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 건설공사의 계약적 자유와 공정이 필요한 시점
[기고] 민간 건설공사의 계약적 자유와 공정이 필요한 시점
  •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22.07.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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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원칙 따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합의 이뤄져야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가, 원자재 등이 급등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망에 강한 충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이러한 세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원화 약세) 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3고(高) 시기’에 접어들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는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적으로 진통을 겪은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건설산업 역시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멘트・레미콘・마감재・철강재・경유 등 건설자재와 원자재의 급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사가 지속 보도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유입 부족 등에 따른 인력난도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최근 건설산업 내 ‘건설공사비 급등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며, 산업 차원에서는 공동주택 등 건축물의 적기 공급이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현재 진행 중인 공사의 상당수가 과거 원가 부담이 낮은 시기인 지난 2019년과 2021년 초 사이 수주・착공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건설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일례로 건설기업의 어려움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일컬어지는 둔촌주공의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심화와 이에 따른 공사중단 사태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간접적으로나마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안정한 세계 경제 상황으로 인한 악영향 외에도 최근 건설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수요 역시 건설기업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건설사업의 품질・안전 확보와 스마트화를 들 수 있다. 

우리 건설산업은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전관리 체계를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지난 2018년 정부의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 발표 이후 스마트 건설산업 활성화 정책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물론 품질・안전 역량 강화를 통해 산업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스마트화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이를 실제로 추진해 나가야 할 시행 주체인 건설기업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부족하다면 건설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산업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오랫동안 논의돼 온 해묵은 주제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외 경제 상황과 현재 산업 차원의 각종 수요를 감안한 합리적인 공사비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생산 제품의 원재료비와 생산 과정에 소요된 인건비, 그리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내외부적 요인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가의 책정과 지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의 경우 장기간의 생산 과정 등에 따른 선발주-후생산의 특성을 지니는 수주산업으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확실성을 감안한 비용을 사전에 대가로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건설업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현재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위기 상황의 발생에 따른 계약상대자의 피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운용 중이다. 

예를 들어 우리 공공 계약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만 하더라도 현재 ‘건설공사비 급등 문제’와의 관련 있는 물가변동을 비롯한 설계변경, 그 밖의 계약내용의 변경(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 포함)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에 대한 전반적 사항을 정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원・도급자 간 대금 조정에 관한 사항을 명시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2020년 5월부터 시행 중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수의계약 등 한시적 특례 적용기간에 관한 고시’를 올해 말까지 연장해 어려운 건설 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품질・안전 강화와 스마트 건설 활성화 등 주요 정책 기조에 따른 보호・육성 지원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안전관리비의 의무 계상 강화를 위해 기존의 비용 반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요율 반영 방안을 검토 중이며, 고용노동부 또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고시 일부 개정을 통해 스마트 안전장비의 구입・임대 비용의 20%에 해당하는 비용의 사용을 허가했다.

물론 계약상대자를 보호하고 우리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산업계가 처한 현실과 체감하는 실질적 어려움 모두를 보전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건설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분담함과 더불어 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정부 제도・정책의 수혜 대상이 공공 건설사업에 한하고 있으며, 민간 건설사업을 수행하는 계약상대자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른 각종 지원책 및 경제 상황 위기 등에 따른 악영향에 대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우리 건설시장은 크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지난 2016년 이후 최근 5년간 공공부문 대비 민간부문의 발주 규모가 약 2.7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 건설 부문을 위주로 업을 영위하는 계약상대자의 경우 현재 상황에 따른 어려움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역시 이번 원자재 파동에 따른 공사비 상승 문제에 있어서는 민간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계약상대자의 어려움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지방자치단체・공공 발주기관・건설 관련 협회・건설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건설업 상생협의체’ 개최를 통해 공사비 상승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세부적으로는 민간공사도 공공공사와 유사하게 급등한 특정 자재 가격에 대해 발주자가 공사비를 증액해주는 단품슬라이딩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과 노무비 증가분을 공사원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선하기로 협의했다. 

또 개선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활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외에도 계약상대자인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조정 요청을 받은 경우 발주자가 조정 금액의 적정성 검토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또한 마련해 나가기로 협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점에 정부 주도하에 건설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다만 민간 건설공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의 해결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민간 건설공사의 경우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도로 존중・보장하는 자본주의와 이에 근간한 사적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에 해당하는 사인간 계약이기 때문이다. 

사적자치의 원칙은 민법의 3대 원칙 중 하나로 우리 시장경제 질서를 지탱하는 주요한 원리이다. 

또 사적자치의 원칙을 보완하는 개념으로는 계약공정의 원칙을 들 수 있지만, 여전히 사적자치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기조를 고려할 때 공정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최근 공공의 이익에 기반한 합리적 계약 조정이나 불공정한 계약의 유효성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한 상황이다. 

이번 원자재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문제는 이러한 배경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만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향후 이러한 ‘시장경제에서의 자유’와 ‘공익 또는 공정’ 간 합리적인 범위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 건설산업은 선발주-후생산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 필요성이 더욱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관점을 공공 건설공사를 위주로 논의해 왔다. 

이제는 공공공사와 더불어 민간 건설공사를 대상으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이번 세계 경제 불안 및 원자재 파동에 따른 ‘건설공사비 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그 시작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와 민간은 이미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들었기에 상호 합심(合心)을 통해 혜안을 조속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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