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건설현장의 안전 불감증 개선하자
[특별기고] 건설현장의 안전 불감증 개선하자
  • 한천구 청주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22.07.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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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품질이 지속적으로 문제 되는 이유’
장기적인 안목으로 건설공사 품질 향상 위한 계획 수립해야
한천구 청주대학교 석좌교수.
한천구 청주대학교 석좌교수.

한국건설신문의 창간 3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본고는 한국건설신문의 창간 제 34 주년을 기념해 ‘콘크리트 품질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원고청탁을 받고 필자 나름대로의 소견을 피력했다. 
본고에서 제시하는 품질문제는 일부 업체에만 국한된 사항임으로 전체로 오해되는 일은 없길 바라고, 제시하는 대책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둔다. 

◼ 얽힌 실타래와 같은 품질문제

광주의 ○○아파트가 건설 중 붕괴에 이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콘크리트의 품질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또 이와 같은 문제들은 얽힌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져 있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존재하는 많은 문제점들을 크게 원자재, 레미콘 생산, 시공관리 및 설계 측면으로 분류해 정리해보도록 한다.

◇원자재
▷골재 =
콘크리트 전체 체적의 70~80%를 차지하는 골재는 콘크리트의 품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골재와 관련한 문제점으로 제일 크게는 양질인 석산골재 및 해사의 허가 부족에 따른 절대적인 공급량 부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출현한 것이 저가인 점토 혼입 선별파쇄 골재, 풍화 과정의 마사토 골재인데 전국 수요량의 절반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외에도 EEZ 해사의 미립자 문제, 선별파쇄 및 석산 골재의 입도 문제(불연속 및 불량 입도), 입형불량 문제, 굵은골재 최대치수의 다양화 문제, 혼합골재의 활용 미흡 문제 등도 있다.
▷시멘트 = 시멘트는 콘크리트 용적에 10% 전후로 적게 쓰이지만 유동성, 강도 및 내구성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멘트와 관련한 문제점으로는 OPC 한 가지만을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의 결여 및 CO2 배출 저감을 풀어야만 하는 과제로 존재한다. 
즉 1~5종의 다양한 시멘트 생산이라든가 강도 면에도 현행 425 외에 325, 525의 생산 및 플라이애시 시멘트, 3성분계 시멘트, 석회석 미분말 혼합 시멘트 등을 개발 및 생산하도록 하는 과제가 있다.
▷혼화 재료 = 콘크리트의 품질향상 및 원가절감 목적으로 비교적 사용량이 많은 혼화재와 소량인 혼화제가 있다. 
먼저 혼화재로는 플라이애시, 고로슬래그 미분말, 석회석 미분말 등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원가절감 목적이겠지만 너무 많이 혼합한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의 경우는 강도 발현에 치명적이고, 전반적으로는 중성화에 의한 건설물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혼화제인 경우는 부적절한 사용에 문제가 있다. 
먼저 AE감수제는 AE제와 감수제를 따로 나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감수제의 경우는 성능면으로 작은 강도에는 감수성이 작은 리그닌계 등이 좋고, 큰 강도에는 감수성이 큰 폴리칼본산계(PC계) 등이 좋다. 
그러나 최근 중·소규모 레미콘의 경우는 혼화제 회사가 레미콘의 배합설계를 도와주는 상황이다 보니 작은 강도에 큰 감수성의 PC 혹은 준PC를 그것도 다량 첨가함으로써 콘크리트 배합 전체를 이상한 쪽으로 변질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레미콘 생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던가? 품질관리 담당자나 레미콘 생산자가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보니 우리나라 일부 레미콘은 원칙적인 생산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제일 크게는 불량골재 사용에 따른 규정치 이상의 단위 수량 및 가수의 문제가 있고, 자갈보다 모래가 많게 혼합하는 배합에도 문제가 있으며, 국가적인 규정을 지키지 못함의 해결 및 지나친 경제성의 추구에서 비롯된 2중 프린터 문제도 있다. 
기타로는 충분한 계량시간과 혼합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문제, 레미콘 운반차의 드럼 회전수 미달 및 자체 품질검사인 제품검사에도 의문점이 있다.

