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택보증, 합리적 구조조정 요원
기자수첩-주택보증, 합리적 구조조정 요원
  • 문성일 기자
  • 승인 2001.06.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빈집에 소가 들어가는 대한주택보증(주)의 빈 곡간을 채우는 대가로, 오는 2003년까지 매년 5%씩 총 15%의 인원을 강제퇴직시키게 됐다. 현재 총 임직원이 296명이므로 44명을 실업자로 만들어야 하게 된 셈이다.
강제퇴직자 가운데는 1급인 부장이 10명중 5명, 2급 부부장이 10명중 3명, 3급 차장이 24명중 2명이 각각 포함된다. 또한 현재 28명인 계약직도 12명이나 강제퇴직자에 합류하게 된다. 이와 함께 현재 5명인 임원중 40%인 2명도 이 기간까지 타의적으로 퇴사해야 된다. 쓰러져가는 집을 살려줬으니 이에 대한 토를 달 수 없다. 회사 경영상태와 만만치 않은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어찌보면 당연한 처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인원구조조정 처분은 개인별 업무량을 분석하지도 않은, 그저 단순한 대외명분용으로 보이기에 석연찮은 느낌을 준다.

주택보증은 이미 수차례에 걸친 인원감축을 통해 적잖은 능력있는 직원들이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자의적으로 회사를 떠난 상태다. 이로 인해 전국 119곳에 달하는 사업장 관리를 위해 현재 인원으로도 벅차다는 게 이 회사 임직원의 한숨섞인 토로다. 여기에 주택보증 업무중 상당수가 입주예정자인 일반인들의 전화상담 등 각종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이들 민원인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기 때문에 인원감축에 따른 업무량 과중으로 자칫 민원인과의 크고 작은 소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주택보증은 개인별 업무량 분석과 재무분석 등 자사의 주요분야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하는 올 하반기이후 인원감축을 결정해 달라고 정부측에 매달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구조조정이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주택보증에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주지시키고 싶다.

아울러 중요한 시기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회사 경영진의 합리적이고도 분명한 태도도 필요하다. 3년이라는 재임기간을 채우려 애쓰지 말고 직원들과 회사를 위해 살신성인할 수 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사를 부실로 이끌며 엄청난 국민의 돈을 날려버린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괘씸하지만 적어도 국민들의 기본적이고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 주거문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애써 맞춘 방향키를 또다른 불구덩이 속으로 내몰아 버리는 오류는 없어야 한다.

문성일 기자
취재1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