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지역제에 대한 고찰
용도지역제에 대한 고찰
  • 김현수 단국대 교수
  • 승인 2022.06.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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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과거와 다른 도시공간 변화 발생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독창적인 용도지역제 마련해야
김현수 단국대 교수.
김현수 단국대 교수.

주거지역은 조용하고 쾌적하며, 상업지역은 접근성이 좋고 편리해야 한다. 
공업지역은 소음, 분진 등의 환경피해가 없도록 주거지역과 분리시켜야 한다.  주거지역 중에서도 고층을 허용하는 3종일반주거지역은 큰길에 면하고 주변경관과 마찰이 없어야 한다.  용도지역제는 주거, 상업, 공업 용도지역의 입지조건에 따라 용도와 용적률을 차등적으로 부여한다.
근대 도시계획은 19세기 중반 영국 산업대도시의 환경오염과 질병확산을 막기 위한 공중위생법(Public Health Act, 1848)에서 시작되었다. 
산업혁명으로 공장들이 도시 한복판에 세워지고, 이로 인한 수질, 대기오염이 극심하던 시절, 주거와 공장을 분리시켜 도시위생을 확보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큰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후 세계 각국은 이러한 용도분리를 기초로 하는 용도지역제(zoning) 중심의 도시계획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용도지역은 1934년 ‘조선시가지 계획령’에 따라 도입됐으며, 이후로 여러 차례의 개정을 겪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틀은 초창기 게획령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후 4차 산업혁명으로 성장산업의 입지가 도심으로 들어오며, 모빌리티의 비약적인 발달로, 환승역세권중심의 컴팩트 시티가 등장하면서 과거와 다른 도시공간의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첫째, 대도시 내 공장들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남은 공장도 주거에 위해가 적은 업종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도심형 산업은 주거와 인접하고 상업업무기능과의 복합화도 자유롭다.
대도시의 산업은 첨단화, 소프트화되고 있다. 기술 혁명이 고도화될수록 산업단지나 공업지역보다는 지식산업센터 쪽의 개발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일자리 창출의 주 원동력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이 대도시의 도심, 특히 판교나, 상암, 마곡 등의 교통결절점으로 집중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쾌적한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성장산업 일자리를 통해 혁신인력들을 불러들임으로써 인근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주거와 일자리의 융‧복합이야말로 복합용도지역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둘째, 고속철도, 광역철도의 건설과 환승시설의 발달로 교통의 결절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  업무기능이 모인다. 환승 역세권이 고밀복합화됨에 따라 주변 집값도 크게 치솟고 있다.
50년 전 강남 토지구획정리사업 당시 상업지역은 테헤란로를 따라 선형으로 그려졌다. 
강남역의 강남대로와 삼성역의 영동대로와 만나면서 H자형 구조를 가졌으며, 지하철이 없던 강남의 용도지역은 자동차도로의 폭원과 도로망을 따라 그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땅 아래로 여러 노선의 철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철도의 환승역사는 대규모 교통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특히 광역철도의 환승역세권은 간선도로 교차점보다도 더 높은 용적률을 처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앞으로는 컴팩트 시티 개발을 촉진하는 고밀복합구역이 필요하다.
200여년 전 산업혁명 때 등장한 유럽의 용도지역제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잘 맞지 않는다.
복합용도지역도 필요하고, 컴팩트 시티를 촉진하는 고밀복합구역도 필요하다. 
특정 지역의 밀도를 높일 경우, 계획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물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나,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그에 맞는 지역맞춤형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용적률 500%, 재건축규제완화, 신도시특별법 등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다. 
물론 재건축, 재개발은 필요하고, 도시주택공급 확대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용도지역질서에 혼란을 가져오는 규제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기반시설용량을 오버하는 규제완화도 금물이다. 경관훼손과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기술혁명과 모빌리티의 발달이 가져오는 새로운 도시공간의 변화에 부응하는 복합용도지역, 컴팩트용도구역 등의 도입을 위한 용도지역제 개편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주택공급 정책도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을 통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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