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하수급인의 회생절차개시 신청만을 이유로 하도급계약이 해지된 경우 이행보증보험 계약상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변호사 칼럼] 하수급인의 회생절차개시 신청만을 이유로 하도급계약이 해지된 경우 이행보증보험 계약상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 승인 2023.01.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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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상 주계약의 해제, 해지는 보험사고 인정 안 돼
회생절차개시 신청 및 채무불이행 여부 함께 확인해야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하도급계약에서 하수급인은 계약의 이행을 보증하는 취지로 하도급인에게 이행보증금을 납입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보증보험증권 등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보증보험증권 등을 제공하는데 하수급인은 보험사(보증사) 등에 일정한 비용을 납부하고 계약체결일부터 공사이행 기간의 말일까지를 보험기간(보증기간)으로 하며 해당 공사대금의 일정 비율을 보험(보증)금액으로 하여 계약을 체결한다. 

이 경우 보험(보증)계약자가 해당 공사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이로 인해 피보험자(보증채권자)가 입은 손해를 보전해 주거나 해당 의무를 대체 이행해 주는데, 통상적으로 발생한 손해액 상당의 금전을 지급해 보전해 준다.

그런데 이처럼 보험사(보증사)로부터 손해를 보전받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보험사(보증사)는 보험(보증)사고 발생 여부, 피보험자(보증채권자)의 책임 유무, 약관 위반 여부, 손해 발생 유무 등 까다로운 검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보험사(보증사)와 피보험자 (보증채권자) 사이에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대부분의 이행보증보험 약관에는 보험금(보증금)을 지급하기 위한 요건으로 ‘보험(보증)사고의 발생’을 명시하면서 이를 ‘보험(보증)계약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불이행’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보험(보증)계약자가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한 것 그 자체로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불이행’인지 문제가 된 사안이 있다.

원수급인이자 하도급인인 A회사는 하수급인인 B회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했고, B회사는 보험사인 C회사와 이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를 A회사로 된 계약보증서를 발급받았다. 

그 보증서의 약관 중 보험사고 및 보상과 관련한 규정에는 ‘C회사는 채무자인 B회사 보험증권에 기재된 계약(주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채권자인 A회사가 입은 손해를 보험증권에 기재된 내용과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한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었다. 

B회사는 위 계약기간 중 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했고, 이에 A회사는 하도급계약에 따라 해당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한 후 C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C회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원심법원은 B회사의 채무불이행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회생절차개시 신청은 사회 통념상 B회사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해당하고, B회사가 특약 조건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주계약을 해지한 이상 C회사가 A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이행보증보험에서 보험사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계약 내용에 편입된 보험약관과 보험약관이 인용하고 있는 보험증권 및 주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 보험약관에서 보험계약자인 채무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주계약의 불이행을 보험사고로 명시하면서 주계약의 해제・해지는 보험기간 안에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주계약의 불이행이 보험사고이고 주계약의 해제, 해지는 보험사고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청구권의 행사요건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A회사와 B회사의 하도급계약에서 B회사가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하는 경우 A회사가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B회사의 채무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권을 유보한 것이므로, B회사가 계약기간 중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약정해지사유가 발생한 것에 불과할 뿐 보험사고인 계약상 채무불이행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6다225308 판결).

즉 하수급인의 회생절차개시 신청 그 자체만으로는 보험(보증)사고의 발생이라고 볼 수 없고, 하수급인의 계약상 불이행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하수급인이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한 것만으로는 이행보증보험상의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작으므로, 하수급인에게 계약상 불이행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판단해야 하고, 해당 계약을 해지・해제하려는 때도 회생절차개시 신청만을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며, 하수급인에게 계약상 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는 등으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지・해제 사유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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