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 숨겨진 방사능, 이제 해체 현장에서 바로 측정한다
벽 속 숨겨진 방사능, 이제 해체 현장에서 바로 측정한다
  • 황순호
  • 승인 2022.05.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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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세안에너텍㈜, '방사능 깊이분포 현장측정 프로그램' 개발
의료용 가속기 콘크리트 구조물 등 실험 완료, 측정시간 기존 대비 1/10
원자력연이 새로 개발한 '방사능 연속분포 현장측정 기술'을 이용해 의료용 가속기 시설 내 방사화 구조물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 물질로 바뀐 구조물의 오염 정도를 원전 해체 현장에서 바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 이하 원자력연)이 세안에너텍(주)(대표 박재석)과 함께 '방사능 깊이분포 현장측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세안에너텍(주)는 지난 2018년 설립된 방사선 관리 전문기업으로, 지난 3월 원자력연과 정액기술료 5,500만원에 매출액 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원전 내 핵심 설비들이 장기간 중성자 등에 노출되면서 일부가 방사성 물질로 변하는데, 특히 원자로를 둘러싼 대형 구조물들은 성분과 중성자 간 거리에 따라 방사능 농도가 달라진다.
이런 구조물들은 원전 해체시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되며, 처분하는 데 200L 드럼 1통 당 1,5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지금까지는 구조물에 직접 구멍을 뚫고 여러 깊이에서 시료를 채취해 이를 실험실로 옮겨 단면별로 방사능을 측정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원자로 주변 콘크리트 벽면의 경우, 중성자에 의해 1m 이상 깊이까지 방사화가 진행되 10개 이상에 단면시료가 필요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해체 현장에 시추 장비를 이송‧설치하는 데에만 며칠이 걸릴 뿐더러 절단 시료 전처리와 검출기를 이용해 분석해도 개당 1시간씩 평균 1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이에 홍상범 박사를 팀장으로 한 원자력연구원 개발팀이 구조물의 깊이에 따라 감마선 스펙트럼이 변하는 현상에 주목, 해체 현장에서 방사화된 대형 구조물의 방사능 깊이분포를 직접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검출기가 특정 지점의 방사능을 측정하면 구조물 내부로 들어갈수록 감마선 에너지가 줄어드는 특성을 기반으로 방사능 깊이분포를 연속 계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검출기에도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시료 채취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돼 측정시간을 기존 대비 1/10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원자력연 측의 설명이다.
또한 원자력연은 이를 고리1호기 및 의료용 가속기 시설 '사이클로트론'에서 실제 방사화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측정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실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홍상범 원자력연 해체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이번 알고리즘은 방사능 분포를 현장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해 소요 시간 및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 원전 해체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해체 사업에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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