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황금알 낳는 거위 죽이는 ‘자충수’
탈원전, 황금알 낳는 거위 죽이는 ‘자충수’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2.07.2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전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유 톺아보다
에너지안보 위기 격화… 신재생E만으로 해결 못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원전’, 국내서는 찬밥 신세
신한울 원전 1,2호기 전경. 사진 왼쪽이 신한울 1호기.
신한울 원전 1,2호기 전경. 사진 왼쪽이 신한울 1호기.

최근 물가 폭등, 금리 인상, 에너지원가 상승 등의 악재가 연거푸 터지면서 국민들의 시름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여기에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전력수요량이 지난 7일 9만3,121㎿로 집계, 2018년 7월 24일 기록했던 9만2,478㎿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함과 동시에 전력 예비율 또한 7.2%까지 떨어지면서 전력난에 대한 우려 역시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이 전 세계적 현안으로 떠오름에 따라 석탄 등 기존의 화력발전 방식에서 벗어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도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매력적인 대체방안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도 이에 가장 잘 부합하는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도 지난 18일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 업무 보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 유럽연합에서 부여한 안전기준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방안을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환경단체를 위시한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탈원전’을 부르짖으며 국내 원전과 그 기술을 어둠에 묻어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다 할 대안도 없이 그저 ‘방사능’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자신들의 아집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원전이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현 주소를 톺아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수원이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조감도.
한수원이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조감도.

◼ ‘탈원전’의 허상, 우리에게 원전이 필요한 이유

사실 탈원전은 지난 1956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 ‘콜더홀’이 운전을 개시했을 때부터 주로 비용 및 환경 등을 이유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들은 원전 건설 비용과 환경 오염, 특히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1979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1986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등을 이유로 핵분열 원자로를 사용하는 원전의 가동 중지 및 즉각 폐기를 촉구해 왔다.

태양광・풍력・수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도 원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며, 한 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규모와 폐해가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크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탈원전을 지지하는 자들의 주된 논리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전전력량 57만6,809GWh 중 화력발전이 19만1,575GWh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원자력 15만8,015GWh, 복합발전(가스 및 화력 혼합) 13만358GWh, 집단발전(열병합) 4만8,326GWh 등이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는 3만9,102GWh로 전체 약 6.7%에 불과했다.

또 원전이 에너지 소비 대비 발전 효율 등 경제적 측면에서 타 발전,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점, 환경오염 및 기후대응 문제에 있어서도 신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더욱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토는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좁으며, 석유・가스 등의 화력발전은 물론 풍력・태양광 등의 부존 에너지 자원 또한 매우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설비를 확보하기 위해 여의도의 30배에 달하는 면적의 삼림을 훼손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집중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무경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연탄 발전 원가가 ㎾h당 85.6원, 원자력이 54.02원을 기록한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h당 186.3원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원자력의 경우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62.38원, 55.97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이재명 국회의원이 지난 2월 3일 대선후보 토론 당시 주장했던 ‘그리드 패리티’와 완전히 상충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전과 타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간의 경제성 문제도 있다. 하재주 前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원전 1기의 발전량은 8㎿급 풍력발전소 525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원전 대비 1/3에 불과한 풍력발전소의 수명, 풍력발전소의 건설에 필요한 콘크리트 수요량이 원전의 100배에 달하는 점을 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무비판적인 기대에 대해 우려를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변수로 에너지 원료의 가격이 급등해 올해 국내 에너지원 수입 규모도 지난해 약 1,300억달러에서 올해 1,800억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수입액 6,150.5억달러의 약 21% 수준이며, 올해 기준으로는 약 29%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로드맵은 2040년에는 필요한 수소 520만톤의 70%를 수입하는 것도 모자라, 탄소중립 정부합동 TF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중국과 러시아에서까지 전기를 수입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원전 사고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도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됐다.

실제로 유럽 합동연구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원전의 전력 생산 과정에서의 사고 치명률은 3세대를 기준으로 태양광의 1/37, 해상 풍력의 1/1,25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모두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사고임에는 부정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반드시 원전을 폐지해야만 하는 이유는 될 수 없으며, 상술한 사건 역시 원전의 기술적 결함이 아닌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점은 더욱 자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수원과 한국원전수출협회, 체코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 현지 시각으로 3월 22일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열린 ‘APR1000 공급자 심포지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국원전수출협회, 체코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 현지 시각으로 3월 22일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열린 ‘APR1000 공급자 심포지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원전’의 우수성, 이대로 묻어버릴 수는 없다

미국이 대형 원전의 신규 건설을 중단하면서 원전 기술력을 상실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100㎿급 소형모듈원전(SMR) ‘SMART’의 인허가를 세계 최초로 승인받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를 건설하는 등의 성과를 달성해 미국・프랑스・일본 등 전통의 원전 강국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올라서기도 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체코・폴란드 등 동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고,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UAE에서 바라카 원전 등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는 한편, 현대건설・DL이앤씨・삼성물산・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민간 기업들이 하나둘씩 SMR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편협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사우디에서의 건설이 주춤하는 사이, 전 세계에 70여개의 SMR이 개발되는 등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특히 한수원이 핵융합의 핵심 원료로 주목받고 있는 삼중수소에 대한 생산 허가를 지난 2017년 6월 취득했음에도 이를 사용할 곳이 없어 약 5.7㎏에 달하는 삼중수소를 그저 보관만 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삼중수소가 1g 당 약 3,300만~3,500만원에 거래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삼중수소를 그저 썩히고만 있는 셈이다.

체코 등 해외 수출 주력원전인 APR1000에 최초 적용되는 피동보조급수계통 성능시험설비 ‘LAPLACE’의 모습.
체코 등 해외 수출 주력원전인 APR1000에 최초 적용되는 피동보조급수계통 성능시험설비 ‘LAPLACE’의 모습.

이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K-원전’의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개시했다.

박일준 산자부 2차관은 지난달 16일 서울 전력기반센터 대회의실에서 ‘원전산업 경쟁력 TF’의 첫 회의를 열고 정부 부처와 각 기관, 그리고 민간 기업의 협업을 통해 원전생태계의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또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를 통해 110대 국정과제로 ▷원전 생태계 경쟁력 및 기술력 확보를 통한 원전 최강국 도약 ▷에너지 안보 확립 및 신산업・일자리 창출 ▷적극적 탄소중립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등을 약속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회의에서 “2050년에는 현재보다 전력 수요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윤석열 정부 역시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경제적・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종래의 화력 발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환경을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나, 신재생에너지는 반드시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원전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모든 발전 방식에는 제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이를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고려해 적절히 혼용함으로써 그 단점들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한무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한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반발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명하며,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함으로써 급등하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 및 에너지 안보 확보,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