건 '어불성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반영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제10차 전기본)을 공고했다. 
여기서는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을 최우선시한 지난 정부 정책에서 탈피하여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면서 원자력과 신재생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9차 전기본이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배제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가동 원전의 계속운전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12월에 개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시켰고, 원전 수출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을 위한 사업단도 곧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에 필자는 원자력 전문가의 관점에서 제10차 전기본을 분석하면서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미세먼지·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해체 및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으로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다. 
설계·건설·운영 기술을 자립했고 발전원가 중 수입 연료비 비중이 5~10% 수준에 불과한 準국산 에너지이며, 석탄·가스·석유를 효율적으로 대체하고 비축성이 우수하여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한다. 
또한, 국내 건설과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와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청정 수소 생산, 화력발전 대체, 해양·극지·우주 전원 등 다양한 미래 수요가 기대되고 있다. 북한지역 전력공급으로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 후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주변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원자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제10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기본적인 정책 방향, 즉 “에너지안보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 경제성(비용효율성), 환경성(탄소중립), 안전성 등을 함께 고려, 전력망 보강, 전력시장 개편 등 전력수급 기반 강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력수요 전망, 발전설비 계획, 발전원별 정책방향, 분산형 전원 확대방안, 송·변전설비 계획, 전력시장 개선방안 등도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이 계획을 뒷받침하는 상세 근거자료가 함께 공개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물론 구체적인 계획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으며,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전력수요 전망의 타당성 문제이다. 
제10차 전기본에서는 2022년을 기준으로 2036년의 연간 전력소비량이 553.1TWh에서 597.4TWh로 8% 증가하고, 하계 최대전력은 96.2GW에서 118.0GW로 23%, 동계 최대출력은 94.6GW에서 110.1GW로 16% 증가하는 것으로 산정했다. 
그런데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전기의 비중을 현재의 20%에서 크게 높여가야 한다. 
따라서 향후 14년 동안 전력소비량이 8%밖에 증가하지 않는다는 예측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는 전기화에 따른 수요 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수요관리 효과는 과다하게 반영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2022년 12월 23일의 실제 전력시장 최대 전력수요는 94.5GW로서, 제10차 전기본에서 예측한 90.6GW를 크게 초과하여 2026년의 94.6GW와 같은 수준이다.
둘째, 발전원별 설비건설계획의 타당성 문제이다.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한 신규원전 건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이다. 그 결과 2036년의 원자력 발전량 비중은 현재의 30% 수준과 큰 차이가 없는 34.6%로 전망됐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신규원전의 지속적인 건설이 필요하다.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지연시키면 국가 에너지 안보가 크게 악화되고 가스발전 의존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른 신규원전 부지 확보 및 건설계획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빈약하고 에너지망이 고립된 에너지 섬이다.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고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으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이다. 국토가 매우 넓거나 수력 또는 풍력 자원이 풍부하거나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와 에너지 정책이 같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유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원전 공급국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막 들어선 시점에서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설익은 탄소중립·에너지 정책이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훼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최근 전기와 가스 요금 및 난방비 급등은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세계적 동향과 국내 환경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실사구시적으로 수립·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의 에너지 기술·경제·정책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기술 발전 예측 및 시나리오 분석과 이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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