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제40대 대한건축학회장
최창식 제40대 대한건축학회장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2.07.20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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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안전한 생활과 행복한 미래 여는 열쇠”

‘좋은 건축, 안전한 도시, 아름다운 사회’ 슬로건
건축은 여러 기술이 ‘조화’ 이루는 ‘인간중심’ 학문
‘뉴노멀 시대’ 건축정책 수립・사회적 위상 제고 필요
최창식 제40대 대한건축학회장.
최창식 제40대 대한건축학회장.

지난 4월 28일과 29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건축학회의 2022년 정기총회에서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가 제40대 대한건축학회 학회장에 취임했다.

최창식 학회장은 학회장 선거 당시 표방한 ‘좋은 건축, 안전한 도시, 아름다운 사회’ 슬로건과 더불어 ▷친근한 학회 : 서비스 개선, 재원 다변화, 건축관련 학술단체 간 연합대회 활성화 ▷소통하는 학회 : 각 지회 특성화 및 공유 플랫폼 구축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학회 : 건축교육 시스템 개선, 건축전문인재 양성 프로그램 구축 ▷변화를 선도하는 학회 : AIK VISION 2030 실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건축정책 혁신 등을 약속하는 한편, 취임사를 통해 “당초 제시했던 ‘좋은 건축, 안전한 도시, 아름다운 사회’라는 슬로건의 실천과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한민국 건축의 발전을 위한 좋은 정책들을 펴도록 열정과 성의를 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이해 최창식 학회장을 방문, 슬로건에 담긴 참뜻과 앞으로 대한민국 건축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 슬로건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건축기본법에 따르면 ‘건축(建築)’이란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하고, 공간환경을 기획하고자 공공공간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건축은 민간보다는 토목・인프라 등 ‘공공’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좋은 건축’이란 보다 실용적인 건축물과 공공공간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미래 세대에 계승될 문화공간을 창조,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최근 기본적인 안전수칙 미준수 등 이른바 ‘후진국형’ 사고들이 다발하고 있는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천재지변 등 외부 변수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건축물 및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안전한 도시’로 나아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여기에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득 수준에 따른 주거환경의 양극화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건축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양질의 주거환경을 선사하고 다양한 가치관의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사회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아름다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 ‘삶의 질’ 향상에 있어 건축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앞서 이야기했듯 건축의 기본 이념은 국민의 안전・건강 및 복지에 관련된 생활공간을 조성하고, 경제활동의 토대가 되는 공간환경을 만들어 이를 미래세대에 계승함으로써 그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에 있다.

건축물을 통해 단순히 각종 천재지변 등의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그 조성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재이용과 재생 등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지역의 풍토, 역사, 환경 등의 요소를 살려 기존 공간환경과도 조화를 이룸으로써 문화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토대전, 공공건축상 등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건축 관련 공모전들 역시 양질의 공공건축물 보급과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늘릴 수 있는 공공디자인 등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듯 건축은 생활공간적・사회적・문화적 공공성을 확보, 실현함으로써 최고 단계의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공공건축상 대상 수상작 양천구 책쉼터.
지난해 공공건축상 대상 수상작 양천구 책쉼터.

- 우리나라의 공공건축 및 도시공간 디자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6.25 전쟁 이후 국가가 주도한 경제 개발 5개년 정책은 건축물 등의 인프라를 보다 많이, 보다 빠르게 확충하는 데 주안점을 뒀으며, 이를 위해 건축 기법・구조・재료・디자인 등을 획일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건축을 학문이나 기술, 예술이 아닌 ‘정치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남에 따라 국내 건축가들이 자신의 ‘이상’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혹자는 일명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에서 우리나라의 수상 사례가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나라 건축계의 수준 자체가 낮은 것 아니냐, 하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건축계 및 그 종사자들의 기술력과 열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결코 뒤지지 않으나, 다만 공공공사를 추진할 때 부족한 설계비용 및 촉박한 설계기간 등의 문제로 건축가들이 본인의 기술적・사회적・미적 가치관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공공건축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힌 좁은 시야를 벗어던지고 건축이 지닌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그 사회와 공간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 건축 관련 전문인력 육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회에서의 건축의 사회적 위상과 건축계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건축은 기술 및 공법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가 한 데 어우러져 결과물을 창조하는 ‘인간 중심’의 학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발주자들이 건축 전문가들의 조언을 묵살하고 실용적・심미적으로 맞지 않는 건축물을 강요하는 등 건축이 지닌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지나치게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곧 건축계 종사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며, 나아가 젊고 유망한 인재들이 건축을 기피하는 경향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건축을 통해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풍조가 조성되어야만 열정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들을 건축계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학계 차원에서는 현대 건축의 세계적인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고 수용하며, 국가 및 사회 구성원들이 건축을 통해 진정으로 실현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본인은 학회장으로서 ‘K-건축’ 허브화 프로그램 및 스마트건축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공유하는 한편, 의료・문화 등 타 산업계와 연계한 융복합교육시스템을 확립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 ‘뉴노멀 시대’를 맞아 일선 교육자들은 고도의 지식 수준을 요구하는 건축의 특성상 교육자들도 연구실, 책상 앞에서 혼자서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으로 직접 나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건축학도들에게도 확실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교육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우리나라 건축의 미래는 건축교육의 혁신, 그리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풍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건축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 건축학도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건축학도를 지망하고, 또 훌륭한 건축가를 꿈꾸고 있다면 우선 ‘건축’이 어떤 학문인지, 그리고 급변하는 생태계에 대한 통찰력과 유연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건축’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정해진 규칙대로 건축물을 양산하는 것이 아닌, 여러 방면의 기술과 지식을 총동원해 자신만의 ‘철학’과 ‘미학’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건축의 본질이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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