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뢰를 되찾고자 건설시공관리가 해야 할 일은
무너진 신뢰를 되찾고자 건설시공관리가 해야 할 일은
  • 김규용 충남대 공과대학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 승인 2022.04.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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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안전성 결여・시공품질 부실・관리 및 감리업무 소홀 주원인
이럴 때일수록 규정과 원칙을 준수해 국민들의 신뢰 회복해야
김규용 충남대 공과대학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김규용 충남대 공과대학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 반복되는 건설붕괴사고, 불가항력적인가? 인재(人災)인가?

2022년 1월 11일, 광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동안 여러 건설사고를 겪으며 정부가 후속 대책들을 발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당사자는 물론 온 국민의 분노를 샀음은 물론 건설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붕괴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건설시공기술은 해외 건설시장에서 초고층건축, 장대교량, 토목구조시설물 등의 눈부신 성과를 보이면서도, 국내 현장에서는 건설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비용편익의 수월성을 명목으로 건설안전과 시공품질의 기본의 목표가 후순위로 내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건설재해는 자연재해 등의 불가항력과는 달리 반복적, 후진적, 퇴행적 관행의 결과이자 명백한 인재(人災)로, 부상 또는 사망 등의 인명피해를 수반하고 그 복구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는 자연재해와 다를 바 없다.
2021년 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중 건설업이 50.4%, 제조업이 22.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사고 역시 시공관리 및 감리기능의 총체적인 부실로 발생한 인재로 밝혀졌다.

■ 건설붕괴사고의 3가지 메커니즘

건설시설물의 붕괴는 주요 원인을 중심으로 작은 실수의 반복과 중첩이 가중되어 붕괴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은 총 3가지로, 이들이 서로 연계돼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구조설계 임의변경에 의한 구조안전성의 결여이다.
기본설계 단계에서 검토된 구조안전성을 기준으로 시공해야 함에도 실제 시공상에서 공법을 임의로 변경히 하중량이 증가하고 하중경로 또한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건축구조기술사(원구조설계자)의 검토를 받아야 함에도 이를 누락했다.
특히 상층부에 시공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부층의 동바리를 제거하면서 구조안전성을 더욱 악화, 이것이 건물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둘째, 구조재료의 품질 및 시공품질 부실에 의한 구조체 강성 미달이다.
구조설계 단계에서 설정된 콘크리트의 설계기준강도는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나, 조사 결과 구조체 코어시험체의 강도는 약 60% 내외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며, 표준시험체와 구조체 코어시험체의 강도값이 매우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레미콘 품질보증용 시험체는 설계기준강도를 만족했으나, 실제 구조물에 타설된 콘크리트는 동일한 배합설계에 의한 제품으로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를 미루어보아, 원재료의 품질을 시작으로 제조정밀도, 운반, 압송 타설, 양생 등의 모든 과정에서 걸쳐 시공품질관리가 부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셋째, 시공관리 및 감리업무의 부실이다.
시공사는 목적한 건축물의 품질 관리를 위해 건축공사 계약 당사자로서 시공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고, 건설자재 투입과 전문공정 협력사들의 협업 등 모든 협업체계와 관리책임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 문제점들을 시공관리와 감리 단계에서 인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누락, 총체적인 공사관리 기능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건설사업의 가치

건설사업의 발주 요건은 부동산 개발 이익을 얼마만큼 신속하게 환수할 수 있느냐의 경제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민간투자의 사업에서는 경제적 투자가치를 확보하고 사업의 위험요소를 제거, 안정적인 투자회수가 가능하느냐가 건설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이다.
건설사업의 비용편익의 경제성 분석에서는 사업을 수행함에 소요되는 비용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가치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대개 직접적 효과만을 고려하고 간접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 비용절감 요구가 가중되기도 한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많은 건설자재가 투입되고 복잡한 공정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가 투입되는 만큼, 비용편익의 가치기준에 치중되기도 쉽고 이 과정에서 안전과 품질관리가 뒷전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시공기술과 관리체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반면, 건설사업의 경제성 요구증가, 건설 투입재원 수급의 불확실성, 사업의 위험요소 관리의 어려움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여기에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공사 원가 절감을 명목으로 안전과 품질관리에 대한 비용을 삭감하는 등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 건설산업, 규정과 원칙을 준수해야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다시 한 번 규정과 원칙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건설산업이 여러 참여주체가 한데 어우러지는 산업이다보니 불합리한 유혹 역시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부조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다음 사항들을 철저히 지켜 안전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첫째, 관련법령의 이행여부 확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건축위원회의 건축심의 이행사항을 확인하고, 관련전문기술자(건축구조기술사, 시공 및 품질기술사 등)와의 업무협력 사항을 준수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둘째, 설계적정성의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
기본설계도서에서 각 단계별 설계 내용을 검토, 설계 내용을 보완·개선하고 현장 적용의 타당성과 더불어 예산 및 시설 규모의 적정성을 확인토록 한다. 
셋째, 공사감리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고 감리비 예치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감리단이 독립적으로 시공과정과 품질확인 업무를 실시할 수 있도록 감리를 지자체 건축위원회에 소속, 관리토록 하는 한편 감리자의 공사중지 권한을 요청하고,  부당간섭 배제, 불이익 조치 금지, 면책 규정 신설 등을 통해 감리비 예치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협력업체와의 협업관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하도급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불법계약시의 처벌 규정 등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건설산업이 다시 한 번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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