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청춘, 보다 나은 집 ‘주거사다리’ 필요
갈 곳 없는 청춘, 보다 나은 집 ‘주거사다리’ 필요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2.07.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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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문제 현황과 해결방안에 대한 고찰

현행 청년 주택정책 ‘중구난방’… 주택난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 안 돼
청년층이 자가 소유 실현할 수 있는 ‘주거사다리’ 마련하고자 노력해야

◼ 밀레니얼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진출함에 따라 이들을 중심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4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1997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와 함께 바로 이른바 ‘MZ세대’라고도 일컬어지는 청년층을 가리킨다. 

이들은 성장기에 군사정권의 종식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평화적 정권 교체를 지켜봤으며, 이와 동시에 인터넷・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전 세계와 직접 ‘연결된’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 인구 중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46.9%에 달하며, 하나둘씩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주택 시장의 주소비층으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 ‘집 없는’ 청년가구 급증… 청년 대상 주택 정책 ‘무용지물’

그런데 실상은 청년 세대 중 대다수가 ‘집 없는 천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가구부문)와 국토부의 2019년 주거실태조사 재분석에 따르면 전체 세대 중 84.1%가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로 자가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61.2%에 그치는 등 약 456만6,000여가구가 자가를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경기를 위시한 수도권과 대전・세종・제주 등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주택보유의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이들 지역의 청년층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이 2030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내 집 소유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무주택 청년층은 전체의 76.9%였으나 향후 10년 이내에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42.6%에 그치는 등 자가 소유에 있어 ‘부모 찬스’가 크게 작용한다고 느끼는 청년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23.6%가 ‘누구나 오랜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마련’을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꼽았으며, 신규주택공급 확대(22.7%), 무주택 청년 주거비 지원(2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단, 20대가 무주택 청년 주거비를 가장 시급하다고 본 것에 비해 30대는 누구나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시급하게 보는 등 2030 내에서도 연령층에 따라 수요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에서는 행복주택, 청년 매입 임대주택, 청년 전세 임대주택, 청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통합 공공임대주택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주택 정책들을 펴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령 LH에서 추진하는 청년 전세 임대주택은 본인과 부모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노동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이자 그 자산이 국민임대주택의 자산기준을 충족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행복주택의 경우 전년도 도시노동자 월평균소득의 120% 이하를 기준으로,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중위소득의 170%까지를 지원 자격으로 삼고 100% 이하를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등 각 제도에 따라 지원 자격 및 우선순위 기준이 모두 달라 청년층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청년 주택의 경우 해당 자치구 내 거주 사실 여부 및 그 기간에 따라 우선순위 또는 가점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 단 1점의 가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청약 특성 상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문제는 학업・취업 등의 문제로 주거안정성이 떨어지는 청년층이 그 거주 기간을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청년에게는 공급 기회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2일 시흥시를 방문, 임병택 시흥시장과 함께 주거복지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2일 시흥시를 방문, 임병택 시흥시장과 함께 주거복지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는 청년들

청년 주택 청약에서 탈락한 청년들은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 가구’로 밀려나게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5월 18일 발표한 ‘기초 지방자치단체별 주거현황 분석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229개 기초 지자체 중 2015년 대비 오피스텔을 제외한 호텔 또는 여관, 기숙사,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공간에서 거주하는 20~34세 청년 가구 수가 증가한 곳이 13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관악구에서 5년간 4,702가구가 증가하는 등 전국 최다를 기록했으며, 수원시 2,595가구, 서울 성북구 1,369가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이러한 거처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증금’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거래된 서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주택의 월세를 조사한 결과 30㎡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40만원, 보증금은 2,70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기준 최저임금 노동자 월급의 약 20.8%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갓 사회에 진출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여기에 수도・광열비 등을 더하면 청년층이 직접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에 김덕례 한국주택학회장은 지난달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열린 ‘2022년 제2회 주거복지 미래포럼’에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높은 현실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 특히 청년층이 체감하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을 위한 주거사다리 제작 ▷청년가구 다양성을 고려한 주거여건 변화와 시사점 환기 ▷청년주택의 공공지원 운영생태계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 보다 나은 집으로 올라갈 ‘주거사다리’ 필요

김준형 명지대학교 교수.
김준형 명지대학교 교수.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러한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청년층에게 ‘주거사다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거사다리란 가구의 생애주기에 걸쳐 거주 주택의 자산 가치를 점차 높여나가는 것을 말하며, 무주택 임차가구가 ‘자가 소유’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밟는 단계적 수단을 가리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규모와 성장 형태에 맞는 주거 정책을 펼침으로써 모든 계층이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에도 이를 방기, 오히려 과거에 비해 청년층이 자가 소유는커녕 제대로 된 주거환경을 영유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토부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청년 가구 중 74.7%가 ‘자가 주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중위소득 50% 미만인 청년 무주택임차가구 내에서도 68.7%가 자가 주택 보유를 희망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청년 무주택임차가구가 무주택임차 상태에서 주거 안정을 확보하는 것보다도 자가 소유를 목표로 한 주거사다리가 마련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대출기간 10년, 금리 3.90%를 기준으로 구입 가능한 주택 가격이 지역중위가격을 넘는 가구는 전체의 8.1%로, 특히 서울의 경우 LTV를 80%로 완화해도 이 비율이 전체 6.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준형 교수는 지역중위가격의 실상을 감안했을 때 현재 청년층이 100% 지분의 자가를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대안으로 전체 지분 중 20%(서울 기준)만 구입하고 나머지 지분을 다양한 주체가 소유할 수 있게 만드는 ‘지분형 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한편, 1인 가구가 많은 청년 주택의 특성을 감안해 이들의 생애주기에 맞춘 소형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청년층의 주택 가격 부담을 줄여 보다 확실하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단, 급격한 금리 상승 시 하우스푸어가 급증할 우려가 있는 바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 완화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으며, 청년 주거사다리가 실질적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이 추진한 주택 정책들은 지나치게 정치 중심적으로, 그저 상대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부를 부정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깊이’ 있는 정책으로 진척되지 못한 면이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청년 무주택임차가구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와 관심을 갖고 이들이 정말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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