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를 위한 변명
사용후핵연료를 위한 변명
  •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승인 2022.07.18 15: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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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W 규모 원전서 매년 사용후핵연료 다발 40개 배출
원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이 먼저, 사용후핵연료 얘기는 그 다음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모두들 ‘너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은 몰라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물음은 자기를 불태우며 열기를 만들어내는 연탄을 비유하여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인간 정신을 일깨운다. 
오늘날 사방이 아파트 단지로 도배된 도시의 풍경에서도 아직도 연탄은 언덕자락 이어지는 달동네 어느 구석에서는 겨울이 무서워 떠는 우리 이웃에 우리를 대신하여 따뚯함을 전해주고 있다.
연탄 1개는 지름이 15cm, 높이가 14cm, 무게가 3.6kg이다. 다 타고난 후 재가 된 연탄의 무게는 1.4kg으로서 연탄은 2.2kg의 몸무게를 태워 우리를 따뜻하게 하고, 그 열량은 19,000kcal 가량이다. 
연탄 1장에서 전기를 만든다면 화력발전의 열효율을 35%로 잡아 연탄재 1kg 당 5.4kWh의 전기를 낸다. 보통 한 가구의 연간 전력소비를 3천 kWh로 보면 연탄으로 전기를 만든다고 할 때 5.6톤의 연탄재가 나온다. 
사용후핵연료는 이 연탄재처럼 원자로에서 우라늄으로 만들어진 핵연료가 타고 나온 것이다. 
원전의 핵연료는 핵연료봉을 묶은 다발의 형태다. 
핵연료다발 하나의 무게는 우라늄연료 430kg과 구조재를 합쳐 639kg 정도, 길이는 4.5m, 너비는 20cm이다. 1,000MW 원전에는 이런 핵연료다발이 177개 들어 있다.
1,000MW 원전에서 해마다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 다발은 약 40개로, 사용후핵연료 다발 한 개가 다 타고 나올 때까지 생산하는 전기는 가동률 80% 기준으로 사용후핵연료 kg당 27만 4천kWh로서 9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전력은 2019년 525TWh였는데, 연탄으로 이를 모두 감당한다면 1억 톤 가량의 연탄재가 발생하는 반면에 원전은 2만 톤 정도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평균 전력판매 단가는 원전이 kWh당 53원, 석탄 142원, 가스 205원, 신재생 169원으로, 올해 들어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비가 폭등하면서 탈원전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독일도 급등하는 화석연료 비용과 에너지안보 문제로 원전 가동연장을 고민하는 형국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이렇듯 우리에게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경제적 도움과 에너지안보도 지켜주고 나온 결과물이다. 
연탄이 그 몸을 불살라 따뜻한 온기를 주고 땅에 묻히듯이 사용후핵연료도 그 속을 까맣게 태워 우리에게 온실가스 없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주고 이제 땅 속에 묻힐 시간을 기다리는 존재인 것이다.
원전을 반대하는 이유로 사용후핵연료는 빠지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과 보관의 어려움을 들어 원전을 반대한다. 그러나 모든 문명의 이기는 유용성에 따르는 부작용이 있다. 
인류는 이런 문명의 이기를 과학의 방법으로 유용성은 확대하고 부작용은 감소시켜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위험하다고 주장한다면 위험한 물질을 우리의 생활공간과 격리시켜 땅 속 깊숙히 묻겠다는 것을 반대해서는 안 될 일이며, 오히려 사용후핵연료를 지금과 같이 원전 내의 수조에 보관하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묻으라고 나서야 한다. 
혹자는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 동안 보관할 수 있을지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 
그러나 2만년 남짓에 불과한 인류사에 있어 10만년을 증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구리 용기가 부식하는 데에도 수천 년은 족히 걸린다. 
구리용기가 부식하고 사용후핵연료 물질이 지하수에 녹아 생태계로 돌아오는 데는 수만 년이 걸린다. 설령 그 물질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반감기로 인해 환경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 
100년 내에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에 큰 위기가 닥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과 사용후핵연료로 인한 위험 중 우리에게 더 가까운 위험이 무엇인가는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원전으로 우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그 다음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다루는 것이 순리이다.
시인 안도현이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너에게 묻는다’면 ”사용후핵연료 함부로 말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그만한 도움이라도 줘 본적 있느냐“라고 하지 않았을까?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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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가 2024-04-18 20:37:02
감동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