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도시의 진화, '경계 허물기' 적극 고민해야
[조경칼럼] 도시의 진화, '경계 허물기' 적극 고민해야
  •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승인 2022.08.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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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인식 증대 등 모두가 행복한 '포용 도시' 지향
공간적·사회적 경계의 해체는 도시진화 위한 필수 과정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개인에게 있어 자아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한층 더 확장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은 개인이 성숙해가는 중요한 성장 과정이다. 
이와 같은 ‘경계허물기’는 도시과학 분야인 조경•건축•도시의 진화에 있어 필수적 과정이며, 도시가 성숙해가는 과정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과 닮아있다.
도시의 발달과정은 경계 만들기와 허물기가 반복되는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인간정주환경의 경계는 (개인주거)-(마을/도시)-(국가)-(세계/지구)로 확장돼 왔다. 
앞으로 달, 화성 등 우주탐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간정주환경이 우주로 확장되어 ‘지구촌’이라는 말 대신 ‘우주촌’이라는 말이 등장할 날이 올 것이다. 
세계의 도시들은 20세기까지는 경계를 넓히는 일에 몰두해 해왔으나, 21세기에는 그동안 만들어진 도시의 불합리한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도시의 이분법을 넘어 자연과 도시를 하나로 만들어 도시가 자연생태계의 일부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차량 우선의 경직된 도로 중심적 도시구조를 넘어 보다 유연한 보행자 중심의 친인간 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도농통합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과 성장과정에서 낙오된 소외계층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극복을 위해 복지에 대한 인식 증대와 함께 양극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포용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공원의 배치에서도 경계허물기의 연속된 과정을 볼 수 있다. 90년대의 1기 신도시 공원은 도로를 경계로 고립된 공간이 대부분이었으나, 2000년대의 2기 신도시에서는 공원과 주거의 경계를 허물고 주거와 직접 연결되는 녹지체계로 진화하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 시설과 통합하는 등 녹지와 주민편의 시설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런던시는 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2017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도시(National Park City)’를 표방하면서 도시 전체가 공원이 될 수 있도록 도시와 공원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도 개발과 빠른 성장의 과정에서 수많은 공간적·사회적 경계를 만들어왔지만, 이들 경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무상(無常)’함을 말해주고 있다. 

 

여의도 한강변(2006). 콘크리트 제방을 허물고 자연형 생태수변으로 만들었다. 사진 제공 = 임승빈
여의도 한강변(2006). 콘크리트 제방을 허물고 자연형 생태수변으로 만들었다. 사진 제공 =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한강을 예로 들면, 1980년대에 홍수대비를 위해 축조된 직선적 제방을, 2000년 들어오면서는 소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방경계를 허물어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고, 수변 물놀이장 등을 도입해 시민들이 한강물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이후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행정과 시민의 경계를 없애고 사회적 합의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오페라하우스 등 고급 문화보다는 서민적인 텃밭가꾸기등 대중문화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서울시장이 다시 바뀌면서 한강의 세계화, 관광거점화 등을 지향하면서, 한국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세계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차원의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청계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청계천에는 6, 70년대에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한 복개 및 고가도로가 세워졌으나 구조물의 안전문제가 대두되어, 2005년에 청계천을 복원하고 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청계천은 거대한 인공수로라는 점이 다시 지적되고 있어, 현재의 수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시 생태적 하천으로 언제 새롭게 태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공간적·사회적 경계의 해체는 도시진화를 위한 필수적 과정이다. 
우리가 개인의 경계를 허물고 더욱 확장된 자아 즉 인류, 생명체, 지구, 우주로 나아감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포용적 삶을 즐길 수 있듯이, 우리의 도시들도 경계 허물기를 두려워하거나 저항할 것이 아니라, ‘무상’의 진리를 받아들여 어떻게 허물 것인가를 항상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간적·사회적 경계 허물기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산불 등 당면한 글로벌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 도시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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