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택 심의제도, '손 볼 때'가 왔다
건축·주택 심의제도, '손 볼 때'가 왔다
  • 황순호
  • 승인 2022.05.12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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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 개최
"불명확한 건축 심의 및 불필요한 중복 심의 다수… '통합심의'로 해결해야"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건설신문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건설신문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회의실에서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공식 취임함에 따라 현행 건축·주택 심의제도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 윤석열 대통령 및 정부, 그리고 제21대 국회에 이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응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건물 하나를 짓는 데에 수십 가지의 심의를 거치면서 무의미하게 공사 기간만 늘리는 건 안 될 일"이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제시되는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 심의 제도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보다 합리적인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입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황은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연구본부장이 현재 시행 중인 건축·주택 심의제도의 현황과 이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건축 심의는 각종 건축물의 건설에 있어 사업 시행자가 공공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거치는 심의로, 단순한 자문이나 협의에 비해 절차적인 구속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건축법·주택법 외에도 건축관련 심의를 교육부를 비롯한 총 8개 부처에서 무려 17개나 운영하는 등 심의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불명확한 건축심의 대상 ▷과도한 추가 제출 도서 요구 ▷지나치게 주관적인 심사 의견 제시 ▷심의제도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심의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황은경 본부장은 1897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방화 및 안전 중심으로 건축주가 직접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미국, 건축설계비용이 높아 높은 허가 비용과 장기간의 허가 소요 기간을 감수할 수 있는 일본 등의 해외 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건축법 시행령 제5조의5 개정을 통한 건축심의 대상 명확화 ▷건축심의 통합 운영 및 관리 방안 모색 ▷건축 심의제도의 심의시기·기간·범위 등 명문화 등을 제안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통합심의 절차 간소화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기업 74곳 중 94%가 '현행 심의 종류가 많다'라고 응답했으며, ▷지나치게 긴 소요기간 ▷지자체별 상이한 운영방식 ▷법 규정 외의 과도한 제재사항 요구 ▷재심시 및 심의위원 및 일정 조정의 어려움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내 전국에 250만호, 그 중 수도권에 20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심의에 평균 6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현행 방식은 공급 문제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것이 김덕례 연구실장의 설명이다.
이에 김덕례 연구실장은 도시계획·건축·교통 등 사업계획 승인과 관련된 사항들을 통합 심의하는 '통합심의 제도'를 제안, 이를 시범 실시하고 있는 대전광역시와 서울특별시의 사례를 바탕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 및 공사기간 단축 ▷각계 전문가들의 소통으로 합리적 의견 도출 ▷최종 주택공급 가격시 적정가 유지 가능 등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양질의 주택 건설을 촉진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공급이야말로 통합심의를 도입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며, "통합심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의 규정을 의무 규정으로 개선하고, 교육환경·재해 등의 사항도 통합심의에 포함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적극 활용한 심의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에서 한만희 前 국토부 차관을 좌장으로 주제토론을 개최, 참여자들이 건축·주택 심의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건설신문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에서 한만희 前 국토부 차관을 좌장으로 주제토론을 개최, 참여자들이 건축·주택 심의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건설신문

이어진 주제토론에는 한만희 前 국토부 차관을 좌장으로,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이사 ▷안해원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상무이사 ▷이광환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장 ▷전영훈 중앙대 교수 ▷이효식 대전광역시 주택정책과장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 ▷육인수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서기관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누었다.
박성준 이사는 "건축 심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건축 심의의 절차 및 기준을 일원화·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심의 기준 등을 법률로 명문화·체계화함으로써 심의 자체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안해원 정책상무이사는 "주택 심의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현장에서는 주택 심의를 진행할 위원회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관이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광환 소장은 "지금도 건축 심의 없이 세워지는 건축물이 대다수, 하위 법령에 지나치게 권한을 위임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제대로 책임을 지우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미 운용 중인 심의를 적극 활용해 불필요한 규제 및 심의의 신설을 방지하고 건축사가 건축설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영훈 교수는 현행 심의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중복된 사항이 많아 실질적인 심의·감리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축사의 재량을 존중하고 시공상 안전·효율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며 해외 우수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식 과장은 "그 동안 국토부에 도시계획·교통 등 심의 규정에 대한 기준이 없어 지자체마다 제각기 다른 심의를 진행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대전광역시에서 통합심의를 운용해본 결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교환하며 문제점을 해결하는 등의 장점이 발견됐다"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통일된 심의 기준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일관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철 과장은 "각 지자체의 심의 사례들을 모니터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달라'라는 사업자들의 요구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통합심의의 단점 및 그로 인한 부작용 등의 문제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민·관·학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이를 반영해 심의 제도가 보다 좋은 방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육인수 서기관은 "현재 정부는 ▷통합심의의 적용 범위 ▷타 부처의 심의 포함 여부 ▷각 지자체의 심의 방식 통일 여부 등을 주안점으로 삼고 통합심의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통합심의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으며, 대략적인 심의 기준을 마련한 뒤 각 지자체의 여건에 맞는 유연한 심의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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