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제26대 ㈔한국조경학회 차기 학회장
김태경 제26대 ㈔한국조경학회 차기 학회장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2.04.20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다 ‘아름다운’ 공원으로 보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야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공원을 조성해야”
“조경기능인 육성 위해 모두가 관심 가져야 할 때”

2022년은 한국 조경 50주년이자 30년만에 세계조경가대회(IFLA)가 다시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국 조경계에 있어 매우 뜻 깊은 해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따라 단순히 의・식・주의 욕구를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아름답게, 보다 실용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정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다루는 ‘조경’에 대해 주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태경 제26대 ㈔한국조경학회 학회장 당선자와의 대담을 통해 지금 한국 조경이 어디에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찰함으로써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보고자 한다.

김태경 제26대 ㈔한국조경학회 차기 학회장.
김태경 제26대 ㈔한국조경학회 차기 학회장.

- 제26대 한국조경학회장 당선 소감 및 앞으로의 학회 운영 계획을 말해 달라.

조경에 입문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조경의 발전을 위해 사무국장, 수석부회장 등의 자리를 거치며 주어진 역할에 항상 최선을 다해 왔다.
이번 학회장 당선을 통해 지금까지 노력해 온 시간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감개무량하며, 학회장으로 일할 기회를 주신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공약에서 발표한 대로 ‘더 좋은 학회, 더 건강한 학회’가 될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의 의견 및 아이디어에 항상 귀를 기울이겠다.
이와 더불어 현재 여주시에 조성 중인 ‘조경진흥단지’를 통해 식물 등의 생산 과정을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 이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조경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 역시 조경 전문인들이 공들여 준비한 만큼, 이를 한국 조경의 발전과 더불어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하겠다.

- IFLA 개최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IFLA는 현재 광주광역시 및 국내 조경 업체들과의 후원, 협업을 통해 순조롭게 개최 준비 중이며, 추진위원회의 모두가 후회 없는 대회 개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조경진 현 학회장님이 이번 대회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다.
본인 역시 30년만에 IFLA가 다시 한 번 열린다는 사실에 감회가 깊으며, 지난 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을 돌이켜보고 이를 통해 보다 멋진 대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항상 고심하고 있다.
한국 조경은 지난 30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이번 대회는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최근 전국 각지에서 공원녹지 조성 ‘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우리나라의 공원녹지는 어린이대공원, 올림픽공원 등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지시’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0년대 이후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난지공원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원녹지 조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하긴 했지만, 공원 내 ‘문화 콘텐츠’ 등 질적 성장에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
여태까지의 녹지 정책은 그저 ‘개발하고 남은 땅’을 가꾸는 수준으로, 특히 지난 1기 신도시의 경우 ‘개발’에 초점을 두면서 경관이나 녹지 조성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조경가 및 그 지역의 미적 감각과 자의식을 살릴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공원/녹지란 무엇인가.

본인이 프랑스에 갔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바로 동네마다 잘 갖춰져 있는 도시 공원이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어디에나 있는 정원 및 공간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소소하게 접촉, 교류함으로써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공원마다의 자연 여건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발굴함으로써 ‘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뉴욕 센트럴파크 등 그 거대한 규모 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또 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주민이 주인이 되는 공원’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하지만, 공원마다의 문화 콘텐츠 발굴 과정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공원녹지는 각 지역의 자연 요건을 적극 활용, 그에 알맞은 공간을 만들어내 그 지역의 정체성,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하는 ‘문화’ 공간이 돼야 한다.
대규모 녹지 조성을 통해 이를 지역의 랜드마크로 삼고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도심 속 ‘자투리’ 공간에 소규모 공원들을 다수 조성함으로써 모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는 한편, 이와 동시에 도심 경관 및 대기질 개선 등 실리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 조경기능인의 효과적인 육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각 대학에서 ‘조경’ 학과 및 그 과목에 대한 실용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은 지나치게 ‘평가’에 집중한 나머지 오히려 학술 활동, 사제 간 교류 등 정말로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활동들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평가 기준에서 ‘취업률’을 지나치게 크게 보는 것도 문제이다. 상술한 문제 역시 정부에서 단순히 각 대학 및 학과의 취업률만 보고 대학의 역량을 평가하다 보니 일어나는 것이다.
사립대학에서 이윤 추구라는 명목으로 학과 통폐합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지만, 국립대학에서마저 기초 학과 보존 및 육성에 지나치게 소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더불어 신입생들을 보면, 정말로 조경 그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조경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도 많지만 단순히 ‘성적에 맞춰서’ 오는 학생도 많다. 이런 학생들이 조경에 흥미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각급 학교에서 진로 교육 및 직업 탐방 등을 적극 실시, 학생들이 ‘조경’이란 무엇인가, 또 뛰어난 조경기술인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해 본 뒤에 진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내 조경 산업 발전을 위한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다.

조경을 전공하는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본인은 현재 우리나라의 ‘인턴제’가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고 생각한다. 본래 인턴제는 각 기업이 뛰어난 학생들을 필요한 인재로 가꾸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반대로 취업률 상승을 위해 대학에서 각 기업에 학생들을 뽑아 달라고 간청하는 형국이다.
임업으로 비유하자면 대학은 학생이라는 ‘원목’이 보다 훌륭한 ‘목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가꾸는 ‘토양’이지, 그 목재를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 활용하는 것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다.
기업이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학생들을 적극 채용해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얻은 학생들이 본인의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해 이득을 창출하고 또 이것이 반복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업계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조경학과 졸업생들의 진로가 불투명해지는 것이고, 이에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너도나도 공무원 채용 시험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물론 조경직 공무원 역시 국내 조경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직종이자 인재상이지만, 학생 개개인의 자질에 따라 공무원이 적성에 맞는 경우가 있고 기업체가 적성에 맞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기업 등에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는 학생들이 공무원 채용 경쟁에 내몰려 힘겨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교육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 끝으로 조경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얼마 전 우리나라, 일본, 미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장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일본과 미국의 청년들은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우리나라 청년들은 ‘일이 내 취향과 맞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하려는 일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지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급여가 많아서’, ‘일이 재밌을 것 같아서’ 같은 막연한 이유보다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난 뒤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