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수렁’…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건설업에 미칠 영향은?
‘끝없는 수렁’…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건설업에 미칠 영향은?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2.03.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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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우크라이나 전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 발표
원유・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 상승 불가피 예상
시멘트 재고 65만톤 ‘3일분’… 파동 일촉즉발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이 18일 제19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이 18일 제19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가 급박하게 요동치고 있다.

2월 28일과 3월 2일 러시아 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차단되면서 시작된 對러시아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신용평가 등급이 곤두박질치는 한편, 9일에는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석탄 등 원자재의 수입 금지에 나섰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 및 유연탄 가격이 일시에 급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가의 경우 2월 초까지 배럴당 80~90달러를 유지하다가 대러 경제 제재 이후 130달러 부근까지 치솟았으며, 유연탄 역시 전쟁 발발 전 톤당 140달러를 밑돌다가 단 2주일만에 260달러 안팎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박철한 연구위원이 17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건설경기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및 대러 경제 제재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 그리고 이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 방안 등을 수록하고 있다.

◼ 국내 건설산업 현황 및 위축 우려

지난해 우리나라의 건설수주는 212조원을 기록, 코로나19발 경기침체 속에서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건설기성 역시 경상 금액 기준으로는 141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회복세를 보였으나, 불변가격 기준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11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드러냈다.

박 연구위원은 이러한 원인이 가파른 건설 자재 가격 상승 속도와 더불어 불확실성 증대로 수주 물량이 공사 착공으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자재 운송비용과 가격, 그리고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시멘트는 물론 알루미늄, 니켈 등 주요 마감재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원자재가 현장에 제때 수급되기 어려워지면서 진행 중인 공사는 물론, 계획돼 있던 공사들의 착공 역시 지연 또는 취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자재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금리상승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신규 투자를 꺼림으로써 중소규모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유・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파급효과

박 연구위원이 2019년도 산업연관표에 가격파급효과 분석모형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유가와 유연탄 가격이 각각 10% 상승할 경우 건축물 건설비용은 각각 0.142~ 0.145%와 0.07~0.077%, 토목 건설비용은 각각 0.144~0.443%와 0.087~0.183%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물 중에서는 철도시설물이 유연탄 가격 10% 상승 시 약 0.183% 비용이 상승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농림수산토목물 0.147%, 상하수도시설 0.130%, 항만시설 0.094%, 하천사방 0.087%, 도로시설 0.079% 순으로 이어졌다.

산업시설은 원유 가격 10% 상승 기준으로 통신시설 0.144%, 환경정화시설 0.114%, 전력시설 0.095%, 산업플랜트 0.08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연탄에 비해 원유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건설 자재의 경우 원유 및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레미콘으로 나타났으며 아스콘 및 아스팔트, 철근 및 봉강이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콘은 원유 가격 10% 상승 시 0.492%, 유연탄 10% 상승 시 0.222%의 가격 상승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레미콘이 건설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총 7.602%의 비용이 증가해 최종적으로는 0.0542%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17일 현재 국내 시멘트 재고량이 65만톤을 기록, 단 3일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에게 다가오는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아스콘 및 아스팔트 제품이 0.0388 %, 철근 및 봉강이 0.0224%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 건축 및 토목 공사비에도 영향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각국의 대러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원유 및 유연탄 가격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도 주요 불안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박 연구위원이 원자재 가격 상승 시점을 3월로 정의하고 3월 1일부터 11일까지의 평균 가격과 지난해 동시기의 평균 가격 증감률 차이를 계산한 결과, 원유는 약 64.1%, 유연탄은 89.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 가격이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앞으로 대러 경제 제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그 변동폭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요소이다.

또 박 연구위원은 원유 및 유연탄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건축물과 토목시설, 산업시설의 생산 비용이 전년 대비 각각 1.5%, 3%, 1.0~1.9%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토목시설 중에서 도로시설과 도시토목은 공사 과정에서 아스콘 및 아스팔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원유 가격 상승의 영향을 타 공종 대비 2배 이상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철도 및 상하수도, 환경정화시설, 산업플랜트 등 시멘트와 철강제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공종은 유연탄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 건설 자재 문제 해결 위해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박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로 건설경기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내수 경제 전반에 큰 불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술했듯 원유 및 유연탄 가격의 급등으로 건설 생산비용이 1.5~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2.5~5.0%에서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다면 이는 건설업계 전반에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숙박업소 및 도소매업에서 나온 실업자들을 건설산업이 흡수하면서 내수 경제를 지탱해 왔으나, 이번 원자재 가격 폭등 및 수급난으로 공사에 차질이 생겨 건설경기가 위축된다면 내수 경제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자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먼저 원자재 가격에 대한 끊임없는 모니터링을 실시, 수입원의 다각화와 관세 완화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연탄의 경우 그동안 전체 수입 물량의 75% 이상을 러시아산에 의존한 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른 수입원을 개척하는 한편, 한시적으로라도 수입 관세를 낮춰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급난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또 공사비용 상승이 상대적으로 토목 공사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에스컬레이션 전략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 중에서도 도로시설 및 도시토목 분야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전략을 실시할 때 이들을 최우선으로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레미콘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현재 레미콘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건설업계에 가해지는 압박이 극심해 그 주원인이 시멘트 가격 및 운반비의 상승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레미콘 제조업체와 건설업체 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양가상한제의 단가 산정 체계의 개선 및 폐지도 중요한 대책 중 하나로 지목됐다.

현재 민간 주택건설은 수주 기준으로 전체의 35~40%를 차지할 만큼 전체 건설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공종으로, 2월과 9월에 발표되는 기본형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책정하다보니 원자재 가격의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하고자 분양이 특정 시점 이후에 쏠리는 문제점이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 때문에 자재 수급 문제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하는 한편, 기본형건축비의 발표 주기를 단축해 자재 수요가 특정 시점에 쏠리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연구위원은 각 건설업체들에게도 자재 수급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 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충격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한편, 신규 공사 진행에 있어 그 비용을 면밀히 검토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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