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유지보수 외 항공·군사용 시스템 및 장비 활용 기대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원전 제어기의 보안 난제를 세계 최초로 해독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원전 한 호기에는 수백 대의 제어기를 탑재, 내부 장비가 안전하게 가동하도록 조절하고 있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원전 제어기와 제어 PC를 연결하는 통신장치 '에뮬레이터'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아 보안성의 문제를 겪는 실정이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원전 제어기 에뮬레이터는 '병렬포트(parallel port)'를 써야 다른 PC와 연결할 수 있는데, 더 이상 병렬포트를 지닌 컴퓨터가 생산되지 않아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윈도우 2000, XP 등 보안 업데이트가 중단된 과거의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한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이에 원자력연은 지난 2017년 손준영 원자력연 보안기술연구실장을 팀장으로 한 연구팀이 관련 연구에 착수, 병렬포트만을 지원하던 에뮬레이터를 분석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USB 포트와 호환되는 새 '컨버터 케이블(converter cable)'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케이블을 통해 기존 에뮬레이터를 병렬포트가 없는 컴퓨터에도 연결할 수 있으며, 윈도우 10, 11 등 최신 운영체제에서도 작동하도록 케이블에 탑재할 펌웨어(firmware)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는 것이 원자력연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원전 제어기 자체의 보안성을 높이고자 'OTP(One-Time Password) 인증 방식'을 도입, 에뮬레이터와 원전 제어기를 연결한 후 1회성 비밀번호까지 입력해야 제어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안전성을 높였다.
컨버터 케이블 기술은 현재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으며, OTP 기술은 지난 2020년 12월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이번 신기술은 원자력계 물리적 안전과 사이버 보안을 모두 강화하는 혁신적인 성과"라며 "세계 최초의 기술에 걸맞도록 앞으로도 원자력 보안 강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