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지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손자병법의 지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 승인 2022.12.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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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현장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무리한 정책 추진해
현장과의 '소통' 및 과감한 규제완화, 시장 안정화가 최대 관건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

손자병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유명한 병법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전쟁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준비해서, 이기는 계산이 설 때 결단력 있게 단기에 행해야 하며, 장기간 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손자는 장군과 왕이 친밀하면 국가는 강해지지만, 틈이 생기면 국가는 약해진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왕이 장수에게 간섭하는 것 3가지를 조심하라고 일렀다. 첫째는 장수가 아닌 왕이 직접 진군과 후퇴 명령을 내리는 것, 둘째는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군정에 간섭하는 것, 셋째는 사정을 모르고 임무에 간섭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장의 사정도 모른 채 위에서 자신의 권력으로 장수의 지위와 체계를 흔들 때 전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임진왜란‧정유재란 발발 전, 일본은 조선에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가 어느 시기에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는 정보를 흘렸다. 당시 선조는 승승장구하던 이순신에게 부산까지 출정해서 싸우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전라도에 있던 이순신은 부산에서 싸움이 불리함을 알고 출정하지 않았다. 이에 선조는 괘씸죄로 이순신을 사병으로 강등시키고 의금부로 잡아들였다. 그리고 이순신 대신 정적 원균을 통제사로 앉혔다. 
이후의 흐름은 손자가 한 이야기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원균도 부산포로 나가면 불리함을 알고 시간을 끌었지만, 권율에게 곤장을 맞고 무리하게 출전하는 바람에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 3만 명과 함선 200여 척을 잃었다. 전사자 수와 침몰한 함선 수를 따지면, 이전까지 조선 수군의 승리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선조는 이순신에게 수군을 포기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어명을 내렸지만, 이순신은 “신에게 아직 12척이 있다”라는 말과 함께 명량에서 다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 
왕이 전쟁의 세부적인 것에 간섭하는 것만큼 전시에 위험한 것이 없다. 
선조가 일본 장수 가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겸손히 전장에 있는 이순신의 의견을 존중해서 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통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통계청장을 경질을 통해 가계동향조사의 신뢰성에 금이 간 것과 더불어, 통계청에 대한 의도된 외압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 올바른 소리를 막고, 듣고 싶은 내용만 듣고자 한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브랜드였다.
최저임금제, 공공일자리 강화, 조세 강화 및 복지 증대 등을 통해서 부자들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이전해서 국민 경제 전체의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는 내수 성장 정책이다. 
수출 위주 산업으로 짜인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맞지 않고 무리한 임금상승, 비탄력적 근로시간 규제, 급등한 부동산 가격, 난발한 부동산 규제 등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 와서도 경제에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물론 복지향상과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가족 돌봄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수십 년에 걸쳐 겪어야 할 것들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한 감도 없지 않다. 그리고 ‘아래’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결국에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는 ‘위’에서 정해진 프레임으로 찍어 누른 형국이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8개월이 지났다. 곧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바로 세금감면, 규제완화, 위기 대처능력 강화의 세 가지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있는 수단을 잘 살피고, 위기 상황에서 현장에서의 정보를 위에서 경청하면서 대응하는 정책을 긴밀하게 수행해야 한다.
지금의 건설 및 부동산 경기는 칠천량에서 전멸한 조선 수군과도 같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경색으로 부동산PF에 대한 문제로 많은 건설사들이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정부의 빠른 대응으로 일부 안정화되고는 있지만, 2023년 상반기까지 금리는 상승하고 부동산 경기는 더욱 침체하는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향후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공사 착공 물량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진행 중인 건물공사와 완공을 앞둔 공사량은 2022년보다 2023년에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공사를 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비용적인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음을 뜻하며, 이미 기울어진 형국에서 보다 불리한 지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감한 결단이다. 
일에도 순서가 있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잘 짜야 하듯, 내년 상반기 정부의 전략과 정책적 묘수가 필요한 시기로 생각된다.
마치 12척이라는 적은 수의 배로 울돌목이라는 좁은 수로에서 대적을 맞이한 이순신의 지략처럼, 윤석열 정부 또한 한정된 여건 속에서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택공급 위주의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기존 주택시장의 정상화 없이는 어렵다. 
재고 주택의 거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먼저 과감하게 규제 완화에 힘쓰고, 건설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담보한 이후에 실질적인 주택 공급 증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결과적으로 선제적인 규제 완화야말로 내년 상반기 어려움을 극복할 열쇠가 될 것이다. 
둘째로 부실한 PF 시장에 대규모 자금 투입을 지속해 유동성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만기를 앞둔 채권을 적극 매수할 필요가 있으며, 미분양 물량 및 토지매입채권과 같은 위험성이 높은 채권도 옥석을 가려 구매할 수요자와 인수자를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공공공사 발주의 디테일이 필요하다. 물가 상승에 영향이 낮은 작은공사 위주로 상반기에 집중하고 물가가 안정화된 하반기에는 위축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대형사업의 착공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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