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폰트 파일 사용에 대한 권리 남용의 문제
소프트웨어/폰트 파일 사용에 대한 권리 남용의 문제
  • 정재훈 법무법인 리인 변호사
  • 승인 2022.04.29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프트웨어/폰트 파일 저작권 대한 무분별한 고소 여전
고소를 당했다면 섣불리 대응 말고 법률 상담 받아야
법무법인 리인 정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리인 정재훈 변호사.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바로 전날, 필자가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건설회사로부터 다급한 상담 요청이 들어왔다. 
어느 소프트웨어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해당 건설사에 공문을 보내 왔는데, 그 내용인즉슨 건설사의 홍보영상에 사용된 서체 프로그램(폰트 파일)이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 이에 해당 건설사에 대하여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 라이선스 보유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유료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니, 고소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내고 소프트웨어를 사거나, 손해배상금을 내라는 취지였다. 
이미 유사한 상담을 많이 했던 필자로서는 아직도 이런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한때 폰트 파일 개발업체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저작권법 위반 내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의 명목으로 형사고소를 남발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검찰청은 2009년부터 청소년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 사건을 각하하기로 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검찰청은 2018년 3월 1일부터는 ‘청소년 저작권침해 고소사건 각하제도’를 무기한 시행하기로 했으며, 나아가 합의금을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을 고소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침해자가 청소년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각하하는 제도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소프트웨어 회사가 어렵게 개발한 소프트웨어나 폰트 파일을 제3자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내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으로 처벌해야 마땅하다.
소프트웨어 회사에게 손해를 끼친 만큼, 당연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회사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나 폰트 파일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기 원한다면, 제3자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등을 무단으로 복제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권리 보호를 위하여 당연히 취했어야 할 기술적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인터넷 등에 제3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저작권법 위반 등을 운운하면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 행위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등을 침해했다고 하는 업체의 법적 책임을 엄밀히 따져보더라도, 제3자가 소프트웨어나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 등을 침해했다고 하면 사실상 그 행위자는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담당자(내지는 외주업체 내지 용역업체)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담당자만이 저작권법 위반 등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지고, 그 사용자(내지 외주업체 등에 업무를 맡긴 발주처)는 형사책임을 부담할 근거가 없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담당자 등도 심각한 침해행위가 아니라면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또한 민사적인 책임과 관련하여 소프트웨어사가 손해배상을 받고자 한다면, 제3자의 일시적인 무단 사용으로 인해서 자신들이 어떠한 손해를 입었는지에 대하여 입증을 해야 하는데, 사실 해당 소프트웨어사가 어떠한 손해를 입었는지도 명확하기 않아 입증이 쉽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소프트웨어나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는 회사도 그러한 사용으로 인하여 특별히 이익을 본 경우도 거의 없다.
결국 소프트웨어사가 소프트웨어나 폰트 파일 등의 무단 사용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을 묻고자 해도 그 결과가 소프트웨어사 등이 원하는 방향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러하니, 많은 경우 소프트웨어사(이런 행위를 하는 회사가 일부 있다) 또는 이들을 대리하는 몇몇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는 소프트웨어 내지 폰트 파일을 사용한 업체 등의 IP 주소 등을 추적, 기계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공문을 보낸다.
이를 받고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오거나 문의를 하는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판매대금(대략 100만원 내지 300만원)을 요구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할 뿐, 실제로 형사고소를 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과거에는 이러한 내용의 고소나 소송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필자는 자문을 요청하는 건설사에게 위 내용을 설명해주고, 대응하지 마시라고 조언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사안과 유사한 공문을 받는다면, 너무 걱정만 하지 말고 주위에 있는 변호사들에게 차분히 조언을 얻고 판단하길 바란다.

 

정리 =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