◇시공관리
레미콘 시공·감리 등 관리자 입장에서 레미콘 품질향상을 막고 있는 것으로는 자재 및 배합은 고급을 요구하지만, 가격을 그에 상당할 만큼 주지 않고, 특히 중요한 것은 품질검사를 엄격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서 품질검사를 엄격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히 저렴한 저품질 골재를 쓰고, 저렴한 혼화재를 다량 치환하는 등 레미콘을 저품질화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시험 검사하는 샘플은 양호하게 하지만 대부분은 불량 콘크리트를 납품하게 되는 것이다. 
광주의 붕괴된 ○○아파트인 경우 표준양생 공시체의 압축강도는 설계기준강도의 2배 정도로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구조체 코아 공시체의 압축강도는 설계기준강도의 6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기타로 건설공사는 적은 공사 기간 임에도 노조 파업 등으로 공기가 늦어지게 되면 한중·서중 기간 혹은 강설, 강우, 강풍 등 공사가 곤란한 경우에도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해야만 하는 것도 품질결함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설계
시공은 설계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므로 콘크리트의 품질결함은 설계에 기인한 것도 존재한다. 
일례로 고층아파트의 슬럼프를 저층 빌라 건물의 슬럼프와 동일하게 해 물을 탈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나, 레미콘 호칭강도 결정 시 내구성 고려를 누락하는 경우 기온보정 강도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건설물 설계 시에는 건조수축이나 기온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신축 줄눈 및 기타 움직임의 대응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 콘크리트의 새로운 공법 및 기술의 도입에 소극적인 경우 등도 있다. 
이는 아마도 건축설계자의 경우 디자인에만 관심이 있지 시공설계에는 크게 관심이 없음에 기인한 문제일 것이다. 

◼ 레미콘 품질향상 방안

얽힌 실타래와 같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레미콘의 품질문제는 국가적으로 관심과 인내를 가지고 실마리를 잡고 하나씩 풀어 나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중요하고 모든 것이 시급한 문제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문제해결에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도개선과 관련한 사항을 3가지 정도로 요약해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수요 공급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품질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즉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제대로 돈을 주고 좋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공동판매제도의 도입이 그것이다. 
레미콘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고, 수십 수백년 동안 유지돼야 하는 내구재이므로 일반 소모품의 자유경쟁과 관련한 공정거래와는 다른 각도에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품질검사 체계의 강화이다. 
품질검사는 목적에 따라 인수검사, 공정검사, 제품검사가 있는데 이중 아파트 건설공사로 예를 들면 레미콘이 납품됐을 때 인수검사를 철저히 해 불량품이 반입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이 완벽하지 못해 많은 경우에서 실 구조체가 강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법에 규정된 입주 지정 기간 45일 전 2일간 실시하는 인수검사 성격의 사전방문으로는 마감공사가 완료된 상태이므로 철근콘크리트 골조의 압축강도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주택법 및 동 시행규칙을 개정해 골조공사 완료 후 마감공사 전 2일 이상의 사전방문을 추가해 입주자 혹은 품질시험 기술사를 포함한 품질점검단이 압축강도 등 구조체의 품질을 확인토록 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시방설계를 성능설계로 전환하는 제도개선이다. 
일례로 현행의 골재인 경우 KS 표준 혹은 시방서의 품질기준에 맞지 않으면 시방설계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성능설계로는 혼합된 골재를 도입하던가 배합을 조정하는 등 연구를 통해 중간과정은 어찌해도 좋으니 수요자가 요구하는 최종 성능만을 만족시키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성능설계를 도입하면 기술이 발전하게 되고, 불량자재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물량도 확보하고, 품질도 향상할 수 있는 선진국형의 묘안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품질 향상책이 많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의 품질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원칙과 근본에 입각한 건설정책으로 정착시켜야 했으나 그렇지 못하고 임시방편적인 것이 있었음에 어느 정도 품질개선은 됐을지라도 아직도 부족하게 느껴짐에 기인한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원칙과 근본을 잘 지키게 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찌보면 초등학생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위법과 변칙보다는 원칙과 규정을 잘 지키는 국민성으로 변화시키는 교육을 포함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인내를 갖고 중요도가 큰 것부터 순차적으로 품질향상에 노력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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